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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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30일

SWIFTCURRENT MOTOR INN & CABINS - Swiftcurrent Trail - Saint Mary Visitor Center -Glacier Park Boat Company(Lake Mcdonald) - Reclusive Moose Cabins

폭포 주변 돌들이 붉었다. 흙도 붉은 색이었다. 우리는 세도나, 브라이스 캐년, 아치스 등에서 붉은 돌을 많이 봐서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돌이 붉다며 또 신기해 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또 신기했다. 나이가 들수록 신기한 게 적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밤 새 추웠는지 자고 일어나니 팔이 찼다. 이불 밖으로 나온 팔을 내밀고 잔 영향이다. 글레이셔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은 이전 여행지 밴프, 재스퍼보다 남쪽에 있지만 더 춥게 느껴졌다. 숙소인 스위프트 커런트 모터 인 앤드 캐빈에는 히터가 나왔다. 하지만 집 전체를 따뜻하게 하기엔 히터가 너무 작았다. 아내도 팔이 굳었다고 했다.공동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니 조금 나아졌다. 숙소에 있는 세면대에는 찬물만 나왔다.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매니 글레이셔 호텔 로비에 가서 먹었다. 샌드위치는 아내와 아이들이 같이 쌌다. 커피는 호텔 카페에서 샀다. 라떼 큰 것 한 잔과 아메리카노 작은 것 한 잔을 샀는데 6달러 밖에 나오지 않았다. 국립공원 내 롯지 카페 중 가장 싼 것 같았다. 밥은 잘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8시 반을 넘겼다. 당초 계획했던 아침 산책보다 체크아웃이 급했다. 우리는 숙소로 가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시간은 10시 가까이 됐다.

스위프트 커런트 트레일(Swiftcurrent Trail )로 향했다. 숙소 옆에 있어서 가기 쉬웠다. 원래는 산책 삼아 한 시간쯤 하고 오려고 했다. 하지만 아침 산책은 이미 틀어졌다. 더구나 우리가 오늘 주요하게 하려고 했던 히든 레이크 트레일이 닫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대안으로 스위프트 커런트 트레일을 조금 오래 하기로 했다. 이 트레일은 왕복 두 시간 거리의 레드록 폭포(Redrock Falls), 6-7시간 거리의 스위프트 커런트 패스(Swiftcurrent Pass), 7-8시간 걸리는 스위프트 커런트 전망대 등이 있었다. 조금 욕심을 내 스위프트 커런트 패스 근처까진 가 보기로 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었다. 나는 아내에게 "무스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여행 책자에 무스가 자주 나온다고 쓰여 있었다. 나는 "곰을 봐도 좋겠다"고 했다. 아내는 전에 곰을 본 뒤 놀랐는 지 나중에 "길에서 곰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길은 대부분 평탄했다. 큰 오르막도, 내래막도 없었다. 빙산이 병풍 처럼 있어서 풍경이 좋았다. 눈 쌓인 산을 보며 우리는 계속 걸었다.

첫 번째 지점인 레드록 폭포에는 쉬는 사람이 많았다. 폭포 주변 돌이 붉었다. 흙도 붉은 색이었다. 우리는 세도나, 브라이스 캐년, 아치스 등에서 붉은 돌을 많이 봐서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돌이 붉다며 또 신기해 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또 신기했다. 나이가 들수록 신기한 게 적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레드록 폭포 주변에는 돌아 붉었다. 아이들은 붉은 돌을 보며 신기해 했다.

길을 재촉해 더 나아갔다. 시윤이가 뒤쳐지지 않도록 나와 아내가 뒤에서 따라갔다. 윤하가 시윤이와 게임을 하면서 잘 이끌어 줬다. 덕분에 크게 쳐지지 않고 잘 갔다. 폭포에서 조금 나아가니 들판 같은 곳이 나왔다. 주변에 설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이 트레일에는 호수도 많았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이 호수들은 재스퍼의 에메랄드 빛 호수와는 달랐다. 물빛이 초록에 가까웠다. 이런 물 색이 나오는 것은 빙하가 녹으면서 암석 가루가 섞인 영향이라고 어디선가 봤다. 빙하와 암석도 캐나다와 미국 것이 다른 것 같았다. 나는 캐나다 빙하 호수가 더 예뻤다. 물 색이 신기할 정도로 에메랄드 빛에 가까웠다. 하지만 글레이셔 빙하 호수는 그대로 또 아름다웠다. 이날은 해가 좋아 물에 산이 반사된 것이 장관이었다. 여러 곳에서 '거울 호수'란 이름을 봤지만, 이 곳 호수들 만큼 반사가 잘 된 것을 본 적이 없다.

