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4 00:34
Escalante를 지나 바로 좌회전하면 Pine Creek Road로 접어들게 됩니다. Dixie National Forest에 위치한 Escalante Mountain을 올라가는 비포장도로인데 길 앞으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산악 경치를 바라보며 갈 수 있는 여유로운 길입니다. 길 상태는 2WD로도 무리 없이 운전 가능한 수준입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이 길은 폐쇄됩니다.
약 30분 정도 운전하다 보면 153번 도로와 154번 도로 분기점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서 계속 153번 Hell's Backbone Road로 가야 합니다. 만약 주변에 위치한 Posey Lake를 잠깐 들려보고 싶은 분들은 154번 도로 방향으로 잠깐 다녀오면 됩니다.
Hell's Backbone Road로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Dixie National Forest 안으로 들어왔음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시기가 이른 관계로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단풍 시즌에 방문할 경우 화려한 단풍을 길 옆으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ell's Backbone Road는 1933년에 완공되었는데 당시 Escalante와 Boulder를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첫 번째 도로였습니다.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길 상태는 비만 오지 않으면 2WD 차량으로도 운전할 수 있으며 이 길 역시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폐쇄됩니다.
분기점에서 약 40분 정도 들어가자 비포장도로에서 포장도로로 바뀌는 구간이 나왔습니다. 이 길의 하이라이트인 Hell's Backbone Bridge에 도착한 것인데 서쪽의 Death Hollow와 동쪽의 Sand Creek을 연결해 주는 다리입니다. 안내판에는 다리 건설 당시의 사진들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최초 건설 당시에는 소나무 목재를 이용해서 다리를 만들었고 목재가 썩는 바람에 1960년대에 기존 목재 다리를 철거 후 철과 콘크리트를 이용해서 다리를 일차 교체했고 이 다리마저도 또 문제가 생겨서 2005년에 현재 사용중인 다리로 재건했다고 합니다.
다리 바로 옆으로는 Box-Death Hollow Wilderness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눈 앞에 펼쳐지는 경관은 꽤나 사악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Death Hollow라는 이름은 이 곳을 건너다가 골짜기 아래로 떨어져 죽은 수많은 가축들로 인해 생겨났습니다.
다리 너머에 차를 잠깐 세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리를 배경으로 증명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그런데 차를 세우고 주변 경관을 살펴보기 위해 차 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에 불어오는 그런 바람이 뒤에서 폭풍처럼 밀어 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다리 앞 쪽으로는 파란 하늘이 아직 군데군데 보이고 있었지만 다리 뒤편에서는 비를 잔뜩 머금은 시커먼 먹구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Box-Death Hollow Wilderness를 집어삼킬 기세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아직 Hell's Backbone Road를 벗어나서 Boulder에 도착하려면 1시간 정도를 더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비포장도로 한가운데서 폭우를 만나 길 한가운데서 오도가도 못하고 고립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갑자기 몰려 들었습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걸어서 Hell's Backbone Bridge도 건너갔다 오고 주변 산책도 슬슬 할 생각이었지만 무섭게 몰려 드는 비구름은 저에게 그만한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얼른 다시 차를 몰고 꽤나 컴컴해 진 길을 나섰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노란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어 있는 길에서는 차를 세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Hell's Backbone Bridge에서 출발한 지 20분이 지난 시점부터 결국 걱정했던 비가 차창 밖에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Boulder까지 30분만 달리면 되니 설마 별 일이야 있겠냐?"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YouTube에서 자주 봐 왔던 무시무시한 Flash Flood 영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여행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던 제가 너무 웃기지만 이번 여행 가운데 이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쫄았던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