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셋째날) -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원래는 아침 일찍 7시에 일어나서 자이언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브라이스캐년을 관광한 후에 캐납에서
숙박하기로 계획을 하였으나 연 이틀동안 너무도 열심히 라스베가스를 구경하는 바람에 온가족이
지쳐서 잠에 떨어진 이후 제일 먼저 눈을 뜬 내가 일어난 시간이 아침 8시 30분이었다.
호들갑을 떨어 온 가족을 겨우 기상시킨 시간은 무려 9시 30분...계획은 역시 계획일 뿐이다.
서둘러 준비를 하였는데도 로비에서 사진도 찍고 너무도 떠나기 싫은 Bellagio라서 이곳 저곳을
들러보는 여유를 부리다가 10시 20분경에야 겨우 Check-out을 할 수 있었다.
Check-out할 때도 종업원이 보여준 친절은 역시 최고급호텔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추후 라스베가스를 가실분들은 꼭 한번 숙박해 보시길을 권유합니다.(평가 : *****)

시간을 아끼느라 '맥'에서 간단히 버거 & 콕으로 브런치를 준비한 후 95번 도로를 빠져서 자이언을 향해
급속패달을 밟았다. 차안에서 먹는 햄버거의 맛은 과거 미국 유학시절 배낭여행을 할 당시 무작정 떠난
장거리 여행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였다. 아이들도 무척 즐거워했다. 큰 딸은 지금 미국에서 공부
하느라 늘상 하는 일이라서 당연시하면서 햄버거는 뭐니뭐니해도 'In & Out'이 최고라며 미국내 각종
햄버거 브랜드에 대한 품평회까지 하였다.

그런데 한 1시간 가량 집사람과 함께 즐겁게 미국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운전을 하고 가는데 왠지
나와야 할 목적지가 나타나질 않는 것이다. 이상한 기분에 지나가는 길표지판을 보니 네바다주 서쪽방향
데쓰벨리 쪽으로 계속 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뿔싸, 이런 낭패가 있나...
가족여행을 많이 하였지만 항상 치밀하게 준비를 하여 한번도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고생한 적이 없는데
라스베가스를 빠져 나오면서 US-95번도로에서 I-15번 도로로 접속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가족과
얘기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그만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은 것이다.
고속도로상에서 급히 U-Turn... 라스베가스로 다시 돌아갔다.
US-95번과 93번 도로를 거쳐서 I-15번 도로에 접어드는데 무려 2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오늘은 어쩐지 계획대로 돌아가는 일이 하나도 없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훨씬 넘어 1시가 가까워졌다. 할 수 없이 자이언이던 브라이스던 한 코스는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봉착하였다. 운행중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여행안내서에 유타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브라이스캐년이라는 평가를 본 적이 있어서 자이언을 포기하기로 결정하였다. 자이언 캐년을
가기 위한 진입로인 UT-9 입구에 도착하자 다시 망설여 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시간상
도저히 두 곳을 다 관광하기는 불가능하여 눈길을 돌려 I-15번 도로를 따라 Cedar City까지 달렸다.
혹시 UT-9을 따라 가다보면 자이언을 보고싶을까봐 Cedar City까지 가서 유타주의 'Scienic Byway'중에
하나인 UT-14번 도로를 따라서 브라이스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UT-14번 도로는 아주 높고 긴 산맥을 타고 넘는 코스로 꼬불꼬불 경사진 도로를
따라 길 양측에 펼쳐진 주변의 경치가 아주 아름다운 길이었다. 기암절벽과 새끼 캐년같은 형형색색의
바위돌들, 울창한 나무숲이 있는가하면 간혹 산 허리에 호수도 있고하여 조금도 지루하지 않는 길이었다.
다시 US-89번 도로를 따라 브라이스캐년에 도착한 시간은 무려 오후 5시 50분경...
이제 고민은 몇 시까지 공원에 입장할 수 있는가 하는 원천적인 문제에 부닥치게 되었다.
다행히도 브라이스캐년은 24시간 개방을 하는데 일몰시간이 오후 8시 30분 경으로 지금 입장하면 해질무렵
까지 2시간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관광이 가능하다고 레인저가 안내를 해주었다.
오히려 오후 늦은 시간에 도착한 것이 더 잘한 선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였다.
(이유는 바로 뒤에 알게됨)

