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2022년 6월 14일

Holiday Inn Express & Suites Eureka, an IHG Hotel - Lady Bird Johnson Grove Trail-Prairie Creek Redwoods SP Visitor Center-Klamath River Overlook-Boy Scout Tree Trailhead-Weasku Inn

이동거리 175 mi.

금방이라도 곰이나 엘크(Elk) 같은 것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나무는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엄청나게 크고 높았고, 나무 사이사이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큰 나무에서 소리가 났다. 삐그덕 하는 것이 오래된 나무집 바닥을 밟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유니콘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레카로 들어오니 공기가 찼다. 긴팔티에 반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금세 후회했다. 레드우드에서 첫 번째 일정은 레이디 버드 존슨 그로브 트레일Lady Bird Johnson Grove Trail)을 가는 것이었다. 호텔에서 50분 가량 달려 도착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주차장은 차가 20대 가량 들어갔는데 이미 자리가 없었다. 우리 앞에 한 차가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그 뒤에서 기다렸다. 자리가 나는 데 20분 가량 걸렸다.

트레일은 질퍽했다. 전날 비가 온 영향인 듯 했다. 그 전에 다녔던 트레일과 다르게 맑은 날인데도 해가 없었다. 나무가 빼곡해서 길이 그늘 져 있었다. 아침 찬 공기가 더 차게 느껴졌다. 추위를 잘 타는 윤하는 춥다며 덜덜 떨었다. 손이 얼음장 처럼 찼다. 별 특색이 없는 트레일이었다. 트레일은 평탄했고 길에 아이들이 많았다. 주변 나무들 덩치는 엄청났다. 그래봐야 세콰이어 국립공원 나무 만은 못했다. 다만 나무들은 훨씬 더 많았고 더 빼곡했고 더 자연 그대로인 것 같았다. 한 시간 만에 트레일을 마쳤다.

프레리 크릭 방문자 센터(Prairie Creek Redwoods SP Visitor Center)로 갔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101번 도로를 따라 남북으로 매우 길게 있다. 이 길을 따라 주립공원 여러개가 같이 있어서 국립공원이면서 주립공원 이기도 했다. 프레리 주립공원은 엘크가 많은 곳이었다. 방문자 센터 바로 앞이 엘크 서식지였다. 엘크 20여마리가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레드우드 공원은 대부분 주차장이 협소해서 차 댈 곳을 찾는 게 일이었다. 나오는 차가 마침 있어서 내가 차를 대려고 하는데, 다른 차가 가로질러 새치기를 하려고 했다. 나는 얼른 대고 나왔다. 미국에서도 얌체같은 사람은 어디든 있었다. 그럴 땐 행동과 판단을 빨리 하는 게 중요했다.

엘크를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우리 가족은 이번 여행에서 국립공원을 많이 가고, 점심은 국립공원 안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을 애용한다. 아내가 도시락을 싸느라 고생이긴 하지만 이 만한 호사가 없다. 그동안 밥을 먹은 곳은 머리에 잘 그려졌다. 이번 여행을 도시락 여행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밥을 먹고 페른 협곡(Fern Canyon)을 가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페른 협곡에 가려면 비포장 길을 8마일 가야 한다. 이 길을 통과하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했댜ㅏ.나는 허가증이 필요한 지 사전에 몰랐다. 방문자 센터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지 물었더니, 6월 예약은 다 찼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10분 가량을 달려 비포장 길 입구까지 갔다. 세 명의 직원이 임시 텐트 같은 것에 앉아 지키고 있었다. 내가 허가증 없이 왔다고 하니, "못 들어간다"는 당연한 말을이들은 했다. 아쉬움이 남아 내가 "언제부터 허가를 받고 들어가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올해 5-10월 한시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했다. "길이 비좁은데 하루 600대 넘는 차가 와서 위험해서 숫자를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돌아 서는 길에 또 엘크가 있었다. 방문자 센터에서 본 엘크는 뿔이 크고 덩치도 소 처럼 컸는데, 이 곳에 있는 엘크는 덩치가 작고 뿔도 작았다. 아내는 "암컷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게 암컷인지 알 길이 없었다.

