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2 ~ Day 34: Rainier NP

이동 경로: Portland -> Rainier NP

숙소: National Park Inn ($64.3 * 2)

 

포틀랜드에 머물면서 다음 일정을 많이 고민했다. 원래 일정은 에버딘과 포트 엔젤레스에서 각각 1박을 하며 올림픽 국립공원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그 후에 시애틀 구경을 하고 레이니어 산을 보고 동쪽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레이니어 국립공원의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이게 어쩐 일인가!? 내일까지 레이니어 국립공원 내에 있는 내셔널파크인을 예약하면 하루 가격으로 이틀을 머물 수 있는 스프링 패키지가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방이 25개 밖에 없는 내셔널파크인에 자리가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새벽에 갑작스럽게 다음날 일정을 레이니어 국립공원으로 바꾸고 총 128.6불에 2박을 예약하였다. 그래 레이니어 국립공원 보고 시애틀로 가지 뭐

 

그렇게 해서 오게 된 레이니어 산. 우리는 포틀랜드 시내와 컬럼비아 강가를 구경하다 느지막히 레이니어 산의 남서쪽 입구로 향했다남서쪽 입구로 들어오는 경우에 주유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은 Ashford이다. 국립공원 내에는 주유소가 없기 때문에 이 곳이 마지막 주유소인데 기존 마을보다 기름 가격이 비싸다. 되도록 Ashford까지 오기 전에 기름을 넣고 오는게 경제적일 듯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Ashford에서 기름을 꽉 채우고 레이니어 국립공원으로 들어왔다.

 

Longmire 부근에 있는 내셔널파크인에 도착하니 밤 8시 반. 해 지기 직전이다. 방 안에 세면대는 있으나 화장실과 샤워실은 복도의 공용시설을 사용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하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방이었다. 아주 작은 방이지만 예쁘게 꾸며졌고, 오래되어 무척 낡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관리된 방이었다. 물론 엘레베이터가 없어 짐 옮기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 아내도 방을 마음에 들어하고, 무엇보다 아주 저렴한 가격(1박에 64)에 국립공원 내 훌륭한 숙소를 얻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운이 좋았군!

 

일단은 배가 고파 전기밥솥으로 밥을 했다. 그 전 날 포틀랜드 H마트에서 사온 밑반찬과 저녁을 먹을 계획으로...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밥이 거의 다 되어 김이 빠지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는 것이 아닌가! ... 혹시 우리가 밥솥을 써서 그런건 아닌가 자책하며 불이 다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데 몇 십 분을 기다려도 다시 불이 켜지지 않는다. 우리는 어두운 방에서 아이패드 불빛에 의존해 밥을 먹었다. ... 랏지에 왔는데 캠핑장 느낌이구나

 

모든 방이 정전이 되어 몇몇 사람들이 복도에서 두리번 거렸으나 불은 쉽게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두꺼비집 스위치만 올리면 될 것 같은데 관리자가 없나... 배터리 충전을 못하는게 찜찜하기는 했으나 우린 곧 잠이 들었고, 기억에 새벽 5시쯤 켜지니 아내가 일어나 불을 다시 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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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마이어의 내셔널파크인

 

 

날이 밝자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천천히 잠에서 일어났다. 남들은 다들 씻고 나간 것 같아 화장실과 샤워실도 여유가 있다. 어제 한 밥을 아침으로 먹고 본격적인 구경을 나섰다. 일단 숙소 옆에 롱마이어 뮤지엄에 들러 간단히 레이니어 산에 관련된 것을 둘러보고 지도를 얻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적당한 쉬운 난이도의 트레일 코스를 추천 받았다

 

우선 차를 몰아 동쪽 끝에 있는 Ohanapecosh Visitor Center로 향했다. 그 곳으로 향하는 곳곳에 빙하에 덮힌 Rainier 산봉우리가 멋진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시간에 따라 산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일 때도 있고 구름에 살짝 걸쳐 희미하게 보일 때도 있었다.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이란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이 많고, 기대했던 Reflection 호수 또한 얼어있는 상태라서 산의 반영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은 많이 아쉬웠으나, 눈이 쌓여있는 그 상태의 아름다움 또한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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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anapecosh visitor center로 가는 길에 본 Rain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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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anapecosh visitor center로 가는 길에 본 호수

 

