2018년 9월 18일 화요일 여행 5일차입니다.

Zion NP를 떠나면서 이른 아침에 Canyon Overlook Trail을 걸어볼 계획이었으나 작년에 이미 다녀왔던 길이기도 하고 오전에 좀 더 휴식을 취하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 듯싶어서 그냥 패스했습니다. 아무래도 칠순의 어머니와 함께 하는 여행이니만큼 원래 스케줄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현지 상황 및 몸 컨디션에 맞춰 적절히 가감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Zion NP에서 Bryce Canyon NP로 이동하는 9번 도로변에 Checkerboard Mesa가 있습니다. 운전하면서 가다 보면 많은 차량이 길옆에 주차되어 있는 구간이 나오기 때문에 이곳을 모르고 지나칠 일은 없습니다. 내려서 이 바둑판(미국인들 기준에서는 체커판)처럼 생긴 희한한 Mesa를 잠깐 구경하고 난 후 계속해서 Bryce Canyon NP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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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on NP에서 Bryce Canyon NP까지의 이동은 120 km 정도에 약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미국 서부 기준으로 굉장히 짧은 운전입니다. 12시에 Bryce Canyon Resort에 있는 Subway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Bryce Canyon NP에 2시에 도착한 후 오늘 계획한 Queen's/Navajo Combination Loop Trail 하이킹을 시작했습니다.

Queen's/Navajo Combination Loop Trail
- 총 길이: 4.6 km
- 소요 시간: 2~3시간
- 고도 변화: 183 meter
- Type: Loop
- 난이도: 중

Bryce Canyon NP에서 할 수 있는 하이킹 코스 관련해서는 2019년도 여행기(여기)에서 자세히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가 오늘 걷게 될 Queen's/Navajo Combination Loop Trail인데요. 일단 Trail의 총 길이/고도 변화/소요 시간이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시도하기에 딱 적당한 수준인데다 무엇보다도 Trail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이 Bryce Canyon NP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경관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Trail은 Loop이기 때문에 Sunset Point 또는 Sunrise Point 어디에서건 출발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보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을 추천(Sunrise 
Point에서 Queen's Garden Trail 하이킹 출발)하고 있는데 저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방법(Sunset Point에서 Navajo Trail 하이킹 출발)을 택했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힘든 Wall Street Switchback 구간을 하이킹 후반에 힘들게 올라오기보다는 하이킹 초반에 슬슬 내려가는 편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취향에 맞춰 아무 데서나 출발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하이킹 시작 전에 Rim Trail 일부를 살살 걸으면서 Bryce Canyon NP에 모자가 다시 왔음을 알립니다. 오늘도 미국 서부의 날씨는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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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ajo Trailhead에서 2시 43분에 하이킹을 시작합니다.

초반에 바로 Wall Street로 내려가기 위한 Switchback 구간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어머니가 서 계신 곳이 Switchback 시작 지점이고 그 아래를 자세히 보시면 살짝 현기증을 일으키는, 거의 수직 낙하 수준의 Switchback 구간이 촘촘하게 보입니다. 좀 늦은 오후라서 그런지 길을 걷은 사람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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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tchback 내려가는 도중 올려다 본 Wall Street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언제든 무너져 내리기에 아주 딱 좋은 모양새이고 실제로 잊을만하면 잔잔 바리로 한 번씩 무너져 내리면서 Wall Street 구간이 봉쇄되곤 합니다. 이 Trail 하이킹을 계획하신 경우에는 당일 출발 직전 홈페이지를 통해 Wall Street 구간에 별문제가 없는지 사전 확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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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중간에 조그만 터널도 통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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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tchback 구간은 의외로 쉽게 안 끝납니다. 구불구불 많이 내려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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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바닥에 도착한 듯싶습니다. Slot Canyon 느낌도 살짝 나는데 제가 이번 여행 기간 동안 어머니께 자주 부탁드렸던 만세 포즈가 또 나왔습니다. 여기에 도착한 시간이 3시이니 15분 동안 계속 내려온 셈입니다. 아마도 이 구간을 하이킹 후반에 반대로 올라간다면 적어도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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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구간 바닥에 도착하면 뜬금없이 하늘로 끝도 없이 자라고 있는 세 그루의 소나무가 시야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나무들은 봐도 봐도 제 눈에는 정말 불가사의한 존재로 보입니다. 