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라인강변 드라이브와 첫 캠핑장

2005.04.06 22:34

victor 조회 수:4888 추천: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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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 (화)

코스 Bonn → Koblenz → Mainz → Heidelberg

주행거리 335km

숙소 하이델베르그 캠핑장 (25유로)




라인강변 드라이브


노보텔의 아침식사는 매우 훌륭한 편이었다. 그러나 어디 우리음식만 하겠는가? 서양식 아침식사는 먹고나면 뭔가 허전하고 든든하지가 않다. 어제 늦게 잔탓에 늦게 일어나 아침 식사하고 주유소에서 기름넣고 간단한 쇼핑을 하고나니 어느새 11시 반이 되었고, 그때서야 코블렌쯔를 향해 출발했다. 주유소에 딸린 가게에서 사과 1봉지를 샀는데 우리네 홍옥과 비슷하게 생겨 무척 맛있었고, 운전중 졸릴 때 먹으면 잠도 깨고 허기도 채울 수 있어 요긴하게 활용했다.


12시가 넘어 코블렌쯔 시내에 도착, 김중배씨에게 전화했으나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 역앞 인포메이션에 들러 몇가지 정보를 챙긴다음 포장마차같이 생긴 곳에서 흰 소시지와 커틀릿으로 점심을 떼웠는데 맛이 괜찮았다.


한국에서 출발전 지도를 보고 코블렌츠에서 마인츠 방향으로 가는 길중 강을 중심으로 어느쪽을 타야할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혹시 일방은 아닌지, 일방이 아니라면 어느 쪽 경관이 더 낳을지... 온라인 mappyViaMichelin 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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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강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출발했는데, 영 아니다. 조망좋은 강쪽으로 철길이 있는데다 2차선 도로중 강과 먼 쪽으로 달리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미서부 PCH의 1번 도로 상에서 LA에서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구조이다. 다시 시내쪽으로 차를 돌려 강 왼쪽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다.



이 구간은 강을 끼고 양쪽이 각각 2차선으로 길이 나 있어 어느 쪽을 타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전설의 로렐라이 언덕이나 백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뤼데스하임을 방문하거나 고양이성과 쥐성 등 고성을 보다 가까이서 구경하려면 코블렌쯔에서 마인쯔 방향, 강 왼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보다 경관이 낫다. 반대 방향인 마인츠에서 코블렌츠 방향으로 진행을 하는 경우라면 강 오른쪽이 된다.

코블렌쯔 시내에서 강을 끼고 경관이 좋은 왼쪽 길을 타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고 표지판을 주의깊게 살피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 길이 구불구불하고 중간에 마을을 지나기도 하며 자칫 다른 길로 샐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코블렌쯔~뤼데스하임)은 경치가 아름다워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람선 관광코스 중의 하나이나, 시중의 배낭여행 정보 위주로 소개된 여행가이드 책자에는 거의 소개가 돼있지 않은 곳으로, 라인 강을 따라 잇달아 나타나는 고성과 포도밭, 로렐라이 언덕 등이 유명하다.


