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주가 접하는 포코너스

Four State Corners
미국 지도를 보면 50개 주 중 본토에서 떨어져 나간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하고 48개 주 가운데 4개주의 경계가 동시에 맞닿아 있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는데 그곳이 바로 이름하여 ‘포코너스(Four State Corners)’이다. 유타(Utah)의 동남쪽과 콜로라도(Colorado)의 서남쪽, 그리고 애리조나(Arizona)의 동북쪽과 뉴멕시코(New Mexico)의 서북쪽 모서리가 열십자를 그리고 있는 곳이다. 주(State) 하나가 어지간한 나라만큼이나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하필이면 인디언들이 살던 4개주의 중심 부분에 포코너스의 중심축을 박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개 주 경계는 높은 산맥이나 큰 강물, 또는 특별한 경계선이 될만한 곳을 따라 정하는 것이 통례인데 포코너스 바로 옆에는 좌측으로 거대하고 긴 콜로라도 강(Colorado River)이, 우측으로는 장엄한 로키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도 이런 지형을 다 무시하고 아무 볼 것도 없고 특징도 없는 땅에 4개주의 경계가 교차한다는 점이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포코너스를 중심으로 4개주는 원래 인디언들의 땅으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비롯하여 메사버드(Mesa Verde) 국립공원과 캐년드셰이(Canyon de Chelly) 국정공원 등 수많은 인디언 유적들이 있다. 지금도 인디언 자치구역으로 남아있는 곳들이 있고 그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인근 도시들과 마을에서는 매년 대대적인 퍼레이드와 축제를 계속하고 있다. 포코너스 자체는 진짜 볼품이 없다. 나지막한 언덕배기 위에 대략 10평 정도의 평지 바닥에 시멘트를 깔아 놓고 그 위에 사기 타일을 붙여 열십자로 4개주의 경계를 표시해 놓은 게 전부다. 해당 주의 이름과 그 주를 상징하는 마크 및 깃발만 꽂혀 있을 뿐 그 이상의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물론 내 작은 몸 하나로 4개주의 땅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는 희열은 느낄만하다. 왼팔은 유타주를 짚고 오른팔은 콜로라도에 올려놓고 그리고 왼발은 애리조나에, 오른발은 뉴멕시코에 각각 올려놓을 수 있다. 일행이 있다면 엉성하게 만든 나무 계단위로 올라서서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면 근사한 기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기에 하나의 보너스가 더 있다. 현지 인디언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머리에는 새털을 꽂은 인디언 복장을 하고 기념이 되게끔 사진을 함께 찍어준다. 물론 주위에는 현지에서 채석하고 가공한 기념품들도 팔고 있는데 섬세하지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곳을 가려면 중간에 비포장도로도 더러 있기 때문에 4WD 자동차가 유리하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적반하장격으로 이 나라의 주인이 바뀐 오늘 이들 인디언들에게 남은 것은 세계최고의 부강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허울 좋은 명색과 소외감이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모든 문화의 혜택도 배제된 채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볼 때 잘 살던 친정이 망해 버린 뒤 시집 식구들한테 홀대받는 며느리가 연상된다. 위의 4개주와 동시에 이곳이 나바호 인디언(Navajo Indian Nation)들과 유트 인디언(Ute Indian Reservation : 보호구역 또는 자치구역이라고 해석해도 무방 할 듯)의 접경지역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깃발도 함께 걸려 있다. 실제론 식스(6) 코너스가 되는 셈이지만 현재 유트 인디언(Ute Indian : Utah주라는 명칭의 근원)들은 거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 미주 중앙일보 ‘김평식의 신미국여행’ 중에서-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3922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988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6337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540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20631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615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834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765 2
151 공짜로 즐기는 라스베가스의 무료 쇼 [3] baby 2005.04.15 12457 98
150 캘리포니아의 스키리조트 ③ (겨울철 레이크 타호) [5] baby 2004.12.30 12415 79
149 꿈 같은 미국 북서부 여행 (옐로스톤과 몬태나 남부, 그리고 아이다호 숲길 드라이브) baby 2013.01.26 12250 0
148 롱비치의 퍼시픽 수족관 (Aquarium of the Pacific) baby 2006.01.21 12186 427
147 LA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 (Petersen Automotive Museum) baby 2013.01.27 12153 0
146 45일간의 일정 : 미국 완전정복(45일간 27개주를 달리는 총 예상주행거리 약 12,000마일의 여행계획) baby 2013.01.30 12113 0
145 겨울철 그랜드서클 지역 여행에 관한 Q&A ★ [1] baby 2004.11.28 12092 115
144 와이오밍주의 데블스 타워 (Devils Tower) ★ [1] baby 2005.12.25 11802 81
143 뉴욕주 세인트 로렌스 강 상류의 천 섬 (Thousand Islands) baby 2013.01.30 11771 0
142 사우스다코타 블랙힐스 여행 ④ (블랙힐스의 기타 관광명소) ★ baby 2005.04.25 11761 99
141 레이크 파웰의 레인보우 브리지 (Rainbow Bridge National Monument) ★ baby 2006.02.05 11738 116
140 포틀랜드의 한인이 운영하는 숙소 baby 2005.03.18 11706 85
139 유타주 오지여행 (4) : 자이언의 엔젤스 랜딩 트레일 (Zion Angels Landing Trail) [1] baby 2013.01.25 11666 0
138 [re] 미서부 여행 일정 (그랜드서클 지역과 옐로스톤 국립공원) [2] baby 2004.07.29 11662 90
137 [re] 아래를 읽고 추가 질문 여쭙습니다.!!!(라스베가스 외곽, 세도나, US-395번 도로) [1] baby 2004.04.15 11607 112
136 [re] 3월말 밴쿠버를 출발해서 돌아오는 미국서부여행 [2] baby 2005.03.13 11509 160
135 캘리포니아의 고래관광과 롱비치 수족관 [1] baby 2005.01.18 11369 140
134 [re] 몬트레이와 카멜, 그리고 산타바바라의 숙소정보 [1] baby 2004.07.12 11368 96
133 [re] 커리빌리지에 대한 의견 (Yosemite Curry Village) ★ [11] baby 2005.03.18 11154 122
132 콜로라도 블랙캐년 국립공원 (Black Canyon of the Gunnison) baby 2013.01.27 11071 0
131 Cold Mountain 여행 - 2편 : North Carolina 서부와 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 지역 ★ [1] baby 2004.02.20 10960 96
130 (그랜드서클지역 : Utah & Arizona) Moab - Bryce - Zion - Kanab - Lake Powell - Grand Canyon - Sedona - Canyon de Chelly (홍지형님 여행계획 검토 2편) baby 2013.01.27 10926 0
129 캘리포니아의 주립공원들 (California State Parks) baby 2013.01.27 10916 0
128 네바다주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 (Great Basin) [1] baby 2006.01.19 10905 100
127 글래이셔 국립공원의 숙소 가이드 (Glacier & Waterton Lakes Lodging Guide) ★ baby 2006.05.23 10847 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