공원 입구에서 미국내 국립공원 입장에 필요한 Annual입장권을 $50에 구매하고 급히 투어에 돌입하였다.
(원래 차량당 $20인데 내일부터 가야할 국립공원이 세군데나 되어 더 경제적인 Annual입장권을 구매함)
역시 브라이스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물경 7시간여를(2시간 낭비) 달려서 찾아온 곳이 아닌가 ?
말 그대로 석양에 경치가 그만이라고 하여 이름지어진 'Sunset Point'는 해질무렵에 들리기로 하고
바로 위에 위치한 'Inspriration Point'부터 감상하였다. 아니 이럴수가...
노란듯 붉은색, 붉은듯 노란색, 간간히 섞인 흰색의 조화, 마치 꽃을 수놓아 놓은 듯한 현란한 색의
향연이 드넓은 들판에 펼쳐져 있었다. 모양새가 마치 잘 깍인 체스 말같기도 하고 저녁에 산상기도를
듣기 위해서 운집한 수많은 군상들의 모습같기도 한 형형색색의 바윗돌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더욱 아름다운 운치를 더하는 것은 '生千死千'이라고 불리는 아름드리 주목들이
널부러져 있다는 것이다. 화사한 꽃돌들과 독야청청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주목들의 조화...우와~~
맨 꼭대기(해발고도 8,300피트)에 위치한 'Bryce Point'에서는 브라이스의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브라이스의 뒤통수 부분을 볼 수 있는 'Paria View'는 또 다른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맨 아래에 위치한 'Sunrise Point'를 거쳐서 석양 무렵에 도착한 'Sunset Point'의 모습은 단연 압권
이었다. 석상들을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으며 석양에 물들어 붉은 빛깔로 변한 경관은 그져...
'Wonderful!!!'만을 연발할 뿐... 꾸불꾸불 나 있는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브라이스를 그냥 품에
안을수가 있다. 조물주의 위대하신 천지창조 능력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해가 뉘엇뉘엇 저물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브라이스를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모두들 체 가라앉지 않는 감동을 가슴에 담은체 입구쪽으로 하산하여 저녁식사를 하였다.
Best Western모텔 주변에 있는 뷔페식 식당이었는데 음식값도 $15로 비싼편이 아니고 먹을만 하였다.
아침은 물론 점심도 노상에서 버거로 때운 날이라서 저녁식사를 뷔페로 하길 잘한 것 같다.
배부르게 먹은후 거의 22:00경에야 Kanab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바쁜 마음에 과속을 좀 하였는지
겨우 1시간 10분만인 23:10경에 호텔에 도착하였다. Kanab까지 US-89번은 순탄하던데요...?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한 곳이라 출발전에 늦겟다고 전화를 하고 출발하였는데 너무 일찍 도착하여
주인장이 비행기로 날라왔느냐고 농담을 건내며 한국인을 잘 안다고 하였다...???  

숙소는 'Clalion호텔' 간판이 있는 'Victorian Charm Inn'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맘에 들었다.
젊었을 때 주한미군으로 대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노인양반 부부와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윗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유럽풍의 브라운색 삼각지붕을 한 건물과 내부는 마치 가정집에 들어온
것과 같은 포근한 분위기의 실내장식, 고풍스러운 원목침대와 방 내부 가구들 하며 버블 목욕이
가능한 욕조(Whirlpool-in Bath) 등 각종시설은 물론이고 아침식사도 앙케이트를 통하여 손님이 원하는
식단과 요리방법으로 요리를 제공하는데 아래층에 있는 식당 또한 가정집에 초대된 기분이 나는 곳이다.
혹시 'Kanab'에 가시면 US-89번 South를 따라 진입할 경우 도시 초입에 위치한 이 호텔을 반드시 한번
들려보시길... 절대 후회 안하실 겁니다. 요금은 우리식구 5인에 $130(AAA 할인가격), 안 비싸요...
우리 가족은 모두들 너무도 만족하여 귀국하면 반드시 인터넷에 광고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오늘은 비록 게으름과 착각으로 자이언을 스킵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였지만 브라이스캐년의 아름다운
여인과도 같은 황홀한 자태와 내집같은 포근한 호텔 덕분에 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하루였다.
샤워후 오늘 있었던 여행기록을 메모하는 사이에 식구들은 모두 깊은 꿈속을 여행하고 있었다.
내일 만약에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면 다시 자이언을 시도해볼까?
못내 아쉬움에 피곤하지만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 내일일은 내일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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