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2022년 6월 15일

크레이터 레이크 롯지-Wall Street Suites

이동거리 106 mi.

벤드(Bend)에선 특별히 뭘 안 해도 좋았다. 동네가 크지 않아 걷기 좋았는데, 거리를 따라 잔디가 깔려 있어 더 좋았다. 공원 인근에 장이 섰다. 갓 딴 채소와 과일, 막 구워낸 빵, 신선한 벌꿀 등이 있었다. 사람들은 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채워 돌아갔다. 우리는 아침에 먹을 샐러드와 벌꿀, 크로와상을 샀다. 이렇게 장에서 물건을 사면 돈을 쓰고도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어제 일찍 잠들었는데 늦게 일어났다. 밤에 몇 번을 깼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비염이 도졌고, 점점 심해진다. 이날 밤은 코가 막혀 잘 수가 없었다. 코에 뿌리는 약을 한 뒤에 간신히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굳고 체온이 떨어져 한참 정신이 없었다. 호텔 생활을 오래하니 컨디션 관리하는 게 어렵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니 이내 아침 10시가 됐다. 크레이터 레이크 롯지(Crater Lake Lodge)는 아침부터 지붕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 탓에 롯지 정문은 공사 차가 점유하고 있었고, 우리는 짐을 나르느라 애를 먹었다.

호수를 끼고 북쪽으로 차를 몰아 어제 다녀간 전망대 지를났다. 어제보다 날이 따뜻해져 눈이 많이 녹아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공원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지 차를 세워 사진을 계속 찍었다. 공원 밖으로 나갈 땐 공원 입구 간판에 가서 또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벤드(Bend)로 가는 동안 지금까지 간 국립공원 중 어디가 가장 좋은 지 순서를 매겼다. 둘 다 크레이터 호수 공원을 최고로 쳤다. 여름에 눈을 본 것이 그렇게 좋았던 것 같다. 윤하는 또 오레건에 있는 레드우드와 캘리포니아의 요새미티가 좋았다고 했다. 모두 산이 깊고 나무가 크가 물이 많은 곳이었다.

오레건은 사막이 대부분인 캘리포니아에 비해 비옥해 보였다. 캘리포니아에 비해 풍광이 좋고, 산이 좋고, 덜 붐비는 오레건이 더 살기 좋다는 생각을 했다. 시윤이는 세도나가 좋다고 했다. 세도나는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국립공원 이상으로 나 또한 좋았던 곳이다. 나는 만약 다시 오게 된다면 세도나, 레드우드, 자이언을 오고 싶다.

벤드가 예쁜 도시라고 해서 포틀랜드에 바로 안 가고 들렀다. 아내 허리가 계속 좋지 않아 오늘은 점심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 대신 포 비에 앤드 카페(Pho Viet & Cafe)란 곳을 검색해서 갔다. 사람을 기다리지 않게 해 우선 맘에 들었다. 주문도 빨리 받고 음식도 빨리 나오고 부르면 바로 왔다. 미국 식당은 서버가 올 때 까지 넋 놓고 기다려야 하는 게 늘 불만이다. 오징어 튀김과 쌀국수 두 개, 치킨 팟타이를 시켰다. 네 가족이 배불리 먹고 팁을 포함 약 80달러를 썼다.

식당 바로 옆에 병원이 있었다. 미국은 아프면 우선 어전트 케어(Urgent Care)에 간다. 어전트 케어에서 웬만한 것은 다 봐준다. 아내의 허리가 걱정이라 병원에 들렀다. 예약 없이 갔어도 20-30분 가량 밖에 기다리지 않았다. 진료 한 시간 만에 엑스레이를 찍었다. 뼈는 다행히 이상이 없었다. 통증이 계속 있으면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했다. 엑스레이 찍고 의사 소견을 듣는 데 300달러 가량 들었다.

우리는 약도 사고 장도 볼 겸 인근 세이프웨이에 들렀다. 동부에 퍼블릭스가 많다면 서부에는 세이프웨이가 많았다. 퍼블릭스, 세이프웨이는 주로 중산층 백인이 장을 보는 곳이다. 가격이 싸진 않지만 신선식품이 비교적 괜찮다. 우리는 타이레놀과 고기, 채소 등을 사서 숙소로 갔다.

벤드는 동네가 작아서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았다. 숙소는 주방이 크게 있고 주방기기가 잘 갖춰져 있어 아내가 좋아했다.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반찬을 만들고 먹을거리를 정리했다. 우리는 오븐에 돼지고기 덩어리를 넣어 둔 채 시내 구경에 나섰다.

벤드 시내는 아담했다. 미리 봐 둔 젤라또 아이스크림집(Bontà Natural Artisan Gelato)에 들러 두 개를 주문해서 나눠 먹었다. 이 집 젤라또 아이스크림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많이 달지 않고, 담백했다. 우리는 라벤더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시켰는데 향이 제대로 났다. 나는 살면서 이보다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내도 내 생각에 동의했다. 우리는 내일 또 오자며 하나 더 먹을까 하는 생각을 지웠다.

벤드에서 먹은 젤라또는 지금까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최고였다.

다운타운 바로 옆 공원에 이날 장이 섰다. 파머스 마켓 같은 것이었다. 여행자에게는 가는 날 장날인 행운이다. 나는 나이 들어 장 선 것을 좋아한다. 장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이 뭘 먹고, 무슨 표정을 하고, 어떤 물건을 좋아하는 지 볼 수 있어 좋다. 이미 저녁 시간 때여서 그런지 물건들이 많이 빠졌다. 하지만 그 없는 물건 조차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사갔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이것저것 물건들을 담았다. 파는 것들은 대부분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30-50% 비싼 느낌이었는데, 품질은 훨씬 좋아 보였다.

벤드에서 오랜만에 거리의 악사를 봤다. 미국은 뉴욕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곤 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거리를 걷는 사람이 잘 없고 대부분 차를 타고 다녀서 그런 것 같다. 벤드는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녔고, 분위기도 유럽의 어느 도시 같았다.

벤드 공원 앞에 장이 섰다. 파머스 마켓에서 파는 것은 대체로 가격이 마트보다 비싸고 품질은 마트보다 좋다. 파머스 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여행의 큰 재미다.

지나는 길에 작은 광장 같은 곳에서 맥주를 팔았다. 벤드는 맥주 양조장이 많아 지역 맥주가 발달 됐다고 어디선가 봤다. 나는 맥주 한 잔을 먹고 가겠다며 IPA 한 잔을 시켰다. 생각보다 맛은 좋지 않았다. 텁텁하고 씁쓸해서 마트에서 파는 IPA 만 못했다. 그래도 나는 한 잔을 다 비우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서 우리는 돼지고기를 오븐에 통째로 구워 듬성 썰어 수육처럼 먹었다. 우리는 주방이 있는 숙소에 가면 되도록 고기를 먹는데, 고기를 먹으면 왠지 잘 먹은 기분이 든다.

오는 길에 부동산 중개소 같은 곳이 있어 집 가격을 봤다. 평범한 2층 집은 100만달러 조금 안 됐다. 방 세개, 욕실 세 개, 차고가 있는 집이었다. 비슷한 크기의 조지아 집은 30만달러 안팎이니, 세 배가 넘었다. 좋은 집은 200만달러 가량 했다. 어쩐지 동네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동네를 돌아보며 특이했던 것은 유색인종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흑인은 딱 한 명 봤고, 아시아인은 식당과 우리 숙소에서만 봤다. 벤드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나는 이 돈 내고 벤드에선 안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벤드의 물가는 샌프란시스코 못지 않게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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