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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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9일

Tunnel Mountain Resort(Banff Town) - Kinjo(Calgary) -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 Piegan Port of Entry - Many Glacier Hotel - SWIFTCURRENT MOTOR INN & CABINS(

무지개 위로 무지개가 떴다. 쌍무지개였다. 햇빛이 찬란히 비쳤고 비가 내렸다. 비는 거세게 부는 바람 탓에 똑바로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 대각선으로 내렸다. 그 비 사이로 뜬 무지개는 너무 선명해서 원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무지개를 좇아 무지개 방향으로 갔지만 무지개는 잡히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무지개는 금방 떠서 금세 사라졌다. 우리는 무지개가 사라진 자리를 아쉽게 쳐다봤다.

아침 7시쯤 일어나 10시에 숙소를 나섰다. 숙소는 밴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지만, 5분이면 나갔다. 밴프 시내는 소박했고, 아기자기 했다. 유럽의 어느 마을에 온 느낌이었다. 우리는 전날 갔던 IGA 슈퍼에서 또 장을 봤다. 다음 목적지인 글래셔스 국립공원에 들어가려면 먹을 게 필요했다. 국립공원에 들어갈 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슈퍼에선 계란, 두부, 양파, 오렌지, 탄산수, 모기 기피제 등을 샀다.

밴프 방문자 센터에도 들렀는데 별 것은 없었다. 캐나다의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는 미국 국립공원과 달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탬프가 없고 엽서도 별 게 없다. 밴프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방문해서 그런 지 방문자 센터가 은행 창구 같았다. 이 곳 사람들은 여행 오면 방문자 센터에 우선 들러 상담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오늘 밴프 시내만 있다가 떠날 것이어서 굳이 조언을 들을 것은 없었다. 아내는 둘러보다 티셔츠를 들었다. 아이들이 입으면 예쁠 것 같다고 했다. 아내는 밴프에 있었던 것을 기념하고 싶어 했다. 5년 전 겨울에 밴프에서 좋은 추억이 있어 더 그랬다. 아내는 왔던 곳을 또 오면 더 좋아한다. 밴프 티셔츠 두 개를 사서 나왔다.

밴프 타운에서 밴프 티셔츠를 사고 좋아하는 세 사람. 방문자 센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밴프 시내에선 빵집에 가서 빵을 샀다. 아내는 밴쿠버 빵집에서 산 빵을 좋아했다. 슈퍼가 아닌, 진짜 빵집에서 산 빵이 맛있다며 이 곳에서도 '진짜 빵'을 사고 싶어 했다. 우리는 식빵과 초콜릿 대니시를 샀다. 아이들은 대니시를 한 입 먹고선 너무 맛있다고 해서 추가로 커피와 초콜릿 크로와상도 샀다. 아내는 이집션 사우어도우도 사자고 해서 또 가서 빵 하나를 더 집었다. 살 때 마다 줄을 서야 해 번거로웠지만, 아내가 사고 싶어 해서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 밴프 시내를 둘어보니 쇼핑할 곳이 많았다. 아내는 기념품 숍에서 밴프 티셔츠 하나를 골랐고, 윤하는 엽서를 들었다. 아이들은 엽서 사는 것을 좋아해서, 좋았던 곳은 꼭 엽서를 산다. 아내와 아이들은 막 산 밴프 티셔츠를 입고선 시내에서 사진을 찍었다.

나가는 길에 밴프 다운타운 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차 댈 곳이 마땅치 않았고, 간판 앞에 사람이 많아 줄을 섰을 정도였다. 우리는 오늘 국경을 넘어야 해서 맘이 급했다.

12시를 넘겨 고속도로를 탔다. 캔모어, 캘거리를 거쳐 미국 국경 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점심이 애매해서 캘거리의 한 일식집에 들러 밥을 먹었다. 긴조(Kinjo)란 곳이었다. 아내가 검색해서 간 곳이었다. 긴조는 캘러리에만 여러 곳이 있었다. 미국에서 먹었던 스시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우리는 연어 스시 8개, 참치 스시 6개, 바닷가재 롤 8개, 미소 라면, 간장 우동, 새우튀김 4개를 시켜서 먹었다. 다 먹고도 아쉬워서 더 시켜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나왔다. 아내는 일본 빼빼로 등 과자 몇 개를 사서 나왔다.

캘거리에서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길은 푸른 벌판이었다. 청보리 처럼 맑은 초록빛 풀이 바람에 날려 일렁였다. 목초지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사이에 있는 말과 소는 밥풀떼기 처럼 보였다. 캘거리에서 세 시간 넘게 달려 가니 국경이 나왔다. 나는 국경으로 가는 중 속으로 인터뷰를 생각했다.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못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갈 땐 앱을 받아 미리 정보를 입력하는 등 나름 절차가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갈 땐 따로 해야 할 게 없었다. 나는 내가 제대로 못 알아 본 것인지 걱정됐다.

