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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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6 Sunday 2017 / Car mileage 348mi(560km)
미국 서해안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기 샌디에고까지 구글맵에서 길찾기를 하면 I-5 프리웨이를 이용하면 500마일이 조금 넘는데, 렌터카에 있는 계기판을 보면 900마일이 조금 넘는다. CA-1 국도를 주로 이동했고 LA와 SD에서 시내를 조금 다닌 것을 빼더라도 국도 여행이 거리상으로도 많이 멀어졌던 모양이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 자동차 여행을 준비하면서 제일 신경쓰이는 것이 장거리 이동이었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기껏해야 100km를 운전하면서도 졸려하고 힘들어 하곤 했는데 그 다섯배나 되는 거리를 운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 머리에 맴돌았다. 오늘이 그 시금석이다. 샌디에고에서 라스베가스까지 330마일을 달려가야 한다. 330마일이면 1.6을 곱하면 528km가 된다.
샌디에고를 아홉시쯤 출발했다 엉키고 설킨 도시 도로를 벗어나 고속도로 I-15에 접어 들었다 . 중간에 새로 생긴 도로인지 I-215번 도로로 갈아 탔다가 LA 방면에서 들어오는 도로와 합류하면서 다시 I-15번 프리웨이로 라스베가스 까지 연결된다.
넓고 복작대던 도로가 좁아지면서 승용차들은 줄고 화물차들이 주류를 이룬다.
망망대해 같은 사막 벌판 가운데를 직선으로 뻥 뚫어 놓은 시원한 도로를 대형트럭과 RV차량들이 쏜살같이 달려들 가서 긴장되기는 매한가지다. 게다가 계기판의 마일은 얼른 감도 잘 안들어 오고 나도 모르게 속도가 올라가면 어디선가 나타난다는 공포의 교통경찰 때문에도 초짜는 신경쓰인다. 옆의 안해는 계기판의 80마일을 보고는 늦다고 한다.. 80마일이면128키로가 넘고 과속딱지인데도 감이 안오니 그러하다.
대지가 이렇게 지평선이 바라 보이는 대지가 이렇게 편형하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 였다.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할 뿐이지만 그냥 바라보기에만도 뿌듯한 묘한 느낌이 드는 광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동안 미국 영화에서 많이 보아 왔던 풍경들을 지나친다. 이런 길을 영화속에서 만 바라보던 이 길을 내가 달려가다니.. 꿈도 못꾸던일들이 현실이 된다.
옆으로 스쳐가는 산과 들에는 나무 한포기가 없는 맨 바위이거나 들판엔 거친 황야에 살아남은 가시덤불 같은 풀포기들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 세상에 물이 없어지면 이렇게 생명도 없어지는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오아시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이 거친 황야를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것은 사나이들의 로망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사막 가운데로 거의 지평선까지 일직선으로 뚫린 하이웨이를 달려가는 기분은 말을 타고 사냥터를 달리던 원시의 유전자가 남자들에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졸립다 아침녁에 무리를 했나.. 출발할때 가져온 오징어를 찢어서 준다. 졸음이 올때 껌을 씹기도 하지만 오징어가 더 낳다. 몇번을 그렇게 버티다가 길가의 대형트럭 쉼터에 주차하고 쪽잠을 자기도 하고 급할 때는 노견 공터가 보이면 차를 대고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면서 갔다.
미국의 프리웨이는 무료라는 프리가 아니라 신호등이 없다는 프리라고 한다. 고속도로라는 말보다 프리웨이란 말을 즐겨 쓰는데 프리웨이들이 대부분 산꼭데기 고원지대로 연결되여 있으니 희한 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따져보니 서부지역의 지형은 원래 바다가 그대로 융기한 퇴적평원인 것이고 오랜 세월 침식되여 깊은 골짜기가 생긴 것이 소위 캐년이라고 보면 우리네 산과 들하고는 개념이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