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열번째 조금 긴 글. [ 펌 ]

2012.03.03 16:28

빈잔 조회 수:2902

 

아래 글은  오래전에 신문에 기고 했던 칼럼을 이리 옮겨 놓은 것 입니다.

 

 

 

[ 이 아침에 ]  미국에선 미국식으로.

 


우리 회사에서는 매니저급 이상에게 여러 가지 교육을 자주 시킨다. 인사관리, 팀워크, 심리학, 마케팅, 세계경제의 흐름, 효율적인 대인관계 기법 등등.

그런데 이런 교육의 상당한 부분은 중간 관리자들에게 회사를 보호( ? ) 해야 한다는 무언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호시탐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기회를 노리는 직원도 많다고 한다. 미국의 큰 회사치고 직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지 않는 회사는 없을 정도란다.

 

세계적인 회사인 월마트의 경우 한 달에 평균 400여건의 소송에 휘말린다고 한다.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관리자 교육은 인종 차별에서부터 성희롱까지 다양하다. 중간 관리자 이상은 언행에 각별히 주의를 하도록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과정 중에는 우리가 관행적으로 생각하는 행동들이 바로 소송 감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라고 있다. 화를 내며 말을 하는 것도 안된다는 정도이니까.

어느 전화 회사는 2002년에 120 여건의 소송을 당했다. 직원과 회사간에 소송이 발생하면 회사로서는 유무형의 피해가 많아지기 때문에 사전 예방으로 그런 교육을 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교육을 받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다. "개성과 성격"이라는 말이다. 일반 상식으로는 이 두 가지 단어를 거의 동일시하는데, 회사측에서는 전혀 다르게 다루고 있다.

성격은 영어로 Personality 이고, 개성은 Character다. 한글 사전에는 성격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성질이고, 개성은 개인 또는 개체의 특성이라고 했다.

 비슷한 의미인 듯하다.

교육에서는 중간관리자는 Character보다는 Personality를 잘 파악하라고 강조한다. 이를 파악한 후에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도록 도움을 주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각 부서의 팀워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엔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정’이라는 요소가 빠져 있다. 인간과 인간사이에 오가는 애틋한 애정이란 요소가 없는 것이다.

한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팀워크엔 ‘정’으로 이뤄지는 인간 관계를 빼놓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것이 바로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겠지만.

한인 회사에서는 ‘회식 문화’가 인간관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저녁 식사를 같이 한다거나, 노래방을 간다거나 하는 등의 친목행사가 팀워크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인 종업원이 99.99%인 우리 회사에선 업무 시간 이후의 모임이라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자기의 근무 시간은 철저히 지키되 퇴근 후의 모임은 각자 개인의 시간이기에 회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지난번엔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3일간에 걸쳐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 이야기가, 한국·중국·일본에서 강의를 하면서 느낀 것은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 본다면 자기가 쓴 책의 내용이 개개인에게 합리적으로 이해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필자는 그 책을 두 번이나 읽었는데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책에 쓰여진 것을 바로 이해할 때 미국 사회, 미국 직장에서 일하는데 무리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미국사회에서 한국적인 인간관계에 만 의지한다면 주류사회에의 장벽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이민을 왔으니, 이 나라에 살면서 이 나라에 통하는 철학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이민자로서의 뿌리가 단단하게 심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신문발행일 :2004. 05. 18 / 수정시간 :2004. 5. 18 11: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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