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 금요일 날씨 맑음

모텔에서 빵, 우유, 모닝커피, 캔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군요. 그리고 코인 세탁기 및 드라이기도 있습니다. 얼음은 공짜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대비 그리 나쁜 모텔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시 글레이셔 공원내로 진입해 lake mcdonald 호수를 따라 동진, 본격적인 탐사에 들어갔습니다.

오오오옷!!!, 아아아앗!!!, 옷, 앗, 우아아....

연신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다리가 저리저리, 힘이 빠진 듯 정신이 몽롱합니다. 깎아지른 절벽에 간신히 걸린 도로를 타고 올라가면서, 도로 폭이 너무 좁아 앞쪽에서 차라도 올라치면 더더욱 절벽아래로 떨어질 듯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갑니다. 조금만 절벽쪽으로 치우치면 조수석과 뒷좌석에서 비명이 터져나옵니다. 오오오옷!!!

비경이 따로 없습니다. 알프스에 온 듯 산들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피라미드 같이 삐죽 솟은 산이 있는가 하면, 공룡의 등처럼 연속적으로 머리를 내밀고 길게 굽이치는 봉우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빙하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깊은 골짜기에는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 가히 나무의 바다와 같습니다.  이리굽이 저리굽이 산을 비스듬히 따라 올라가면서 포인트 포인트 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합니다. “heaven peak"도 있습니다.

그러기를 한참, 드디어 그 유명한 "Logan Pass visitor center"-미국내 국립공원 비지터센터중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곳,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2,025m입니다.그라운드 스퀴럴(땅다람쥐?)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사람주위로 몰려듭니다. 신발을 고쳐 신고, 물과 약간의 간식을 챙긴다음 트레일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Hiden lake nature trail"로 많은 관광객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비지터 센터 뒤로 1.5마일을 올라가면 hidden lake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고 다시 1.5마일을 더 가면 호수에 도착합니다.

처음에는 완만한 경사로 시작했다가 중간쯤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사면을 나무판자로 잘 정비해 놓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한라산 영실에서 윗새오름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웅장함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고산지대의 배경을 그려보시면 거의 유사합니다.

아름다운 고산지대의 꽃들이 온 산을 물들이고 있고, 2,000미터 이상의 준봉들에 걸린 만년설이 눈을 시리게 합니다. 중간중간 새하얀 털을 가진 goat 가족들이 등산로를 가로질러 넘어갑니다. 트레일을 막고 서 있는 숫놈도 있습니다. 눈부시게 흰 털로 덮여있는데다 기품 있는 수염까지 있어 산신령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와 마주치자 아주 의연하게 어슬렁거리며 트레일을 따라 앞서 걷다가 뒤를 힐끔 힐끔 돌아 볼때는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트레일을 벗어나서 몇 걸음 걷다가 물끄러미 우리를 지켜봅니다. “왜 안따라와?”하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아주 묘합니다.      

드디어 등성이를 하나 올라서자 새로운 비경이 펼쳐집니다. hidden lake입니다. 아아아앗!! 오오오옷!! 이런 고산준봉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이렇게 거대한 호수가 숨겨져 있다니...
제가 작명을 한다면 ‘secret lake’로 하겠습니다. 호수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들은  2,700-2,900미터급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깨에는 만년설을 훈장처럼 두르고 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멋있습니다.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올라왔으니 내려가야지요. 아쉽고 미련이 남습니다. 그러나 때가되면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지 않으려 버텨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시간이 우리를 밀어 내고 말테니까요.

다시 차를 타고 공원의 동쪽입구인 St. Mary로 내려와서 89번 도로를 타고 9마일을 북상, Many Glacier 방향으로 좌회전 하여 12마일 정도를 서진하면 Swiftcurrent lake가 나옵니다. 그기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참고로 공원내 숙소는 서쪽입구, 맥도날드 호수가, 세인트메리 호수가인 라이징 sun, 그리고 스위프트커런트 등에 있습니다. 다들 경관이 우수합니다. 그러나 금액이 다소 비쌉니다. 저는 그중 가장 저렴한 “스위프트커런트 모터 인”으로 잡았습니다. 1박당 126불(세금포함)입니다. TV도 없고 인터넷이 안되는군요. 하루 밤만 자고가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바로 옆에 캠핑 그라운드가 있어 저녁식사후 산책겸 둘러보았습니다. 꽉 찼습니다. 다들 장작불을 피워놓고 두런두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군요. 캠프 그라운드 1개소(RV 또는 승용차 1대가 주차할 수 있고 텐트를 칠수 있는 공간, 식탁겸 의자, 바비큐 시설, 장작불을 피울 수 있는 시설 구비) 사용료가 15불이고, 본인이 직접 차를 타고 돌아보며 원하는 그라운드를 점유한 후 다시 오피스로 돌아가 스스로 등록(셀프)하고 돈을 봉투에 담아서 무인포스트에 넣도록 되어 있군요. 신용사회입니다. 다만 샤워시설은 안보이는 군요. 장작은 바로앞 가게에서 팔고요, 샤워티켓을 별도로 끊으면 가게에서 샤워도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맘만 독하게 먹으면 경제적이면서, 더 운치 있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화장실요? 캠프 곳곳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글레이셔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침일찍 서쪽으로 진입해 몇 군데 트레일을 따라 산행을 하신후 동쪽으로 빠져나와 스위프트 커런트 호수 쪽에 오후 4:30까지 도착하시면 투어유람선이 있습니다. 배타고 가서 트랙킹한 후 돌아오는데 3시간여가 소요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에서 숙박을 하면 완벽한 하루가 될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09:30 말을 타고 산책하는 ‘트레일 라이드’가 있습니다.

오늘은 말이 길어졌습니다. 아직도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내일은 캐나다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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