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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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3일


화이트샌드 국립공원은 이름 그래도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곳이었다. 생명이 있기 힘든 황량한 사막인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나는 그 역설적 환경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아침 6시쯤 일어나 8시 체크아웃을 했다.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바로 앞 숙소에서 다음 목적지인 화이트샌드 국립공원까지 차로 3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중간에 로키 산맥 끝자락을 넘어가야 해서 운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길지 않아 할 만 했다. 미국에서 3시간 안팎의 운전은 짧게 느껴진다.

화이트샌드 국립공원에 도착하자 마자 피크닉 구역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아내는 이번 여행에서 매일 도시락을 싼다. 미국 여행에서 도시락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우선 한식을 먹으니 맛있고, 소화가 잘 된다. 시간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미국 식당은 시간이 대체로 많이 소요된다. 서버는 불러도 잘 오지 않고, 음식도 늦게 나오기 일쑤다. 여기에 돈도 절약할 수 있다. 가족 넷이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도 100달러 이상 든다. 햄버거만 먹어도 40~50달러가 훌쩍 넘는다. 그 돈이면 장봐서 거창하게 한 끼 할 수 있다.

화이트샌드 피크닉 구역은 너무 좋았다. 눈이 부신 하얀 모래밭 한 가운데 있어 화이트샌드 공원을 제대로 느끼며 밥을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는 필요한 것이 다 있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할수 있게 지붕, 밥 먹는 테이블과 의자, 먹은 것을 치울 수 있는 쓰레기통, 그리고 화장실, 심지어 바비큐 그릴까지. 쓰는 사람이 많이 없어 한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 이런 시설이 있다면 자리를 잡기 위해 북새통을 이뤘을 것 같아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점심을 먹은 뒤 피크닉 구역 인근에서 사진촬영에 들어갔다. 이 곳에 온 주된 목적 중 하나는 '인생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다. 사진 찍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휴대폰 화면을 가장 밝게 해도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햇빛이 너무 강한 탓이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 지 모르겠다. 대충 렌즈를 아이들과 아내에게 갖다 대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사진은 빛이 중요하다고 사진기자 선배가 말 해 준 적이 있다. 오늘은 햇볕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올거라 위안을 삼았다.

사진을 다 찍고 트레일을 시작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1일 1트레일을 목표로 삼았다. 화이트샌드 공원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알카리 플랫 트레일'로 향했다. 이 트레일 코스는 왕복 세 시간이 걸린다고 써 있다.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공원 입구서부터 트레일 안내 간판까지 연신 '경고' 문구를 봤다. 또 이 구간은 매우 힘이 들다는 경고 표지도 이어졌다.

실제로 힘들긴 했다. 우리가 간 오후 2시께 해는 정점에 이르렀다. 태양은 이글이글 했고 기온은 33도까지 올랐다. 트레일 코스는 그늘 한 점 없기 때문이 그 뜨거운 태양과 뜨거운 기운을 다 받아내면서 걸어야 한다. 모래 언덕은 때론 가팔라서 올라가는 데 두 발과 두 손까지 써서 '네 발로' 가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것을 훨씬 뛰어 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하얀 모래 언덕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이 곳이 정말 이 세상인지 저 세상인지 모를 정도로 황홀했다. 아이들이 중간에 지쳐서 돌아가자고 했는데, 나는 뭔가 홀린 것처럼 계속 가고싶은 '욕망'이 생겼다. 간신히 그 욕망을 떨쳐 내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못내 다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막상 차로 도착하니 다리가 풀릴 정도로 몸은 이미 지쳐 있었다.

시윤이는 썰매를 제대로 못 탄 것이 아쉬웠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시윤이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이 썰매였다. 집에서 일주일 동안 썰매 제작을 했다. 못 쓰는 종이상자를 이어 붙여 그럴듯한 모양의 썰매를 만들어 여기까지 가져왔다. 하지만 그렇게 가져온 썰매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 모래가 미끄럽지 않아 썰매가 나가지 않았다. 이 곳 사람들은 눈썰매 같은 것에 왁스까지 칠해 탔다. 그렇게 해도 잘 나가지 않는데, 시윤이의 썰매가 나갈 리 없었다. 속상해 하는 아이에게 썰매와 작별 인사를 시켰다. 그래도 시윤이는 좋았을 것이다. 썰매를 준비하면서 가진 설렘은 실제 썰매를 탈 때 보다 훨씬 큰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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