또 50분 가량을 달려 북쪽으로 더 올라가 클라마스 강 전망대에 올랐다. 가는 길에 몇 번이나 차가 섰다. 이 곳에선 도로 공사를 하면 한 차로를 막고 한 차로만 운행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쪽 차선에 차를 수 십대 보낸 뒤 반대편 차선 차를 보내는 식으로 교대로 차를 보냈다. 이 탓에 구글 맵에서 나온 시간보다 훨씬 가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트레일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마지막으로 보이스카우트 트리 트레일을 하러 갔다. 이 트레일 코스도 하울랜드 힐 로드(Howland Hill Rd)란 비포장 길을 가야 하는데 중간에 길이 막혀 있었다. 길 막힌 곳에 차 몇 대가 세워져 있었다. 아내는 요세미티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뒤 점점 더 아프다고 했고, 나는 이 트레일을 할 지 말지 고민했다. 아내는 괜찮다며 하자고 했다. 사람들이 막힌 길 뒤쪽에서 나오길래 얼마나 걸어야 하는 지 물었다. 보이스카우트 트리 트레일은 조금 길고, 다른 트레일을 해 보라며 친절하게 몇 마일인지 설명해 줬다. 우리는 일단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조금 지나자 또 다른 사람들이 "엘크를 봤다"고 했다. "뿔이 하나만 있어 유니콘 같다"는 농담도 했다. 다들 트레일이 좋았는지 상기 된 상태였다.

하울랜드 힐 로드는 예쁜 길이었다. 차로 갔으면 "우아" 하고 탄성이 나올 법했다. 나는 둘째 시윤이를, 아내는 첫째 윤하와 손을 잡고 가면서 이 얘기 저 얘길 했다. 요즘은 아이들과 말 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낀다. 시윤이는 요즘 몸이 커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서 사춘기에 들어선 것 같다. 나는 그런 시윤이를 잘 받아주지 못 하고 종종 화를 냈는데, 같이 가면서 풀려고 했다. 시윤이는 서운한 것을 오래 맘에 담아두지 않아서 아빠와 얘기하며 기분이 풀린 듯했다. 나는 시윤이가 진심으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나 또한 좋은 아빠로 성장해야 하는데, 무척 어렵다. 시윤이가 더 성장해야 하는 것 처럼 나도 더 성장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길을 따라 40-50분 가량 가니 보이스카우트 트리 트레일 헤드가 나왔다. 윤하는 트레일 입구를 보더니 조금만 들어가 보자고 했다. 길이 너무나 예뻤다. 나는 망설이다가 그러자고 했다. 시간은 늦었고 아내 허리도 걱정됐지만 이왕 온 김에 조금만 가보자고 했다. 이 트레일도 레드우드의 다른 곳 처럼 숲이 깊었다. 숨을 들이키면 삼나무 향이 가득 찼다. 전에 간 세콰이어와 킹스캐년에선 나무 향이 무겁고 짙었다면, 레드우드 나무의 향은 가볍고 상쾌했다. 나는 나무 내음은 레드우드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길은 진흙 범벅이었다. 어디를 디뎌야 할 지 난감한 곳이 많았다. 20분 가량 가다가 더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내친 걸음 다 할 기세였다. 나는 돌아가자고 했고 서둘러 차로 갔다. 이미 시간은 오후 5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차에 타니 레인저 차량이 들어오고 있었다. 서둘러 나가는데, 뒷 차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분위기로 짐작컨대 늦었으니 공원을 나가라는 것 같았다. 여기는 숲이 깊어 일몰 시간이 가까워 오면 위험할 것이 뻔했다.

101번 도로를 타고 레드우드를 나가는데 가는 길이 장관이었다. 어느 길은 해변을 따라 가서 탁 트였고, 어느 길은 강을 따라가서 예뻤다. 해질 무렵이라 바닷물, 강물에 비친 햇살이 보석 처럼 빛났다. 레드우드는 어딜 가나 산이 깊고, 물이 많고, 나무가 높고 빼곡했다. 레드우드는 그랜드캐년, 아치스, 옐로스톤 처럼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나는 레드우드의 풍광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공원을 나오는 내내 아쉬워서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되뇄다.

숙소가 있는 그랜츠 패스(Grants Pass) 까진 두 시간 넘게 걸렸다. 원래는 레드우드 인근 크리센트 시티에서 자고 가려고 했던 것을,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다음 목적지인 크레이터 국립공원(Crater Lake National Park)과 가까운 곳으로 바꿨다. 가보지 않은 곳의 동선을 두 달이나 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내일은 조금 덜 아쉽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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