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후기

2004.12.01 11:30

sunny 조회 수:4000 추천:96

7살, 5살 두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은 쉽지는 않았지만 아주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만 6살, 4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었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한결 성숙하고 단단해지는 듯 했거든요. 가서 뭘 보고 느꼈는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다른 문화에 접해보면서 적응해가는 것과 말해주지 않아도 깨닫게 된점이 있다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끼리의 형제애와 가족애가 더욱 커진 점도 대만족입니다.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미리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전 설명과 에티켓을 미리 설명해주긴 했지만 듣는 둥 마는둥 했던 아이들이 막상 닥치고 보니 아주 잘 해내더군요. 특히 아직 어린 4살짜리 아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었죠. 떼쓰기 대장에 막내티 줄줄 달고다니는 아이였는데 공항도착하자마자 착한아이로 돌변 제 옆에 찰싹 붙어 여행끝날때까지 말썽 부리지 않고 잘 따라다녔습니다. 아마 낯선 곳이라 불안해서 그런거겠지만, 아빠가 돌아가고 저랑 다닐때도 안아달란 말 한마디 안하고 씩씩하게 걸어다녀 절 감탄시켰습니다. 물론 돌아오자마자 다시 원상복귀되어 언제 그랬냐 싶어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아이들이 한수위인가 봅니다.

덜렁덜렁 큰딸은 제법 보는 눈이 있어서 거리나 건물들을 보면서 한마디씩 툭툭 뱉어냅니다. 몸소 깨닫는 문화적 충격이 생각보다 강했던지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간간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엄마얼굴만 쳐다봐야 한다며 영어를 잘 하고 싶다고도 하는둥 나름대로 느끼는 점이 있었나 봅니다. 왕덜렁이 큰딸은 가는 곳마다 일을 저지르곤 했어요. 음료 엎지르기, 음식 떨어뜨리기, 의류매장에서 장식용 커튼 떨어뜨리기, 결국 장식품가게에서 유리로 만든 작은 소품들을 여럿 박살내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죠. 하지만 매번 종업원의 반응은 아이들의 안전이었습니다. 웃는 얼굴로 괜찮다며 다독이며 도와주려는 저와 아이까지 만류하며 정리하곤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특히나 장식품가게에선 영업시간이 끝나고 일을 저질렀는데도 늘상 있는일이라며 위험하다며 손도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울먹이며 사과하는 아이에게 너무나 놀란 얼굴로 괜찮다며 안아주더군요. 거기서 사온 몇점의 소품이 집을 장식하고 있는데 볼때마다 점원의 웃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이들과 여행하기에 미국은 아주 좋은 나라였습니다. 차로 다니니 아이들이 덜 피로하고, 어디를 가든지 아이들과 노약자를 위한 배려가 보이고, 느긋한 분위기는 아이들때문에 서둘지 않아도 좋다는 안도감에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었거든요. 운전하는 것도 그래서인지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출퇴근시간의 막히는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제한속도로 다닐 수 있어서 예상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있었고,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 길찾기도 어렵지 않았고, 차간 거리도 넉넉히 유지하고 달리는 통에 차선바꾸기나 고속도로 진출입도 아주 용이했습니다. 주차장 시설도 잘 되어있고 주차구획도 넓게 그려져있어서 주차하기도 수월합니다. 한국에서 어느정도 운전하면 아무문제 없을 듯 합니다. 반대로 외국사람들은 아마 한국에서 운전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예전에 한국에 처음이라는 미국인을 마중갔었는데 택시타고 오면서 눈이 휘둥그래지더군요. 롤러코스터 탄 기분이라나.. 두번째 올땐 차를 갖고 갔었거든요. 그랬더니 택시타고 싶었다며 아쉬워하더군요. 욕인지 칭찬인지...

어쨋든 돌아와서 뭐가 가장 좋았는지 물어보자 큰아이는 특이하게도 muir woods와 Disney land, Aerospace Museum을 둘째는 Zoo와 cable car, trolly를 이야기하더군요. 모두 다 좋은 곳이었는데 san diego의 항공우주박물관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비행기의 변천사와 조종사들, 달에 착륙한 기록과 암석들, 여럿 체험하는 공간등 별 기대없이 들어갔다가 나오려하지 않는 아이들때문에 어려웠던 곳이죠. 옆에 있던 자동차박물관이 수리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4일동안 san diego에 머물면서 하루정도 멕시코에 다녀올까 했었는데 아이들 등쌀에 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저는 좀 서운한데 아이들에게는 좀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을테니까요. zoo, sea world, balboa park, 나머지하루는 san diego 이름난 여러곳을 돌아다녔습니다. coronado도 아주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올땐 여기에 머물고 가리라 눈도장 꾹 찍고 왔습니다.

Disney land에선 호텔을 아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앞에 잡아놓고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루종일 놀았거든요. 점심도 밖으로 나와서 먹고 호텔에서 잠시 쉬고 다시 들어와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가실 분들 호텔은 가급적 가까운 곳에 예약하시기를 강추합니다. 하루를 알차게 즐기실 수 있어요.

예상했던 대로 이동하지는 못했어도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쉬고 자유여행의 이점을 만낏하며 즐겁게 돌아다녔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모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숨겨진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한결 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어 여행의 힘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습
니다. 앞으로 다니게 될 여행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변해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후기가 점차 늘어지게 됩니다. 얼렁 붙여서 쫘아악 올려야 하는데 궁색한 변명이지만 시간이 나지 않네요.
나름대로 완결편이 남아있는데 최대한 빨리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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