트레일에는 바위가 많았는데, 바위들에 페인트가 묻은 듯 덕지덕지 색이 발라진 것들이 있었다. 바위들은 색이 신기해서 어떤 것은 노랑색, 어떤 것은 파랑색 무늬 같은 것이 있었다. 이런 바위는 본 적이 없어 눈이 자꾸 갔다. 아이들도 돌 색이 신기하다며 신나했다. 두 시간 반쯤 걸으니 큰 호수가 나왔다. 불헤드(Bullhead) 호수란 곳이었다. 미국, 캐나다에선 호수나 산이 대부분 사람 이름을 붙이는데, 이 곳은 '소머리', '빨강 바위' 등으로 이름 지은 것이 독특했다. 이 호수에서 잠시 쉬면서 더 갈 지 생각했다. 더 가면 안 됐다. 우리는 점심을 먹어야 했고, 한 참 멀리 있는 맥도날드 호수에서 배도 타야했다. 배는 오후 5시 반으로 예약을 해뒀다.

트레일에서 돌아가는 길에 사슴이 있었다. 사슴은 우릴 보고 숲으로 몸을 숨겼다. 숲에서 주시하다가 떠났다. 나는 트레일에서 무스를 보길 원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차로 돌아와 밥을 먹고 세인트 매리 호수 쪽으로 갔다. 방문자 센터에서 도장만 찍고 급히 나왔다. '고잉투더선 로드'(Going-to-the-Sun Road) 구간이 폐쇄된 영향이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이 길은 예쁘기로 유명하다. 과거 데이터를 보니 6월 말이면 대체로 열렸는데, 올해는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 나는 고잉투더선 로드를 가기 위해 맥도날드 호수 보트 투어까지 신청했다. 이 투어를 하면 고잉투더선 예약을 하지 않아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길은 정작 못 하고 투어만 하게 생겼다.

스위프트커런트 트레일은 설산과 빙하로 둘러쌓여 장관이었다.

한참을 빙 둘러 맥도날드 호수에 다다랐다. 시간에 좇겨 가는 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빙 둘러 가는 길에서도 좋은 곳이 있었다. 키오와(Kiowa) 지역과 동쪽 글레이셔 파크 빌리지(East Glacier Park Village)를 잇는 49번 도로였다. 이 길은 산을 하나 넘는데, 그 구간이 아찔하고 아름다웠다. 우리는 차에서만 풍경을 봤는데 너무 아쉬웠다. 나는 아내에게 "보트 투어를 포기하고 여유있게 보자"고 했다가 "우리가 돈을 남에게 그냥 줄 만큼 여유는 없다"는 타박만 들었다.

맥도날드 호수 롯지 바로 옆에 있는 선착장에서 보트를 탔다. 배는 70명쯤 들어갔다. 투어는 특별한 게 없었다. 맥도날드 호수를 따라 한 시간 동안 도는 게 전부였다. 맥도날드 호수의 역사와 주변 환경, 트레일 등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잘 들리진 않았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통역을 하라고 했다. 아이들은 들은 것 중 이해한 것을 말했다. 윤하는 내가 못 듣는 것도 알아 들은 것 같았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일 년 만에 영어가 많이 늘었다. 설명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매니 글레이셔 지역에 있는 스위프트 커런트 트레일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는 작년 8월에 이 곳을 갔다가 14마리의 무스 떼를 봤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속이 조금 상했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니 밤 7시를 넘겼다. 숙소 체크인 방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에 30분을 헤맸다. 숙소는 산 중에 있었고, 사무실이 별도로 없었다. 문자 받은 것을 확인해서 숙소를 배정 받고, 번호키를 눌러 스스로 체크인을 해야 했다. 나는 방법을 몰라 전화를 했다. 직원이 5분 만에 달려와 문을 열어줬다. 비싼 숙소인데 친절하진 않았다.

짐을 폴고선 짐 일부를 안 가져온 것을 알았다. 그 짐에는 여행 하면서 새로 산 면도날 수 십개가 있었고, 로션과 빗이 있었다. 질레트 면도날을 한국에서도 쓰려고 많이 샀는데 잃어 버려 속이 쓰렸다. 질레트 면도날은 미국이 한국의 절반 가격이다. 아이들은 내가 빗을 세 번이나 잃어 버렸다면 타박했다. 가뜩이나 언짢은데 아이들이 계속 말하니 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아이들은 요즘 종종 나를 놀리는데, 제대로 '건수'가 잡힌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이 놀리면 때론 정색하고 토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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