Ohanapecosh에 도착한 후에 Silver Falls trail을 왕복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웅장한 폭포까지는 아니지만 푸른숲 사이로  무지개와 함께 하얀 폭포가 떨어지고, 안개처럼 튀는 물방울을 맞으며 바나나를 하나씩 점심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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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ver Falls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Paradise Jackson Visitor Center로 향했다. 그 사이 중간중간 여러 폭포들과 빙하가 바위를 긁고 지나간 자국 등 다양한 볼거리가 다른 국립공원처럼 많이 있음은 물론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레이니어 산을 바라보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파라다이스에 도착하니 정말 이 곳은 눈 쌓인 파라다이스다. (사진에 나무가 파묻힌 정도를 보면 눈이 얼만큼 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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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쌓인 Paradise Jackson Visitor Center

 

포틀랜드에서 등산화를 샀던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니면 운동화가 이미 물에 흠뻑 젖어 만신창이가 됐을 것이다. 우리는 레인저가 추천해 준 Nisqually Vista Loop trail을 가기 위해 눈이 높이 쌓인 이 곳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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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위로 걷는 중

 

하지만 100미터 정도 걸었는데 이게 도저히 우리가 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위에서는 폴을 든 전문 산악인 패션의 무리가 내려오고, 길은 가파라져서 도저히 우리는 오를 수가 없다. 이상하다분명 easy trail이라 그랬는데, 눈이 쌓여서 그런 것인가!?

 

결국 등반(?)에 실패하고 우리는 다시 Visitor center로 내려와 차를 타고 우리의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차와 과자를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해줘서 배를 채웠다. 1층의 흔들의자에 앉아 레이니어 산을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 왜 국립공원 내의 숙소를 잡아야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제 가격을 다 주고라도 구할 수 있으면 이 숙소에 묵는 것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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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ional Park Inn 1층 흔들의자에서 차를 마시며 바라본 레이니어 산

 

벙에 들어와 들어 누워 map을 다시 확인하니 Nisqually vista trailparadise visitor center 아래쪽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visitor center 위쪽으로 길을 잘못 잡았던 것이고아까 레인저한테 한 번 더 물어보려다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묻지 않고 길을 떠났다가 엄한 길을 잘못 탔던 것이다. 오후 5시가 넘었으나 우리는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 롱마이어에서 파라다이스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야생화가 예쁘게 핀 meadow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입구를 찾았다. 그렇지만 트레일을 따라 걸어도 우리가 상상한 야생화로 가득한 초원은 나타나지 않고 엄청난 높이의 눈이 덮힌 (초원으로 추정되는) 곳만 나오는 것이다. 저녁 6시가 넘어 이 곳 트레일에는 사람도 없고 우리가 제대로 된 길을 걷는지도 모르는 와중에, 반대편에서 오는 커플을 만났다. 끝까지 걸어가면 초원이 나오냐고 물었더니, 자신들도 잘 모르겠고 viewpoint는 하나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길을 표식으로 심어 놓은 폴대에만 의존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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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덮힌 Nisqually Vista trail

 

마지막까지 걸어가니 아래 사진과 같이 레이니어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Viewpoint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한 것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ㅜㅜ 그래, 뭐 한 여름에 이런 높이 쌓이 눈을 한참 걷는 트레일을 또 언제 해 보겠나결국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서 봤던 예쁜 초원은 보지 못하고 온 길을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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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squally Vista point에서 바라본 모습

 

그래도 좋다. 너무너무 좋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씻고 레이니어의 석양을 보기 위해 1층 흔들의자로 내려왔다. 그 곳에서 아내와 함께 앉아 저무는 해를 보고 있으니 이보다 더 평화로운 곳은 세상에 없는 것 같았다. 아내도 이 곳이 너무나 좋다고 한다.

 

해가 진 뒤에 실내로 들어와 보드게임을 했다. 우리 둘다 좋아하는 Yahtzee가 호텔 1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Yahtzee가 너무 자주 나오는 나 때문에 아내는 약이 올랐지만, 어찌 하겠는가! 내가 한 수 위인걸 ㅎㅎ

 

잠을 푹 자고 일어났더니 다시 또 맑고 예쁜 하루다. 이 곳을 떠나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어제 하루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충분히 해서 막상 더 할 것도 없다. 숙소 앞에 있는 짧은 트레일을 아침 산책겸 돌아본 후, 레이니어 산과는 작별 인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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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il of the Shadows 중간에 볼 수 있는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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