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05년 5월 19일(목)

오늘의 주요 코스: 오레곤 주의 크레이터 레이크(캘리포니아의 Crescent City에서 숙박)

오늘 아침은 조금 늦게 출발하기로 해서 약간 늦게 일어났다.  그제부터 잠도 많이 못자고 어제도 하루 종일 바빴었기에 정말 늦잠을 잘 것 같았는데, 7시 조금 넘어서 깨버렸다.

다혜는 8시 반까지 잤다.  어제 저녁때 밥과 국을 해놓았기에 우리는 9시 반에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밥먹고 씻고 정리하는 것을 서둘렀다.  그런데 웬걸.. 숙소에서 짐챙겨 나오는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혜를 챙기는 것도 지체시키는 주요한 요인 중에 하나였고.. 결국 짐을 다 싣고 출발한 시각이 오전 10시 였다.  이미 예정된 시각보다 30분이나 지체된 것이다.

어제 출발할 때 차의 트렁크와 좌석의 빈자리 구석구석에 쌓여있던 짐을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다소 정리해서 오늘은 한결 나아진 차의 실내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포틀랜드 남쪽의 I-5 Exit 286으로 들어와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유진(Eugene)까지 내려가고 있는 중에 유난히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아주 넓디넓은 푸른 초장에 양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맛있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었다.  내가 지나고 있는 길이 고속도로만 아니었다면 바로 그 자리에 세워서 사진이라도 몇 컷 찍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시속 70마일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 관계상 그냥 눈요기 만으로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그 곳을 지나면서 다혜 엄마에게 또 비슷한 장면이 나오면 차 세우겠다고 했는데, 또 다시 그런 멋진 풍경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종일 오레곤주를 지나오면서 무수히 양이 방목된 목장들을 봤었지만, 아침에 고속도로 변에서 본 그런 장면의 느낌을 전달하지는 못했다.

크레이터 레이크의 예정 도착시간으로 잡은 것이 오후 1시.  그러나 유진을 11시 30분에 벗어나 그 곳까지 가는 지방도로를 타고 가는 길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간이 지체된 것은 우리는 크레이터 레이크 북단 진입로를 통해 들어가려고 했는데, 막상 그 진입로에 가보니, 차단기가 내려져 있고 바로 앞에는 도로가 아직도 하얀 눈이 쌓인채 어느 차량도 지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이 5월 19일.. 거의 5월 하순인데 그 도로는 아직도 한 겨울이었다.  결국 크레이터 레이크를 보기 위해선 Medford로 향하는 우회도로를 통해 남단에서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돌아가다보니 가뜩이나 지체되었던 시간이 생각했던 시간보다 훨씬 많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캘리포니아주로 들어가서 태평양 해안으로 달리는 101번 도로에 있는 Crescent City까지 가서 숙박하려고 예정하고 있는데 자꾸 일정이 늦춰져서 거기까지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여지기 시작했다.  1시간 동안 자다가 깼는데도 계속 차를 타고 가기에 지루해 하는 다혜를 위해 중간에 어떤 호수에 들려서 20분 정도 쉬면서 놀다가기도 했었고, 차에서 점심먹고 출발하느라 40분이 또 소요되었고..

결국 크레이터 레이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45분경이었다.   여기가 해발 8,000피트니까 백두산 높이 쯤 되는데 산 입구부터 도로 양편으로 지천으로 깔린게 눈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는데도 5월 하순으로 향하는 그곳의 날씨는 아직도 겨울!

크레이터 레이크의 주차장에서 바로 앞에 있는 둔덕에 올라 전망을 보는 순간 정말로 ‘와~!’라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왜 미국 자동차여행을 많이 했던 선배전문가들이 오레곤주에서 이 곳을 강추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말이다.  푸르디 푸른 칼데라 호수가 주변의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여 기가막힌 장관을 연출해서 영하의 온도가 될 듯한 그 기온에서도 봄옷을 입고 있는 우리는 추운줄도 몰랐다.  다혜만 모자까지 다 쓰고도 ‘추워~’를 연발하고 있었지만 부모는 경치에 감탄하고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남기려고 기를 쓰고 말이다.

Crater Lake National Park

그 호수를 보는 순간 4년 전에 가 봤던 백두산 천지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비교가 되었다.
비록 천지의 호수의 크기는 크레이터 레이크보다 반 정도 작지만 전체적인 풍경은 훨씬 더 멋지다고 생각되었다.  단순히 우리것이 더 좋게 느껴지기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백두산 천지는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모두 뾰족뾰족하면서 바위로 된 봉우리들이 기가막히게 어울어져 있는데, 크레이터 레이크는 그 자체로서는 정말 멋지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다소 밋밋한 모양새들이어서 이미 백두산 천지를 봐버린(?) 내게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어제 봤었던 레이니어산의 절경보다 2배 정도나 훨씬 더한 감흥이 있었다는 것을 꼭 남기고 싶다.

오늘 가야할 길이 먼데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된 관계로 4시 15분쯤에 급히 Medford 쪽으로 차를 몰았다.  6시쯤에 그 도시에 도착했고, 다시 I-5 고속도로를 타고 북으로 25마일 정도 달려서 Grants Pass에서 빠져나와 199번 지방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달려 캘리포니아주로 들어와서 Crescent City까지 들어왔다. 일정이 너무 늦어져서 크레이터 레이크를 보고 난 후 다혜 엄마랑 숙소 위치를 상의할 때 Grants Pass에서 199번 도로를 통해 캘리포니아까지 들어가기는 어렵겠다고 얘기했기에 그 중간에서 숙소를 잡으려 했는데, 다혜가 4시 50분쯤에 잠이 들어서 7시가 넘어가는 싯점에까지도 깨지 않고 있다.  결국 다혜엄마랑 얘기하기를 다혜가 자는 김에 숙소도착 시각이 늦어지더라도 예정대로 캘리포니아로 들어가서 숙소를 잡자고 얘기가 되었다.   다혜는 거의 3시간을 자면서 7시 45분쯤에 깼었고, 우리는 O’brien을 지나 Sceinic Road를 감상하면서 Crescent City까지 들어와서 8시 30분쯤에 Econo Lodge에 여장을 풀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중국사람이었는데 비교적 친절했고, 다혜에게 기글스 비디오를 보여주려고 비디오 플레이어를 빌려달라니까 그것까지 빌려줘서, 다혜에게 오늘 여행 중 잘 참은 선물로 식사준비 시간과 식사 후에 기글스와 방귀대장 뿡뿡이 비디오도 보여주었다.

이곳 Econo Lodge는 방 앞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구조의 숙소여서 짐을 싣고 내리기가 참 용이했고, 어제 Super 8에서처럼 짐을 들여오고 나갈 때 주인 아주머니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좋았다.  오늘은 이 도시가 비교적 한적한 곳이어서 쿠폰북의 숙소가 많지 않았기에 그것으로 숙소를 구하지는 않았는데, AAA보험의 멤버십 카드로 할인된 가격으로 $52(Tax포함 $57.2)에 방을 구했었다.  비록 어제 것보다는 13달러나 비쌌지만 방이 더 넓고 침대도 킹사이즈여서 나름대로 만족한다.

오늘도 지금 가족들은 모두 자고 있다.  지금 시각이 새벽 1시 01분이다. 하루종일 운전하고 다녔더니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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