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2022년 5월 26일


그랜드캐년(Grand Canyon National Park)에서 석양을 봤다.억겹의 세월을 흘러 온 콜로라도 강과 그 강이 깍아서 만든 그랜드캐년은 지는 해에 모든 빛을 빼앗긴 듯 색상을 잃고 붉게 변했다. 나는 그 장엄한 광경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세도나에서 전날 본 석양이 동화 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면, 그랜드캐년의 석양은 기품이 있었다. 나는 지는 해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트레일은 전날 성당 바위 트레일에 비해 경사가 훨씬 완만했지만 길이가 길었다. 왕복 6마일 가량을 가야 했다. 트레일 초반은 평지와 비슷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씩 가팔라졌고, 막판에는 꽤 경사가 심했다. 아이들은 경사보다 뜨거운 햇빛을 힘들어 했다.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더 이상 못 가겠다"는 시윤이의 손을 거의 끌다시피 해서 간신히 악마의 다리에 도착했다. 이 다리는 세월에 깍아서 만든 자연 돌 다리였다. 다리 중간 지점에는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얇아졌다. 사람들은 이 다리 중간에 서서 인증샷을 찍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카메라 품앗이'를 했다. 앞 사람들이 다리로 이동하면, 뒷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주는 식이었다.

우리도 뒷 사람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했다. 50~60대로 보이는 백인 여자분이었다. 이 분은 충분히 사진을 많이 찍었다며 웃었다. 나는 사진을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다. 10여장의 사진에 1장을 제외하고 찍는 사람의 '손가락'이 나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사진'이 될 수 있는 순간인데 우리의 가족사진은 완전히 버린 것 같아 속이 상했다. 그렇다고 또 찍기도 싫었다. 사진 찍는 줄이 길어져서 30~40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기다린 시간까지 합하면 줄만 한 시간 이상 서야 했다. 나는 앞으로 다른 사람을 찍어줄 때 '인생 사진을 남겨 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갖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수월했지만 힘들었다. 해가 정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윤하는 휘청거리며 간신히 발걸음을 뗐다. 더 못 가겠다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갔다. 나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해서 내색도 못했다. 간신히 차에 도착하니 모두가 거의 탈진 상태가 됐다.

점심은 시내에 있는 '야생화'(Wildflower)란 곳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 곳은 구글 평이 너무나 좋은 곳이었는데, 평 대로 샌드위치가 맛있고 경치도 좋았다. 특히 샌드위치의 빵이 너무나 좋았다. 직접 만드는 듯 했다.

세도나를 뒤로 하고 그랜드캐년으로 향했다.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려야 했다. 세도나에서 나가자 마자 길이 험해서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산을 관통해서 가는데, 중간중간 공사 구간까지 있었다. 나는 너무 힘들었는 지 운전을 거의 졸면서 했다. 보다 못 한 아내가 본인이 하겠다며 운전대를 잡았다.

짧지만 힘겹게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숙소를 공원 안 마스윅 롯지(Maswik Lodge)란 곳으로 잡았다. 국립공원 내 롯지가 워낙 열악하다고 들어서 걱정을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는 막 지은 듯한 건물로 배정 받았다. 아직 공사도 다 끝나지 않은 완전히 새로 진 건물이었다. 공원 안 롯지에서 자는 것도 좋은데, 숙소 시설까지 너무나 좋았다.

짐을 풀고 곧바로 석양을 보러 갔다. 저녁 7시를 넘겨 해가 이미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서둘러 셔틀버스를 타고 호피 포인트(Hopi point)란 곳으로 갔다. 이 곳에서 나는 또 한번 인생 석양을 접했다. 그 석양은 내 가슴 속에 오래 남을 듯했다. 나는 세도나의 석양과 그랜드캐년의 석양을 하루 간격으로 보는 호사를 누린 것에 감사했다.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4281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7083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6416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632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21273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661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877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816 2
12051 Big Bend NP 2박 3일 후기 [5] file 말년 2023.09.23 211 1
12050 미국 자동차 주유시 현금/신용카드 [2] wlsvv3 2023.09.20 371 0
12049 24.9.12~ 12일 그랜드서클 [2] file 겨울씨앗 2023.09.20 126 0
12048 그랜드 서클/밴프포함된 일정 문의 [2] onceinalife 2023.09.16 148 0
12047 홍수로 차단중인 데스밸리 국립공원 도로 오픈 계획 [3] file 아이리스 2023.09.14 530 0
12046 올해 12월 초 (7박 8일) 부모님과 함께하는 그랜드서클 여행 루트 확인/질문 [2] file huisway 2023.09.11 223 0
12045 미국 서부 자동차 렌트 세단 vs SUV [4] 봄날이야 2023.09.11 462 0
12044 la 렌트카 문의글 [2] file park병건 2023.09.10 154 0
12043 9월 초에 떠난 Lake Tahoe와 Yosemite 국립 공원 6박 7일 캠핑 & 로드 트립 [4] file 뚜벅이여행 2023.09.10 447 1
12042 안녕하세요 10월달 그랜드캐년 일정 문의 [4] park병건 2023.09.09 131 0
12041 12월 말 라스베가스 - 그랜드캐년 사우스림 일정 문의 [4] Vito 2023.09.09 238 0
12040 라스베가스에서 샌프란시스코 가는길 추천 [3] 처음가는미국 2023.09.08 411 0
12039 엘로우스톤 RV 여행 후기 [6] dubium 2023.09.07 637 2
12038 롯지 예약 질문 [6] file onceinalife 2023.09.06 155 0
12037 LA에서 샌프란시스코 이동 시 중간 정박지 추천 [2] 마뚕 2023.09.05 422 0
12036 요세미티 자전거 빌리는 법 문의 드립니다 [3] 운전수두명 2023.09.05 167 0
12035 시애틀 지역 2차 방문(Feat. North Cascades, Mt Rainier, State Capitol and Snow Lake) [6] file CJSpitz 2023.09.04 205 1
12034 요세미티 10월 주말 당일치기 가능할까요? [6] 마뚕 2023.09.04 359 0
12033 미서부 자유여행 여행 문의드립니다. [3] 비티 2023.09.04 155 0
12032 그랜드 서클 일정 관련 문의드립니다. [2] 처음가는미국 2023.09.03 157 0
12031 캐나다 입국 - 미국 서부 여행 후 Midwest 체류관련 [8] onceinalife 2023.09.03 80 0
12030 내년 2월 그랜드서클+ 데스밸리 + 요세미티국립공원 일정 문의드립니다. [4] file 미국자동차아빠 2023.09.01 234 0
12029 1월달 그랜드캐년 캠핑 계획중에 질문드립니다. [4] file 처음가는미국 2023.09.01 226 0
12028 7세부터 77세까지 함께하는 캐나다 로키 및 옐로스톤 여행 일정 문의 [4] 핸드 2023.08.31 184 0
12027 '24년2월 그랜드서클+데스밸리 가족여행 [4] psjin9318 2023.08.29 317 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