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행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여행 중간중간 이 여행이 빨리 끝났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 여기에 더 있고 싶다는 적도 있었고...

살면서.... 가는 시간을 잡고 싶은 적도 있고.... 때로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이 참으로 고마울 때도 있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슬픔도, 아픔도, 고통도.... 기쁨도, 행복도, 즐거움도....

나이가 이만큼 들어보니, 감사한 것이 참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 만큼 , 인간의 기억이 자신이 살아온 모든 시간들을 다 담아내어 기억하지 못하고...

죽을만큼 아팠던 기억도, 정말 행복했던 기억들도... 내 기억 속에서는 이미 가물가물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 왜 그렇게 괴롭고 고통스러웠는지, 왜 그렇게 죽을듯이 힘들었는지.... 왜 미워했는지.... 그 "왜"도, , 심지어는 그렇게 아팠었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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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일>  Springdale, UT : Quality Inn at Zion Park에서 숙박 /  Hotel Breakfast (Good)

                      Arches National Park(3) & Zion, Kiva Koffee House



8월 28일, 금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전 중에, 원래는 Double O Arch를 가려고 계획은 세웠으나, 오늘 내로 Zion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있는 Landscape Arch 까지만 가기로 계획을 수정합니다.

호텔에서 check out을 하고, 가방 모두 차에 실고, 붕붕~~~ 출발합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마음을 Moab에, Arches에, Canyonlands에 두고 가는 듯한.... 묘한 아쉬움.....

Arches에서 마지막 트레일에 오릅니다.

처음부터 잔잔하게 시작된 트레일은 마치, 저녁 먹고 슬렁 슬렁 마실나가는 느낌의 코스입니다. 우리가 갔던 Landscape Arch 까지가 그랬습니다. 

어제, 워낙 허덕거렸던 후라.... 뭐 이쯤이야...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아침인데다가 바람은 솔솔 불고...

결코 길지 않은 거리를 걸으니.... 눈 앞에 Landscape Arch가 두둥~~~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1991년에 아치의 일부가 부서져 내려서 그런가... 뭔가 간당간당, 아슬아슬.... 

내 손으로라도 받치고 싶을 정도로 약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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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뒤돌아섭니다....

이 아치가 언제까지 버티고 있어줄까 싶습니다....

아무도 없을 밤 사이에 진흙 좀 들고 가서, 저 가르다랗게 간당간당한 부분에 땜질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가면 볼 수 있는 Double O Arch까지 뜀박질로 라도 가보고 싶지만...  욕심을 주머니에 꾸깃꾸깃 접어 넣으며,  내 눈을 돌립니다.

Zion 까지의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잠시라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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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서 보니, 살벌한 경고문이 Double O Arch 트레일 입구에 있습니다...

에이, 이건 여기가 아니고, Delicate Arch 앞에 있었어야지...나, 죽을 뻔 했잖아....생각하며, 또 자동차 시동을 겁니다.


자, 이젠, 뒤 돌아보지 말고 달려야 합니다... 물론 속도 준수해서... 티켓 받지 않도록 조심하며...


이쯤에서 또 상기되는 것이 있습니다.

12번 도로 선상에 있던 그 커피집!!! KIVA Koffee House!!!

또, 절벽도로!!!

우리는 하이웨이를 마다하고, 사서 고생길로 진입합니다. 당연히, 12번 도로를 달리며, 또 한 번 환호성을 올립니다...

확실히, 다릅니다... 동/북방향에서 달리며 보던  풍광과 서/남 방향으로 달리며 보는 풍광은 많이 다릅니다.

저는 Bryce에서 Capitol Reef 방향이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Arches 에서 Zion 까지 310 mile, 4시간 50분 소요되는데, 달려도 달려도 왜 그리 멀던지요....


일단은 중간기착지를 향해 달립니다.

Escalante Staircase National Monument에  있는  정말 아름다운 커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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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www.kivakoffeehouse.com/   )



아줌마들은 무척 행복해합니다.

Cinnamon Cake 와 커피 한잔 ($3.50)...... 간만에 또 한 번  Luxury해 집니다...

참, 이런 작은 걸로 우리 아줌마들은 참 행복해 합니다...  여자는 분명, 감성이 터치될 때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커피가 걸러놓은 지 좀 되었는지...(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거의 3:45pm 경) , 문 닫을 시간이 되어서 그런지... 

커피가 다 식어 네 맛인지, 내 맛인지....

미안했지만, 우리가 커피 마시려고 여길 거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길래, 정중히 문의합니다...

" 미안하지만 .....커피가 다 식어서요.... "

그랬더니, 그 아가씨.... 새로 내린 아메리까노로 다시 주겠답니다...

어머, 이게 웬 횅재!!!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실 판에, 아메리까노라니....

그런데, 정말 대박 맛있습니다.... 적당히 진하고,, 향 좋고....

난 운전을 내리 해야하니.... 아주 제격이었습니다....

적당하게 독한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기 싫어 비비적 거리며, 조금이라도 더 앉아있고 싶어 악착을 떨고 있는데...

