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기 까지

2002.10.14 21:28

victor 조회 수:12200 추천:29

비행기 출발시간이 오전 11:40. 새벽 6시에 일어나 서둘러 잠실 롯데호텔에 도착, 7시 출발하는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아침 출근시간과 겹쳐 많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순로롭게 인천공항까지 2시간만에 도착했다. 리무진에서 내려 인천공항에 들어서자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입출국신고서 작성, 짐, 티켓팅 수속을 끝내고, 소살리토 유스호스텔에 전화로 예약을 한 다음, 부모님, 친지등 몇몇분에게 출국인사드린 후, 비행기 탑승전까지 잠시 면세점에서 아이쇼핑을 했다.  


마침내 탑승시간이 되어 간단한 신체, 짐수색과 함께 세관대를 통과한 다음, 여권을 보이고 나오는 마지막 출국 심사대에 40대 중반에서 50대로 보이는 검사원이 앉아 있었다. 아내와 내가 연속으로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인사를 건네는데도 대꾸는커녕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다.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심기가 불편하다. 월드컵 대잔치를 목전에 앞두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좀더 친절히 하여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자는 캠페인이 한창인데, 우리 한국의 관문에서...


도착지 미국까지는 중간에 일본 나리따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행으로 갈아타야 하므로, 우린 일본행 노스웨스트 보잉 747편에 올라탔고, 뒷편 주방옆에 위치해 있는 51,52,53번 석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항공권 예약을 인터넷으로 한데다 좌석위치까지 인터넷으로 미리 확인해 두었기 때문이다. 좌석에 앉고보니 이제부턴 모두가 생경스런 모습들이다. 승무원과 기장 모두가 영어만 사용하는 분위기부터 그렇다. 여승무원들은 모두 동남아 출신들로 보였는데 친절해 보이는 구석은 없고 한결같이 무표정하고 냉랭해 보인다. 연신 환한 미소로 맞아줄 것을 기대했는데 다소 실망이다. 우리의 아리땁고 상냥한 대한항공, 아시아나 여승무원들이 그리워진다.


이륙후 1시간이 지났나? 간단한 기내식이 제공되고 연이어 쥬스와 커피등이 제공된다. 느끼하고 맛이 없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의외로 맛있고 괜찮았다. 이륙하자마자 진영인 신기해서 헤드폰을 끼고 팝송을 따라 부르며 놀더니, 밥먹고나자 연신 쿵쿵따를 외친다. 이휘재, 유재석, 강호동의 믹스된 제스쳐로 "쿵쿵따 쿵쿵따, 산기슭 쿵쿵따, 해뜰녘 쿵쿵따, 해질녘 쿵쿵따....."     


 

일본이 가까워 지면서 멀리 구름위에 살짝 걸친 눈덮인 후지산과 반듯하게 정돈된 논밭과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인천 국제공항에 비하면 나리따 공항은 마치 시골 터미널 같은 느낌이 들었고, 공항은 북적대고 자리가 부족해 서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진영이가 한마디 코멘트를 단다. "월드컵을 앞두고 준비가 이거밖에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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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지 않고 다시 샌프란행 비행기를 탔다. 갈아타는 데도 나리따 공항에서 검색이 철저하다. 기내에 무심코 들어 섰는데 웬 키큰 서양 아줌마가 미소를 띄며 "Hello"하고 인사를 건넨다. 반사적으로 "Hello" 응대하고 돌아보니, 과연 듣던대로 승무원들이 모두 쭈글쭈글한 아줌마들이다. 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승무원들의 태도는 조금 전 탔던 일본행 비행기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대조적이다. 이번에도 같은 51-53번석이었고, 주방이 바로 옆에 있어 주방의 승무원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자기네 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곧잘 웃고 즐긴다. 비행기 좌석이 주방 바로 옆에 붙어 있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샌프란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올 때는 오히려 오랜 비행시간의 무료함을 조금은 달래 줄 수 있는 이점도 있어 괜찮았다.  


이륙후 한시간이 조금 지나자 기내식이 또 나온다. 식사후 승무원이 커피와 음료를 선택하라고 한다. 갑자기 당황해지며 머리속이 바빠진다. 커피한잔을 어떻게 얘기하지? "I want a cup of coffee." 그러자 승무원의 뜻밖의 한마디, "Oh, one coffee?"하며 커피를 건넨다. "그래, 간단한 영어, 이게 바로 살아있는 영어구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옆에서 아내가 곧바로 써 먹는다. "One more, please"


아까 점심 먹었던 게 부실한건지, 아니면 양식이라 그런지 벌써 배가 고파진다. 시계를 보니 4시도 채 못됐는데, 샌프란 시계는 벌써 저녁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어제 그제 연이틀 마신 술 때문에 피곤하여 아직까지는 여행 기분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애써 잠을 청해보지만 잠은 잘 오지않고 요란한 비행기 굉음에 그저 피곤할 뿐이다.