라인강변을 따라가는 드라이브는 정말 좋았다. 완만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나타나는 유람선과 그림같이 펼쳐지는 옛마을 들, 포도밭과 푸른 숲과 언덕, 언덕위에 펼쳐지는 고성들.... 이 모든 것이 잘 조화된 한폭의 풍경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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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은 유럽 최대의 내륙수로인 동시에 독일의 젖줄기이다. 독일이 2차 대전의 참패를 딛고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내는 데 이 라인강도 한몫을 했을까? 라인강에는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 뿐만이 아니라 각종 수화물과 원자재를 실은 길다랗게 생긴 화물선 들이 매우 좁은 강폭에도 불구하고 쉼없이 오갔다. 비단 이 라인강 뿐만이 아니다. 다음날 하이델베르그의 네카 강에서도 역시 화물선이 끊임없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아우토반 등 매우 훌륭한 수송 인프라가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경치좋은 곳은 모두 러브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점령하고 있는 우리의 한강변을 떠올리며, 왜 우리는 이렇게 아름답게 가꿀 수 없는걸까 하는 자책아닌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여행을 하며 느끼는 거지만 미국에서는 경치가 좋은 곳에 대개‘view point’가 표시돼 있었는데, 유럽은 그냥 도로 한쪽에 주차공간과 함께‘P’라는 표시만 돼있었다. 때문에 드라이브 도중 멋진 경관을 놓치지 않으려면 서행하며 지도와 함께 주의깊게 주변을 살펴야 한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scenic byway는 주로 국도변에 위치해 있으며, 미셸린 지도에는 초록색으로, 아틀라스 지도(Atlas Routier Et Touristique Europe)에는 *표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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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좋은 뷰포인트 중간 중간에 내려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진도 찍으며, 마르크스 부르크성, 쥐성, 고양이성을 차례대로 먼 발치에서 구경하는데, 독일의 성은 이웃 나라들의 성과 비교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굳건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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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라이 언덕은 기대만큼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이 전설을 아름답게 읊은 하이네의 시와 우리 귀에 익숙한 독일민요 ‘로렐라이’ 영향 탓일까? 평범한 언덕같은 이곳에서 한참동안 눈도장을 찍어두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로렐라이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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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곳에 로렐라이라고 불리는 인어가 살고 있었다. 달이 밝은 밤에는 이 바위에 앉아 금발의 물결치는 머리칼을 황금 머리빗으로 단정하게 빗으며,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 곁을 지나가는 뱃사공은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매혹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쪽으로 노를 저어 마침내는 무서운 암초에 좌초되어 파도에 삼켜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함께 구경한 관광객들은 모두 노인단체 관광객들이었다. 이후 가는 곳마다 노인단체 관광객들은 정말 많았고, 관광객의 절반 이상은 노인들이었던 것 같다. 노후에 이렇게 경제적인 여유와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노부부끼리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여유있는 생활이 가능한 건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고 연금제도가 생활 깊숙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경우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노인복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적절한 대비가 없는 실정이어서 다수의 노인들이 빈곤에 빠지고 있고, 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올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일각에서 연금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심지어 무용론,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우울하고 답답한 생각이 든다. 국가차원의 연금제도가 굳이 필요없는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 일반 국민들의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제도는 현재 연금제도이외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 운영상의 일부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노인인구 급증과 출산율 저하에 따른 안정적인 연금제도 운영등 중요하고 심각한 사회적 이슈 들을 좀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총의를 모아 나가야 하며, 이러한 역할을 언론과 정치권이 여론에 영합하지 않고 올바로 해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한국형 뉴딜정책에 연기금 활용'에 반대하는 소신 발언은 참으로 신선하고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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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데스하임 부근에 이르자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시내에는 포도주 축제를 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로 무척 붐비고 있었다. 이곳에서 잠시 내려 포도 생산과정 견학과 시음도 해보고 포도주도 살까 했었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지체됐고 기회가 또 있으려니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이곳에서 포도주를 사두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뤼데스하임을 지나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는데, 방향을 잃어 고속도로에서 잠시 헤맸다. 한참을 가며 하이델베르그 표지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해서 베를린 방면의 표지판만 나온다. 아무래도 지나친 것 같아 주변 국도로 빠져나와 길을 물어 하이델베르그 방향의 고속도로를 다시 타야만 했다.

뤼데스하임을 지나 마인츠 방면으로 진행을 하다보면 표지판이 명확치 않아 헤매기 십상이므로 주의깊게 보고 진행해야 한다.




하이델베르그 캠핑장에서 존 부부와의 만남


하이델베르그 시내에 접어들어 캠핑장을 물어 찾아갔으나, 그곳은 텐트만 허용된 곳이어서 방갈로가 있는 캠핑장 물어 다시 찾아갔다. 길에서 만난 독일인 들은 대체적으로 표정들이 밝고 매우 친절해 차가운 첫인상의 영국인 들과 비교가 되었다.