국경으로 가는 길에 차가 거의 없었다. 국경 검문소 앞에 서니 차 4-5대가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릴 것을 생각했다. 5년여 전에 밴쿠버에서 시애틀로 넘어 갈 때 우리는 차에서 내려 인터뷰를 했다. 우리 순번이 됐다. 인상이 좋아 보이는 미국 심사관은 우리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렀는데 발음이 정확해서 깜짝 놀랐다. 아내 이름을 미국 사람이 정확히 발음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 심사관은 아이들에게 "안녕" 하며 한국말도 했다. 왜 캐나다에 갔는 지, 미국에선 어디에 사는 지, 운전해서 갈 것인지 등 간단한 질문 몇 개만 했다. 그러더니 '웰컴 백'(Welcome Back) 이라고 하고 보내줬다. 나는 웰컴 백 이란 말이 그 때 처럼 좋게 들린 적이 없었다.

국경을 순조롭게 넘어 미국으로 오니 꼭 집에 가까이 온 느낌이었다. 국경에서 50분 가량 차를 몰아 글레이셔 국립공원 내 매니 글래셔스 지역으로 갔다. 가는 길에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나와 당황했다. 우리 숙소는 스위프트커런트 모토 인 앤드 캐빈(Swiftcurrent motor Inn & Cabins)란 곳이었다. 공원 안에 있는 이 곳은 원래 매니 글래셔스 호텔을 예약하려다가 못 해서 차선으로 한 곳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방에 화장실이 없어 숙소 밖에 있는 화장실, 샤워실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C3 캐빈을 배정 받았다. 캐빈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작지만 방이 두 개가 있고 방마다 침대가 있었다. 또 식탁이 있고, 개수대가 있어 물을 쓸 수도 있었다. 우리는 요새미티의 와와나 호텔에서 말도 안 되게 작고, 시설이 열악하고,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곳에서도 잤다. 그 곳을 생각했는데, 훨씬 나았다. 더구나 우리 숙소에서 공동 화장실은 10미터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아 편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매니 글레이셔 호텔 구경에 나섰다. 가는 길에 무지개가 환하게 떴다. 쌍무지개였다. 햇빛이 찬란히 비쳤고 비가 내렸다. 비는 거세게 부는 바람 탓에 똑바로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 대각선으로 내렸다. 그 비 사이로 뜬 무지개는 너무 선명해서 원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무지개를 좇아 무지개 방향으로 갔지만 무지개는 잡히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무지개는 금방 떠서 금세 사라졌다. 우리는 무지개가 사라진 자리를 아쉽게 쳐다봤다. 나는 어제 밴프에서 본 무지개를 생각했다. 이틀 연속 무지개를 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틀 연속 쌍무지개를 봤다. 전날 밴프 시내에서 봤고, 이날은 매니 글레이셔 호텔 앞에서 봤다. 너무 선명해서 원래 그 자리에 무지개가 있는 것 같았다.

매니 글레이셔 호텔은 호수 바로 앞에 있어 전망이 좋고, 규모가 커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호텔은 가운데를 뻥 뚫은 'ㅁ'자 모양이었다. 'ㅁ'자 모양의 안쪽이 로비였다.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화롯불이 있고, 소파와 흔들의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곳에 앉아 음료와 술을 마시고 전망을 봤다. 시윤이는 그 곳에서 피아노를 쳤다. 타란툴라와 위자드 판타지 두 곡을 쳤다. 한 달 넘게 피아노를 치지 않아 많이 틀렸지만 그냥 끝까지 쳤다. 수 십명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그 박수는 피아노를 잘 쳐서 받은 것이라기 보단, 틀려도 용기를 내서 끝까지 쳐서 받은 것으로 보였다. 미국 사람들은 아이에겐 특히 관대 했는데, 나는 그런 미국사람들이 고마웠다. 시윤이는 박수를 받고 기분이 좋아서 한껏 들떴다. 나와 아내는 시윤이를 칭찬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시윤이에게 "고맙다", "또 쳐달라" 하며 격려하고 갔다. 비가 내려 원래 계획했던 스위프트커런트 트레일은 가지 못했지만, 나는 오늘 하루에 감사했다.

매니 글레이셔 호텔 로비에는 오래된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이 피아노는 누구나 칠 수 있어서 시윤이가 오랜만에 쳤다. 여러번 틀렸지만 끝까지 친 것이 기특했다. 사람들은 시윤이에게 큰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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