자려고 기를 쓰고 있는데 진영인 자지않고 계속 부스럭 거린다. 잠은 오지않고 배는 고프고 해서 주방에 가 피너츠와 물을 좀 가져오라고 했더니, 승무원에게 가 얘기하여 피너츠와 물을 받아 들고 온다. 비록 기초적인 것이긴 하지만 외국인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해 나가는 걸보니 흐뭇해 진다. 이후 피너츠가 맛있다며 진영인 연신 주방을 들락거리며 피너츠를 받아 온다. 생체리듬을 샌프란시스코 시간과 맞춰야 하므로 억지로 잠을 청해 자는둥 마는둥 하다 샌프란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6시다. 비행기 창문 가리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보고는 탄성을 지를뻔 했다. 창밖에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저 밑에 아름다운 구름바다와 그 위로는 비행기 날개와 나란히 평행선을 그리며 뭉쳐있는 회색 구름띠가 너무도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용 몸통의 모양을 하고 있다. 거기에 이제 막 해가 구름바다 저 너머에 붉은 빛을 발하며, 곧 떠오를 태세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이 광경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싶어 선반위 가방안에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려고 하는데, 아내 때문에 주저가 된다. 아내는 잠을 자고 있는건지 잠을 자려고 애를 쓰고 있는건지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다. 깨울수가 없다. 이 장면 찍자고 어렵사리 든 잠을 깨우고 나면 하루종일 힘들고 피곤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해가 솟아 정면으로 보기 힘들만큼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다. 불과 수분만의 일이다. 아까 보였던 검은색 띠의 구름은 여전히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이제 햇빛에 반사되어 흰색 구름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구름의 색깔이 햇빛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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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햇빛은 점점 강렬해져 간다. 예전에 이렇게 가까이서 강렬한 햇빛을 본적은 없었다. 진영인 아직 잘 생각은 전혀하지 않고 쿵쿵따를 연발한다. 한참하다 "화장실 쿵쿵따, 실내화 쿵쿵따, 화장실 쿵쿵따 실내화 쿵쿵따...." -,-;; 그러다 다시 비틀즈의 "Yesterday"와 "Hey Judy"를 번갈아 가며, 나즈막히 계속 불러댄다. 아빠, 엄마를 닮아서인지 음악을 꽤나 좋아하고 새로운 곡에 민감하다.

식사는 비행기 이륙과 착륙, 각각 1시간 전후로 해서 나오는 것 같다. 저녁은 쇠고기 볶음밥과 치킨 카레밥, 아침은 Asian-style Fried Noodles와 감자, 과일. 진영인 식사 와중에도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번엔 뽕짝으로 연신 흥얼댄다. "A라는 사람도 사랑했지만, B라는 사람도 사랑했지만, 모두가 똑같더라 똑같더라"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어이없어 그저 웃을 수 밖에 없다.


이윽고 창밖에 캘리포니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더니 이내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펼쳐진다. 우리의 뾰쪽한 산과는 다른 둥글고 완만한 구릉과 푸른 숲, 그 사이로 쭉쭉 뻗어있는 도로, 파란 바다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배와 요트들, 반듯하게 정돈된 시내와 아기자기한 집들,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한폭의 그림이었고, 생경스런 풍경이었지만 왠지 낯설다는 느낌은 없고 포근하고 친근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에어리어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어느새 내 머리속엔 그간 인터넷을 통해 익혀 두었던 샌프란시스코의 입체지도가 쫙 펼쳐져 있었고 그 지도속의 위치와 실제 위치를 비교해 가며 "그래 저기가 금문교, 베이브리지, 트윈픽스 그렇다면 금문공원과 알카트라즈는? 그래, 저기였지" 하며 낯설지만은 않은 곳들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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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11시간 45분의 비행(서울에서 일본까지 2시간 15분, 일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9시 30분) 끝에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30분. 한데 비행기에 내려 입국심사를 위해 들어가는데 공항의 벽시계는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4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엔 서머타임이 적용되어 시계바늘이 한시간 앞으로 가 있는데 난 아직 서머타임 적용 전의 시간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한시간을 손해보았다는 생각을 하며 바로 시계바늘을 한시간 앞으로 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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