이 좁고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이 나무들은 어찌 자라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디서 수분을 공급받아서 이렇게 높이 자랐는지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Tree in a tree라고 제가 명명한 이 나무는 어쩌다가 이런 형태로 하나의 뿌리에서 두 개의 나무가 각각 자라고 있는지 등등 의문점 투성이입니다. 그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빨간 Hoodoo, 파란 하늘 그리고 드높이 자란 소나무의 조합은 아주 환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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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구간을 빠져나오게 되면 슬슬 탁 트인 하늘을 배경으로 다양한 경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Rim Trail에서는 마냥 내려다보던 Hoodoo를 이제는 고개를 쳐들어 올려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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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더 이상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위에서 무너져 내린 Hoodoo의 잔재(집채만 한 바위들)가 깔려 있는 곳도 있고 Hoodoo와 주변 소나무가 마치 누가 더 뾰족하게 하늘로 솟을 수 있는지 힘겨루기 하는 듯한 모습들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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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변 경치도 경치였지만 제 눈을 확 사로잡았던 또 다른 경치가 있었는데요. 그건 다름 아니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이었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맑고 파란 하늘을 본 기억이 없었고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란 하늘을 사진으로 담아 봤습니다. 정말 뭐라고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하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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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가다 보면 분기점이 나오는데 아래와 같은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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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이었던 Sunset Point로 다시 올라가는 Navajo Loop와 Queen's Garden으로 갈라지는 곳인데 시간 여유가 없는 분들은 Queen's Garden Trail을 포기하고 그냥 Navajo Loop만 걷는 것도 괜찮습니다. Navajo Loop로 갈 경우 올라가는 도중에 Two Bridges와 Thor's Hammer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구간 관련해서는 이전 글(여기) 후반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Navajo Loop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Queen's Garden Trail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 방향에서 걷게 될 경우 분기점에서 실제 Queen을 보기까지 1.4 km 정도를 더 가야 하는데 분기점 조금 지나서 드디어 내리막이 끝나고 약간의 평지 구간을 지난 후 Sunrise Point까지 계속 오르막길(Elevation Gain 대략 180 meter)로 걷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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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허허벌판에 가까운 곳이라 도처에 벼락에 맞아 죽은 나무들이 깔려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서부 공원에서 Flash Flood 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갑작스럽게 내리치는 벼락입니다. 국립 공원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 기사를 보면 의외로 벼락에 맞아 죽는 안타까운 케이스가 제법 있습니다. 일기 예보를 봤는데 혹시라도 벼락을 동반한 비 예보가 있을 경우 하이킹은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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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오르막길을 걷다가 좀 지칠 때가 되면 길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나무 벤치가 나옵니다. 인위적으로 깎아 만든 벤치가 아닌, 이곳에 쓰러진 나무 기둥 하나를 길가에 있는 큰 바위벽 밑에 밀어 넣은 것인데 그 위치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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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Queen Victoria를 영접할 시간입니다. Queen Victoria Hoodoo는 Main Trail에서는 볼 수가 없기 때문에 Main Trail에서 잠깐 벗어나 샛길로 다녀와야 합니다. 처음 Queen Victoria Hoodoo를 보면 그 규모가 너무 작아서 약간 실망하실 수 있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세세한 Detail(머리 위에 예쁘게 놓인 왕관, 몸 앞으로 다소곳이 모아진 두 손, 약간 아래쪽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 옆모습, 풍성한 치맛자락 등)이 잘 구현되어 있는 Hoodoo입니다. Queen Victoria Hoodoo 밑에서 어머니를 같은 포즈로 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여행 중간중간 이런 소소한 재미가 여행을 더욱더 알차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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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Victoria Hoodoo에 가면 아래와 같은 안내판이 있는데요. 