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아흐레째.
어제 오후부터 괜시리 잠깐씩 시무룩해 하는 아내의 마음을 난 이해한다. 즐거운 여행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내일 저녁에는 다시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여행이 너무 즐거워도 이럴 땐 문제가 되기도 하는가 보다.
난 그런 아내의 마음을 일부러 모른 척 하며, 더 흥을 돋구기로 했다. 장훈이가 좋아해 이번 여행에서 카스테레오로 백 번 이상을 들었을 만한 그 노래의 볼륨을 높이며.
빡빡한 일정 탓에 비싸게 예약한 SANDIEGO의 the Dana on Mission Bay Hotel의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오전에 서둘러 Legoland가 있는 Carlsbad로 향했다. Sandiego의 호텔에서 약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carlsbad의 유명하다던 flower garden의 꽃들은 5월 중순인데도 벌써 시들어 있어 구경거리가 되진 못했다. 대신 그 옆에 넓직하게 자리잡은 꽤나 고급스러운 outlet 매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아내에게는.
우린 legoland 관광 후로 쇼핑을 미루고, 매장입구에 있는 ruby’s라는 식당에서 팬케잌과 오믈렛으로 괜찮은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Legoland는 앞서서도 밝힌바 같이 장훈이 정도의 5-6세 아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그런 놀이 공원이었다. lego라는 독특한 caracter를 이용해 조성한 이곳에서는 장훈이처럼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주행운전 시험을 보게 한 후 driving license까지 발급해 주며 어린 아이들의 기쁨을 배가 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3-4명의 한 가족이 한 팀이 되어 lego로 제작된 빨간 소방차를 20여미터 직접 운전한 뒤, 불을 끄고 돌아오는 game이 있었는데, 우리가족은 열악한 나이구성에도 불구하고(1등한 가족엔 10살내외의 아들이 두명이나 있었음) 당당히 준우승도 할 수 있었다.
오후 늦게까지 우린 lego로 된 마을에서, lego로 된 자동차, 배, 기차 소방차 등을 타며 시간을 보낸 후, 오전에 봐 두었던 Carlsbad outlet으로 갔다. 우선 장훈이를 달래기 위해 toy store에서 멋진 자동차 하나를 사서 손에 쥐어주고 쇼핑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 기간 중 다녀 본 세군데의 outlet 매장 중 brand와 상품의 다양성,편의성 등에서 난 이 곳 Carlsbad outlet을 가장 우선순위로 추천한다.
쇼핑을 마치고 LA에 예약해 둔 HOTEL로 가기 위해 해 저문 5번 highway를 따라 anaheim부근을 지날 때였다.
갑자기 시작된 밤하늘의 폭죽소리와 함께 하늘이 온통 불천지가 되었다. 이틀 전 디즈니랜드에서 보았던 fireworks가 마침 그때 시작된 모양이다.
우리가족은 운 좋게도 anaheim주변의 확 트인 highway를 달리는 10여분 동안이나 그 화려한 불꽃놀이를 한번 더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난 운전하느라 제대로 바라보진 못했지만, 불꽃 터지는 폭죽소리와 함께 뒷좌석의 아내와 아들이 “와-, 와-.” 환성을 질러대는데 난 그냥 감사했다. 여행끝머리의 우리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이런 기쁨을 안겨준 누군가에게.
LA의 downtown에 자리한 hotel miyako에서 마지막 남은 발렌타인과 라면을 처리(?)하며, 여행이 끝나가는 안타까움을 그렇게 달랬다.
밤이 깊어가는데도 끊이지 않고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울려대는 구급차인지 경찰차인지 모를 사이렌 소리가 더욱 심란하게 느껴지는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