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직장에서 좋지않은 일들이 연거푸 일어났다. 조직의 생리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하지만 내게 그런 우울한 일들이 한꺼번에 닥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더욱이 내가 하고 있던 홍보실 일은 적성에도 잘 맞아 애정과 열정을 쏟아왔는데..., 갑작스런 전보발령은 적잖은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복잡한 심경을 진정시기키고자 자연스럽게 여행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내와 이제 고3이 되는 아들에게 가족여행을 제의했으나, 아들은 약속을 이유로, 아내는 속깊은 배려로... 나홀로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평소 지론이 여행은 반드시 가족과 함께, 자동차를 이용해, 젊을 때 가급적 거리가 먼 선진국으로... 원칙을 가지고 있어 다소 주저도 되었으나, 이번엔 나홀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인터넷을 통해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는 특가 항공권을 황급히 구입하고 현지 한국인 여행사를 통해 숙소를 예약한 후, 서점으로 달려가 여행책자 'JUST GO'를 구입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늘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온 터였지만 이번엔 전혀 달랐다. 영어가 서툰 데다 그동안 연습이 전혀 없어 입이 굳어있고, 게다가 태국어는 전혀 몰라 염려가 없지도 않았지만 복잡한 머릿 속을 비우기에는 이런 모험어린 상황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 안의 가시나무 새 내려놓기' 컨셉의 나홀로 여행에 충실하기 위해 카메라는 50미리만 가볍게 챙겨갈까 고민도 하였으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구입한 장비들인데....--;; 플래시와 삼각대 등은 제외하고 최근에 어렵사리 구입한 오두막과 할배 백통만을 챙겨 배낭을 꾸렸다.

이렇게 4박 5일간의 나홀로 배낭여행이 시작되었다.












첫날 카오산로드 인근에 자리잡은 숙소에 짐을 풀고 가까운 삔까오 다리를 찾아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며 주변풍경을 담아봤다. 다리 위에서 연을 날리는 젊은이 들과 저멀리 낚시하는 사람, 태국의 국기... 생경스런 이국의 풍경과 사진적 요소들이 시선을 붙들며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방콕시내의 혼잡한 교통환경. 
택시와 버스, 오토바이와 일명 툭툭이.... 각종 차량들이 뒤엉켜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곤한다. 









때문에 방콕에서는 우리의 한강과 같은 짜오프라야 강과 크고 작은 운하에서 운행되는 각종 배들이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내게는 이런 도시의 다양한 서정성과 역동성이 다시한번 가고픈 추억의 코드로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일명 툭툭이라고 불리는 삼륜차. 극심한 교통정체가 자주 빚어지는 방콕시내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활용되지만 도시 매연의 주범이기도 하다. 
매연이 얼마나 심한지 승객이 옷으로 코를 막고 있다. 

툭툭이를 탈 때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면 운전자가 부르는 요금에서 무조건 절반정도를 깎아 흥정을 한 후에 탄다. 
재미가 곁들인 이런 흥정이 여행의 감흥을 더욱 고조시킨다. 









폐차 직전의 낡은 차량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낡은 버스 뒤에 선명하게 붙어있는 벤츠 로고가 눈길을 끈다. 
이곳 방콕에서도 벤츠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나 보다. 
이 버스는 에어콘이 없는 낡은 버스인데 이런 낡은 버스를 타보는 것도 운치있고 재미있다. 











조그마한 트럭에 무지많은 사람들이 탔다. 
사진찍기 전 차에 탄 사람들에게 Do you know 대장금? 했더니 금방 반응을 보이며 좋아한다. 
사람들이 표정이 밝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내 그 질문 때문이다. 

이후 나는 어디서 왔느냐?는 상대방의 질문에 from Korea 대답 보다는 오히려 Do you know 대장금?을 묻는 일이 많았다. 
택시기사를 비롯 대장금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한류스타 열풍은 이곳 태국에서 상상이상으로 대단한 것 같았다. 

도착 첫날 전신 맛사지를 받고 있는 도중에 라디오에서 우리의 최신 가요가 나오는 걸 듣고 깜짝 놀라며, 
마사지하는 아가씨에게 우리나라 가요라고 했더니 자기 큰 오빠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며 반색을 한다. 
우리 한류열풍과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편의점 등 곳곳에서 이렇게 한류스타가 등장하는 잡지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혼자서 발길 닿는대로 자유롭게 다니다보면 어느덧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사진가의 시각으로 피사체에 빨려들곤 한다.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 

꿈없이 가능한 일은 없다.
먼저 꿈을 가져라.
오랫동안 꿈을 그린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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