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6~7년 전 나는 스탠포드대(Stanford University) 구경을 왔다가 이 학교에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원을 가겠다며 토플 책을 사서 몇 장 넘겼다가 이내 포기했다. 가족과 다시 온 스탠포드대는 역시 멋졌다. 나는 하버드 MIT UC버클리 컬럼비아 등 이름난 미국 대학을 여러곳 가봤지만 스탠포드 처럼 멋진 캠퍼스와 주변의 좋은 분위기를 갖춘 곳을 보지 못했다.

아침에 트윈픽스(Twin Peaks)부터 찾았다. 야경이 예쁜 곳이라는데, 늦게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전에 이 곳을 버스타고 온 적이 있다. 그 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한 시간 가까이 등산을 하며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차를 타고 편하게 전망대에 올랐다.

날씨가 좋아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이 한눈에 보였다. 다운타운 뿐 아니라 북쪽의 금문교와 소살리토, 동쪽의 베이 브릿지와 버클리, 오클랜드까지 들어왔다. 뉴욕, LA에 비해 샌프란시스코는 규모가 확실히 작아 보였다. 이 아담하고 예쁜 도시는 매력이 있다.

남쪽으로 차를 몰아 스탠포드대에 갔다. 트윈픽스에선 바람이 찼는데, 남쪽으로 오니 날이 더웠다. 윤하는 긴팔 원피스를 입어 덥다고 난리였다. 캠퍼스 구경은 뒷전이었다. 주차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심상치가 않다. 이날은 토요일이어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었다. 뭔가 행사를 하는 듯했다. 졸업식이었다. 학사모를 쓰고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니 수 백, 수 천개의 흰 의자들과 학생들, 그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내 교회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우리는 그들을 보며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윤하에게 "너가 졸업하면 좋겠다"며 실없는 소리를 했다. 윤하는 별 말 없이 웃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우리는 스탠포드 로고가 박힌 긴 팔 티셔츠와 아내 친구에게 줄 선물을 샀다. 윤하가 세일을 한다며 반팔 폴로 티셔츠를 들고 왔다. 나는 살 맘이 생겼다가 이내 접었다. 이 학교 졸업생도 아닌데 학교 로고가 박힌 것을 입으면 민망할 것 같았다.

조금 돌아다닌 뒤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는 캠퍼스 구경도 더 하고, 학교 내 박물관과 미술관도 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배고픔을 참아 주지 않았다. 스탠포드대에서 10분 가량 남쪽으로 내려오니 시내 같은 곳이 나왔다. 동네 분위기가 좋았다. 언젠가 안철수가 스탠포드대가 있는 팔로알토에 살았고 딸이 이 지역 고등학교에 다녔다는 것을 들은 바 있다. 그럴 만 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점심 먹으러 간 스시리토(Sushirrito)란 곳은 독특한 음식을 팔았다. 일본 음식인 스시와 멕시칸 음식인 브리또를 결합한 것 같은 메뉴였다. 연어, 참치, 치킨 등을 김과 또띠아에 싸서 줬다. 맛이 매우 있었다. 보울(그릇) 형태로 주문하면 야채와 회, 밥 등을 한 그릇에 담아서 내줬다. 온 가족이 배불리 먹고 70-80달러가 나왔다.

나는 이 퓨전 요리가 궁금해 일 하는 사람에게 "직접 개발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음식점은 체인이다"란 답이 돌아왔다. 아시아계 사람이어서 "일본인이냐"고 했더니, "중국인"이라고 했다. 스시리토는 피터 옌 이란 중국계 미국인과 타이 말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브랜드다.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체인점이 이제 막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이 체인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레임을 잘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스시든, 멕시칸 음식이든 서브웨이 샌드위치 처럼 주면 잘 먹는다. 재료를 보면서 들어갈 것을 선택하게 한 뒤 빵이나 또띠아 같은 것에 싸주면 한입에 먹기가 좋다. 나는 한식도 브리또, 샌드위치 등과 결합하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아이들과 함께 치폴레에 가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확신이 더 강해졌다.

쿠퍼티노 애플 본사까지는 20분 가량 걸렸다. 애플 본사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나는 애플 제품에 신뢰가 있다. 쓰기 편하고 예쁜데 성능까지 좋다. 애플 본사 바로 앞에는 비지터 센터란 이름의 애플 스토어가 있었다. 다른 애플 매장에 비해 특별히 더 좋지는 않았다. 이 곳에 온 김에 맥북을 하나 사려고 했지만 재고가 없었다. 애플 본사 바로 앞 매장에도 제품이 없을 만큼 요즘 애플은 제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았다.

저녁에는 회사 선후배, 그 가족들과 만났다. 우리는 후배가 있는 산호세의 한 주거 단지에 갔다. 이 곳은 쇼핑몰이 있고, 주택이 그 위에, 혹은 그 뒤쪽에 있는 주상복합 형태였다. 주상복합이라고는 하지만 건물은 3-4층 밖에 안 됐다. 한국의 수 십층 짜리 주상복합과는 달랐다. 안에는 수영장과 공원, 헬스장, 놀이터 등이 갖춰져 있었다. 아파트 단지보다는 호텔이나 리조트 느낌이 났다. 나는 오랜만에 회사 얘기를 했고, 술도 제법 마셨다. 선배가 가져온 와인을 여러병 땄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선후배 가족끼리 종종 자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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