내용을 보면 Bryce Canyon NP에서 "I Hiked the Hoodoos"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립 공원 측에서 Trail 곳곳에 Benchmark 역할을 하는 안내판을 세워 놓았는데 최소한 세 군데 이상의 Benchmark 안내판을 찾은 후 각 안내판 안에 있는 조그만 동판의 탁본(!)을 떠오거나 아니면 이 동판이 포함된 본인 사진을 찍은 후 Visitor Center로 가서 Ranger에게 탁본/사진을 보여주면 Ranger가 작은 기념품을 줍니다. 현재 Bryce Canyon NP에는 총 아홉 개의 "I Hiked the Hoodoos" 안내판이 있는데 인터넷을 보니 이 아홉 개의 안내판을 기를 쓰고 모두 방문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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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본을 어찌 뜨나 봤더니 연필과 종이를 이용해서 아래와 같이 탁본을 실제로 뜹니다. 그리고 Visitor Center에서 주는 기념품은 가방이나 옷에 부착할 수 있는 작은 핀이니 너무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이킹하시는 부모님들에게는 애들에게 국립 공원에서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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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Victoria 샛길에서 다시 Main Trail로 복귀하면 아래와 같이 터널을 하나 통과하게 되는데 이 터널을 통과한 이후 본격적으로 이 길의 하이라이트인 Queen's Garden이 펼쳐지게 됩니다. 약간 오르막이긴 하지만 경사가 완만한 길이라 전혀 힘들지 않은 길이고 주변으로 Hoodoo의 향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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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터널을 통과해서 길이 끝나가는 지점에 도달하니 계속 올려다보던 Hoodoo도 점점 눈높이와 비슷한 위치로 내려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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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Garden Trail 후반부에는 어머니 뒤로 보이는 마치 고개를 쳐들고 있는 공룡처럼 생긴 Hoodoo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ET 
Hoodoo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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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종점인 Sunrise Point에 4시 50분에 도착한 후 출발점인 Sunset Point로 가는 Rim Trail을 살살 걸으면서 늦은 오후의 Amphitheater를 즐겨봅니다. 참고로 Sunrise Point와 Sunset Point 사이는 고도 변화가 거의 없는 평지 길이라 부담 없이 걷기에 더없이 좋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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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가 넘어가니 이제 Bryce Canyon 내부에는 짙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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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Point로 다시 오니 아래로 Thor's Hammer를 보면서 올라오는 Navajo Loop 마지막 Switchback 구간 및 Wall Street Switchback 구간이 다시금 한눈에 들어옵니다. Wall Street 구간은 내려가는 경사가 심해서 길 위에서 찍은 사진이 마치 드론을 이용해서 찍은 항공 사진처럼 나옵니다. 참고로 Sunset Point로 다시 도착한 시간이 5시 20분이었으니 Loop 완주에 2시간 35분이 소요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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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Point에 도착하고 나서 남은 시간에 Amphitheater를 더 볼 것인가 아니면 이전에 가보지 않은 Bryce Canyon의 서쪽 끝단인 Yovimpa Point까지의 Scenic Drive를 차로 운전해 볼 것인가를 잠깐 고민하다가 석양이 드리워지는 Amphitheater를 Inspiration Point까지 걸으면서 여유롭게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Rim Trail에 사람도 별로 없고 어머니랑 조용히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면서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길게 석양이 드리워진 Hoodoo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관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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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Point에 도착하니 마침 한국 분들이 계셔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어머니와 함께 나오는 사진을 한 장 부탁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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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이킹을 요약하자면 시간 및 노력 대비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여기저기에서 넘쳐 나는 효율성 200% 하이킹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Bryce Canyon NP 도착하시면 괜히 Rim Trail Viewpoint에서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바로 이 길을 걸으면서 Bryce Canyon NP의 진수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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