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06 14:39
9.25 (토) 코스 Vatican → Napoli → Sorrento → Positano → Roma 주행거리 582km 숙소 제일 민박 (7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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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박물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전에 바티칸 관광을 마칠 생각으로 13:00까지 주차티켓 5장을 구입하여 차 운전대 위에 잘 보이도록 펼쳐 놓았다. 지하철을 타고 서둘러 9시 30분경 바티칸에 도착했는데, 벌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박물관 입장을 위해 늘어선 줄이 까마득하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최대의 중요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의 명성에 걸맞게 관광객 들이 넘쳐나고 있다. 비수기인데도 이럴진데 성수기에는 얼마나 북새통을 이룰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전 중에 관광을 마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두사람을 세워놓고 나는 급히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 주차티켓 3장을 더 구입해 16:00까지 표시하여 차에놓고 다시 돌아와 보니 맨앞 입구에서 차례가 돼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입장후 박물관 입구쪽에 우체국이 눈에 띄어 한국과 미국에 있는 고마운 분들께 엽서를 띄운 후,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작품 들이 전시된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눈에 익숙한 몇몇 작품중 그리스 인들의 트로이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지 말 것을 사람들에게 호소했다가 아테네 여신의 저주를 받아 두 아들과 함께 뱀에 칭칭 감긴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라오콘 상이 특히 눈길을 끈다. 절대적인 신의 권위만이 존재하던 시절에 과감히 그 권위에 도전을 한 인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을 떠나 어떤 자세와 의지로 삶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를 다시한번 곱씹어 주게하는 선명한 시각적 상질물로써 감명깊게 가슴에 와 닿는다.
조각관을 나와 시스티나 예배당 쪽으로 이동을 하는 데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만큼 사람들 많아 혼잡하고 차분한 감상이 어렵다. 그러나 천장 구석구석과 벽면에 온통 창세기의 장면들과 인간군상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이 생생히 살아있는 '천지장조'와 '최후의 심판' 그림을 보며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극히 평범한 공간을 위대한 미술공간으로 재탄생 시켜놓은 미켈란젤로의 천재적 예술성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필생의 역작인 이 두 작품은 각각 4년 5개월과 7년의 세월을 바쳐 완성했다고 한다. 비록 주마간산 격이지만 이런 불멸의 역작들을 가족과 함께 직접 감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개무량할 따름이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그 진부한 경구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천지장조'는 일본의 NTN이 돈을 대 수백년의 때를 벗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문화에 대한 높은 안목과 한참 앞선 투자가 시샘이 날 만큼 부럽기만 하였다.
1시가 거의 다돼 박물관을 나오는데 바로 앞 식당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어 들어갔는데 맛도 없는데다 비싸기만 하여 괜히 속은 기분이 들고 언짢기만 하였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
세계 카톨릭의 총본산인 산피에트로 대성당. 광장 한가운데 서기 40년 칼라굴라 로마황제가 이집트에서 운반해 왔다는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 있었다. 이 대성당 건축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황청은 신도들에게 면죄부를 팔았는데,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종교개혁을 불러 일으켰고 기독교는 구교와 신교로 갈라지는 진통을 겪었다.
대성당에 들어서기 전 오른 쪽에 긴 줄이 늘어서 있어 자세히 보니 큐폴라 올라가는 줄이다. 사실 이곳만큼은 꼭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줄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있어 아쉽지만 포기를 해야 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거대하고 웅장한 분위기에 압도되며 신의 영광을 찬미하는 갖가지 성스러운 조각과 그림들에서 나도 모르게 위압감과 경건함을 느낀다.
입구 오른쪽으로는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슬픔을 삼키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리아의 흐트러지지 않은 절제된 내면의 슬픔과 모성애와 성스러움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았고, 25세의 젊은 나이로 저렇게 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다시한번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톨릭 신자인 아내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경건하고 감격스런 모습으로 찬찬히 둘러보다, 발을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산피에트로 동상의 맨질맨질한 두발을 두손으로 감싸보기도 한다.
지하에 안치된 성 베드로와 역대 교황들의 무덤들을 차례로 둘러본 후 밖으로 나오는데, 한무리의 수녀님들이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했다는 복장을 한 스위스 용병과 사진을 찍으며, 해맑고 천진한 표정으로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좋아하고 있다.
쏘렌토 해안 드라이브
집에 돌아와 차를 가지고 쏘렌토 드라이브에 나섰다. 당초 쏘렌토의 캠핑장에서 묵으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로마의 민박집에서 묵는대신 쏘렌토는 한나절 드라이브 코스로 잡고 나선 것이다. 베수비오 산을 바라보며 가는 길에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났는데, 덕분에 차가 깨끗해 졌다. 서울에서는 비만 오면 먼지얼룩 때문에 세차를 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공기가 깨끗한 탓에 비가와도 얼룩이 전혀지지 않는다.
나폴리의 좁고 구불구불한 시내를 벗어나 쏘렌토 방향으로 진행하며 뷰포인트에 차를 세우고 나폴리 항을 바라보니, 지중해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밝은 햇빛을 받은 나폴리 항이 너무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나폴리를 3대 미항이라고 했던 건 바로 서양녘의 이런 경관 때문에 붙여진 찬사가 아닐까? '나폴리 만큼은 보고 죽자'라는 속담이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 순간이다.
이 근처 어딘가에 임페리알 트라몬타노 호텔이 있다는데, 그곳에서 이탈리아 시인 탓소가 태어났고 괴테, 바이런, 키츠, 셀리, 롱펠로우, 입센 등 유명한 문인들이 머물렀으며, '돌아오라 쏘렌토로'도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이곳도 꼭 한번 들러보리라 별렀던 곳이나, 시간이 늦어져 힘들 것 같다.
쏘렌토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는 데 절벽 위에 독특하게 세워진 마을의 집들과 아름다운 해안, 낙조광경이 조화를 이루어 너무도 멋있게 펼쳐진다. 그런 장관을 오랫동안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해는 조금씩 조끔씩 수평선과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은근히 미국 태평양 연안 1번 도로(Pacific Coast Highway)의 해안가 풍경과 비교해 보리라는 생각으로 요모조모 훑어보며 가는데 미서부의 PCH와는 결코 비교가 되지 않는 멋진 절경이었다.
주말이라 아말피 해안 쪽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나보다. 좁은 해안 길에 차량이 꼬리를 물고 정체가 이어진다. 포시타노에 이르니 어느덧 어둑 어둑해지고 독특한 형태의 산속 집들은 반딧불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고, 바닷물은 달빛을 받아 아른거린다.
저녁 식사를 위해 포시타노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가격도 싼 편이었고 친절하게 맞아줘 남부 이태리 사람들의 소박하고 포근한 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다. 주문한 피자를 장작불에 구우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이제 막 구워낸 피자는 피자의 본 고장임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무척 맛있어서 모두 만족스러워 했다. 이곳 나폴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건 비단 천혜의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이런 맛있는 음식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량견인과 소매치기, 주차위반 등으로 적지않게 입은 경제적 손실, 그보다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낭비와 기회비용... 이탈리아에서의 좋지 않았던 기억과 기분을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보상받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이 되었다.
민박집 아주머니에게는 전화로 저녁을 먹고 있으니 기다리지 말라고 하자 아쉬워하며 간단하게 요기만 하고 늦게라도 집에 들어와 식사를 하란다. 마치 한 식구처럼 위해주는 아주머니의 마음씀이 너무도 고마웠다.
식사 후 아말피 해안은 포기하고 독일의 아우토반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잘 닦인 고속도로 A1 E45를 타고 쾌속 질주하며 로마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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