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나무들이 떼지어 불 타 있었다. 탄 나무들은 넘어져서 죽은 것도 있었고, 일어서는 있으나 생기가 없는 것도 있었고, 겉만 그을려서 생명을 이어가는 것도 있었다. 나는 나무들의 무덤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내는 숲이 다시 살아나는 것에 감사해 했다.

캐빈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다. 여행에선 일찍 나가야 이득인데 숙소가 집 같아서인지 맘이 급하지 않았다. 2박을 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그동안 하루씩 숙소를 바꿔가며 자서 아침마다 짐 싸는 전쟁이었다.

킹스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 방문자 센터로 갔다. 오늘 목적지는 세콰이어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인데, 가는 길에 있어서 들렀다. 간 김에 근처에 있는 그랜트 장군 나무(General Grant Tree)를 봤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나무란 설명이 있다. 그랜트 장군은 남북전쟁 때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후에 대통령까지 했다. 미국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들에 장수들의 이름을 붙여놨다. 그랜트는 죽었지만 나무가 되어 후손들에게 불린다. 한국에도 이순신 나무, 연개소문 나무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남쪽으로 차를 몰아 세콰이어 공원으로 갔다.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산 속 길은 처참했다. 불 탄 나무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큰 산불이 몇 달째 이어졌다.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남았다. 나무들은 떼지어 불 타 있었다. 살아 남은 나무들도 밑둥이 그을려 절반만 살았다. 다 탄 나무는 넘어졌고, 겉만 그을린 나무는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그을린 나무에선 갈색 잎이 났다. 병든 나무 처럼 보였다.

한 시간 가까이 달려 토코파 폭포(Tokopah Fall) 트레일 입구에 갔다. 이 곳은 텐트촌이었다. 계곡을 끼고 수 백여개의 텐트가 장사진을 이뤘다. 텐트촌 사이를 지나 트레일에 올랐다. 편도 1.7마일 구간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차를 타고 오면서 본 불 탄 나무들 속으로 들어갔다. 트레일 쪽에 있는 나무들은 밑둥이 커서 사람 키 두 배 만한 것이 흔했다. 그 큰 나무들이 수두룩하게 무너져 있었다. 대략 절반은 서 있고, 절반은 누워 있었다. 누운 나무들은 뿌리가 완전히 드러나게 쓰러진 것도 있고, 누군가 베어서 그루터기만 남은 것도 있었다. 벤 나무는 죽거나, 병들었거나, 사람들이 다니는 데 위험해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아직 다 못 벤 나무에는 파랑색 페인트로 선을 그어 놨다. 페인트가 그려진 나무는 거의 다 타서 언제든 무너질 태세였다.

세콰이어 국립공원 불타고 넘어져 죽은 남은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누운 나무들은 다시 흙이 됐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있는 누운 나무는 형태만 남은 채 가루 처럼 부스러졌다. 그 색이 나무 처럼 고동색이 아니고 흙 처럼 황토색이었다. 음지에 있어 습기를 머금고 있는 나무는 어제 막 넘어진 것 처럼 싱싱했다. 큰 불이 났어도 나무들이 다 타지 않은 것은 나무 속에 물이 차서 그런것 같았다.

그을린 나무들은 죽기도 했고, 살기도 했다. 산 것은 가지를 다시 내밀었는데, 가지가 두껍지 않고 얇았다. 어른 몸에 아이 팔 처럼 달린 가지가 어색하게 잎을 피우고 있었다. 아내는 "다시 살아 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불 탄 숲을 보며 장송곡을 듣고 있는데, 아내는 탄생가를 듣고 있었다.

폭포 쪽으로 올라 갈수록 공기가 찼다. 나무들은 어느 순간 키 작은 것만 남았고, 풍경은 돌산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도가 높은 곳에는 나무가 자라지 못했다. 우리는 더디게 갔다. 이틀 간 트레일을 하지 않은 영향이 컸다. 다들 몸이 무겁다고 했다. 아내는 유독 더 힘들어 했는데, 시윤이 걱정 때문이었다. 시윤이는 요즘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보였다.

돌산 너머 힘찬 물줄기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토코파 폭포였다. 물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보고 나는 놀랐다. 그 물은 빙하가 녹아서 생긴 것이라는데, 빙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 조차 되지 않았다. 폭포를 보고 내려오는데 시윤이가 들꽃을 꺽어 한움큼 쥐고 왔다. 기분이 좋은지 껑충껑충 뛰면서 갔다. 나는 그런 시윤이를 보며 왠지 짠 한 생각이 들었다.

폭포 트레일을 마친 뒤 셔먼 장군 나무(General Sherman Tree)로 갔다. 킹스캐년에 그랜트가 있다면, 세콰이어에는 셔먼이 있었다. 셔먼 장군 또한 남북전쟁에서 큰 업적이 있다. 시윤이는 그랜트와 셔먼을 학교에서 배웠다면서 종알종알 설명하며 좋아했다. 셔먼 장군 나무는 그랜트 장군 나무보다 더 커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란 설명이 있었다. 크다는 것은 키도 아니고, 지름도 아니고 '부피'(Volume) 기준이었다. 나는 왜 셔먼의 이름을 그랜트보다 더 큰 나무에게 줬는지 알 수 없었다.

제너럴 셔먼 나무를 찍으려면 아이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야 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앞에 사람을 뒤 사람들이 릴레이로 찍어줬다.

셔먼 장군 나무를 본 뒤에 할 일정은 포기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이미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에 여유를 부린 탓에 더 갈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또 다시 구불구불 했다. 한 시간을 이런 산길을 달렸다. 나는 처음으로 운전 하면서 멀미를 했다. 맘이 안 좋아서인지, 산길 때문인지, 컨디션이 떨어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나는 한 시간을 오로지 운전에 전념했다. 운전이 이렇게 힘든 날이 또 있었나 모르겠다. 서부 해안은 다 산이어서 앞으로가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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