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타 여행 뒷 이야기 - 4 : 백주의 날강도

2011.08.25 10:54

goldenbell 조회 수:5056 추천:1

하와이에서의 얘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한 두 블럭 떨어진 뒷길에 들어서면 미국 특유의 전통적인 아담한 주택들이 제법 있지요. 미국 본토 다운타운에서의 이면도로는 밤에는 무조건 다니면 안되지만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도시요 그 것도 한 낮이라 제 친구가 무료하여 산책 겸 한 바퀴 돌다가 일어난 사건입니다.

 

어느 집앞을 지나는데 훤출한 미모의 제법 나이가 든 중년부인이 한국인인가요 하며 반갑게 접근을 하더랍니다. 그렇다고 하니까 손에 든 편지를 보여주며 펜팔 친구가 한국인인데 한국말 공부하라며 이번에는 한글로 쓴 편지를 보내왔는데 아직까지 그 정도 문장을 읽고 해석할 실력이 안되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시간이 있으면 잠시 번역해 줄 수 있느냐고. 신사도를 발휘하여 부인이 이끄는 대로 집 앞 잔디밭의 파라솔 밑에서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더듬거리며 대충의 내용을 전달해줬더랍니다.

 

부인은 고마운 마음에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겠다며 괜찮으면 잠시 집 안으로 들어오라 했고 이 친구 무심코 따라 들어갔었지요.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고.....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위스키를 꺼내오며 바쁘지 않으면 한 두잔 하자는 권유에 별 다른 생각없이 마시게 되었더랍니다. 한 두잔이 서너 잔이 되고 시간은 흘러가고 대화의 소재거리가 없어 잠시 침묵도 흐르고. 드디어 어느 순간 마주보며 마시던 부인이 약간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의 옆자리로 이동했답니다. 오직 처량했으면 한국인과 펜팔로 친구를 맺었겠냐면서 신세타령을 하는 부인을 보며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는군요. 위스키가 반 병쯤 비어갈 무렵 부인이 취한 척 자신의 어깨에 슬쩍 몸을 기대기 시작하더랍니다. 그 때서야 이친구 이러면 안 되는데 잘못 하다간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겠다는 약간의 두려움에 호의에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일어서려는 순간 드디어 사건이 터졌습니다.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190cm가량의 민소매에 괴상한 문신을 한 흑인이 들어닥치더니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부인을 패기도 하고 유리잔을 던지기도 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는군요. 이 친구 겁에 질려 달아날 엄두도 못내고 그냥 멍하니 있을 수밖에요. 한 동안의 소란이 끝난 후 거구의 흑인이 하는 말은 대충 짐작컨데 이 여자는 자기의 부인이며 그렇지 않아도 한국인과 펜팔을 하는 등 바람피우는 징후가 보여 언젠가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으려고 벼루고 있었는데 니가 범인이구나. 잘 걸렸다. 너 오늘 네 제삿날이다. 뭐 대충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았더랍니다. 잘못하다간 이국땅에서 비명횡사하게 생겼지요. 어떤 변명도 들으려 하지 않고 통하지도 않더라는군요. 정신을 가다듬고 가만히 생각하니 그때서야 올가미에 걸린 것 같다는 감이 왔다는군요. 이왕 걸려든 이상 해결방법은 돈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갖고 있던 돈 전부 바치고 살살 빌고하여 묵숨은 부지하고 겨우 빠져나와 바로 저한테로 와서 하소연하더군요.

 

바로 근처의 Police box로 가서 사건을 신고하였습니다. 경찰이 하는 말은 그 전에도 이미 이러한 사건이 몇 건 접수되어 현재 수사중이라며 다음부턴 조심하라더군요. 한국의 연락처를 남겨두고 추후 소식을 기다렸지만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멋 미더워 호놀루루 갈 때마다 살며시 그 집앞을 지나쳤지만 저희도 그 후론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우리 일행을 상대로 마직막 작업 후 먹튀했나 봅니다.

 

해외여행 중 누군가가 과잉 친절로 접근할 경우는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항상 말쑥하게 차려입고 잘 생기거나 선량하게 보이는 자 아니면 미녀를 앞세우기 때문에 설마 사기꾼이겠냐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 후 방심한 사이 일이 터지게 된답니다.

 

요사이 같으면 그런 고전적인 수법은 통하지 않겠지요. 만약 쭉쭉빵빵 미녀께서 IPAD를 들고 베시시 웃으며 살며시 접근한 후 나 컴맹인데 스크린 샷을 어떻게 하고 메일 설정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오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자신이 있으시겠습니까?

 

회원님들. 항상 조심 또 조심하시기를...

 

프랑스, 헝거리, 홍콩에서 터진 사건, 다음으로 넘기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바로 그 당사자 인증샷입니다.

HNL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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