4:30pm이 되니, 눈짓을 합니다...

눈치빠른 아줌마들, 벌떡 일어나 나가줍니다.... 우리가 나가자마자 문을 '철커덕' 걸어 잠그네요....

바깥 patio 테이블에서 사진 찍고....  안 가고, 진상을 부립니다....

가기 싫은 겁니다.... 이 곳이 너무 좋은 겁니다....


또 달립니다....... 12번 Scenic Byway....   멋집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다음 목적지는 89번 도로와 9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Golden Hills Restaurant" 이 타깃입니다.

 이 일대를 여행했던 어떤 분이 얼마나, 맛있다고 추천을 하시던지..... 

마일리지까지 계산해가며, 기어이 그 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거라고 꾸역꾸역 찾아갑니다.

드디어 삼거리(Mt. Carmel Junction)에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표현하기 힘든 ....... 싸한 기분이....... 왜 이리 지저분해!!!!!!?????

식당 부스에 앉아서 메뉴판을 받기는 했는데.......  

아......그러니까........ 글쎼........ 으음...........

서로 아무 말고 못하고..... 억지로 메뉴판에서 뭔가 골라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 메뉴에만 시선이 고정됩니다.

이 때, 역시나 주동자가 나섭니다......." 나가자.... 안되겠다..."


주인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뒤통수까지  미안하다고 인사하며 나갑니다... 

우리가 또 쿨 할 때는 쿨합니다.... 아니면 아닌 거지요....

그렇게 25  mile 정도 남은 Zion으로 향합니다...

Zion의 동쪽 게이트를 지나면서부터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서쪽으로 진행될수록.... 그 탄성은 잦아지고,  Zion의 기운에 눌려 오히려 아무 말도 못합니다.

그러더니 터널을 지나서는.... 잠시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무서워하기까지 하십니다....

난 흐뭇해집니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내 하나님이 만든 것 가지고....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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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찾아, 체크 인 먼저 하고, 방만 휘익 둘러보고, 가방 내려놓고, 바로 식당을 찾아 나갑니다.

호텔 직원이 추천한 Mexico음식을 하는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봅니다...

그런데,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Mexico음식을 싫어하시는 분이 있어... 고르고 고르다가... 또 주동자 나서서 팀 분리 선언합니다..

두분은 Mexico음식을 좋아하고.... 다른 두 사람은 Mexico 음식 별로이니까... 이럴 떄는 갈라서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인듯 싶어...

저는  American Style로 합류합니다.... 둘이서 나가 , " Switchback Grille"로 갑니다.

전에 왔을 떄, 남편과 애들 데리고 참 맛있게 먹었던 식당이라서.... 

둘이서 짝지어 맛있는 저녁을 먹고, 하루를 정리합니다....

다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그런데,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 밤에, Canyonlands에서 별보기를 바람잡았던 터라.... 내 룸메이트 언니가  한 마디 합니다..."자기야, 우리 별 보러 갈까?"

마다할 내가 아니지요.... 사실은 오기 전에, 일행 중 한 분한테 별자리앱까지 핸드폰에 다운 받아오시라고 이미 제안을 했던 터라....

급하게 호텔에서 유료로 Star Walk 2 ($ 2.99)를 다운 받습니다... 또 우리끼리만 가기가  미안해서, 슬쩍 물으니, 다른 방에서도 가겠답니다...

약간은 선선한 바람 맞으며, Zion으로 들어갑니다.

달은 휘엉청 밝고( 내일이 full moon), 불빛이 없는 곳에 이르러 , 차를 세웁니다.

어둑어둑한 하늘에, 핸드폰을 쭈욱 하늘을 향해 뻗쳐들고, 어떻게든 보겠노라고......

다운은 받았는데... 어떻게 적용해 보는지도 몰라 우왕좌왕 하다가... 똑똑한 50대 아줌마들, 금방 방법을 찾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내일이 보름이라는 거죠..... 구름이 살짝 있는 것도 같고.... 하늘 자체가 너무 밝더라는거죠....

카시오페아 하나 봤습니다.... 그것도 육안으로... 별자리앱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생쑈를 하지 않아도... 그냥 다 보이더라구요.......

아무래도, 별자리하고는 합이 안 맞나 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별들이 쏟아진다"고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에휴~~~~~ 한숨을 쉬며, 이제 들어가 자자.... 하며 호텔로 차를 돌립니다....

오늘이 마지막 밤 입니다....

내일이면, 비행기를 탑니다..

내일 Zion에서 반나절 일정 소화하면, 이제 집으로 갑니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사고 없이, 재미있게, 유익하게 잘 여행한 것에 감사를 드리며 잠자리에 듭니다....

잠자리에 누우니....... 눈에 보이는 것은 ....... 아무 것도 없습니다...

떡실신 모드로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눕자마자 골아떨어집니다.... 

'여자가 ,,, 하루에..... 5시간 넘게 운전을 하다니..... 내가 철의 여인일세.... 왜 전에는 엄두를 못 냈을까........

내일은.................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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