이번 유럽여행을 하며 처음 묵게되는 캠핑장이라 어떤 모습일까 무척 설레였다.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리셉션에서 3명이상 묵을 방갈로가 있는지 묻고 일단 방을 먼저 보자고 해 키를 받아 방을 둘러 보았다. 방갈로는 캐빈 형식으로 2층짜리 침대 2개만 달랑 놓여 있었고, 공동으로 사용할 화장실과 샤워실, 취사시설, 세탁실은 양호해 보였다.


다시 리셉션에 들러 오케이하고 체크인을 위해 여권을 보여주니 그 청년, 대한민국에서 왔느냐고 물어 그렇다고 했더니,“나 대한민국 잘 알아요”하며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하며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또 한국인 친구로부터 선물도 받았다고 하며 핸드폰 걸이를 보여주며 자랑한다.“그래요? 한국에도 가본적 있어요?”했더니 가보지는 않고 TV에서 월드컵 경기를 많이 봤다고 한다. 내가 반가워하며“나도 똑같은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내가 하나 더 줄께요”했더니, 고맙다며 동전모양의 샤워코인 3개를 공짜로 주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한국을 알거나 한국인임을 알아보는 유럽인은 극히 드문 것 같은데... 작은 일에 은근히 자긍심이 생긴다.

샤워용 코인이 별도로 있었다는 것과 이런 코인을 사용해 본 경험은 이 캠핑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의 다른 캠핑장은 이보다는 시설도 훨씬 좋았고 별도의 코인없이 모두 무료로 샤워, 세탁을 할 수 있는 곳들이었다. 이곳에서 코인을 넣고 하는 샤워는 시간제한이 있으므로 제한시간에 맞춰 요령있게 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캠핑장은 네카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고 성수기가 끝난 탓인지 북적거리지 않고 한산해 보였으며, 대부분이 침대와 키친 시설등이 갖춰져 있는 캠핑카(캬라반)를 끌고와 여유있게 묵고 있었다. 강변이라 캠핑장의 밤 기온이 꽤 쌀쌀했고, 준비해간 담요만으로는 추울 것 같아 리셉션에서 침낭하나를 빌려 잤으나(3유로), 아침에 일어나니 그래도 조금 추웠다.



준비해간 햇반과 라면이 아직 많이 남아 공동 취사장 겸 식당에서 햇반과 라면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냄새가 심했던 김치봉지를 풀어보니 총각김치의 비닐봉지 옆구리가 터졌던 것. 공동 취사장겸 식당은 꽤 넓었고, 식탁과 가스렌지 등이 설치돼 음식을 준비하고 식사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데 외국인 남녀가 들어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각자 저녁 준비를 하며 그들과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두 사람은 미국에서 온 존 부부이며 4일째 이곳에서 캠핑 중이고 내일아침 이곳을 떠날 예정이란다. 미국인 들 특유의 쾌활하고 사교성 있는 모습이다. 부인 린다는 고향이 플로리다인데 5월경 허리케인으로 인해 집이 다 날라가 위로겸 여행을 왔다고 하며 금새 눈물을 글썽거리려고 한다.


식사준비가 다돼 김치와 라면을 조금 건네주며 "음식냄새가 심할텐데 이해바란다. 맛이 이상하면 다시 돌려달라"고 했더니“Great!!!”을 연발하며 무척이나 좋아한다. 과장된 너스레라도 건넨 음식을 사양하지 않고 맛보며 좋아하는 그들을 보니, 고마운 생각마저 든다. 린다는 나중에 김치찌꺼기를 버리면서도 눈치를 살피며“버려도 되겠어요?”라고 묻는다. 혹 맛이 없어 우리가 서운해 할까봐 취하는 사려깊은 행동이다. 저녁을 다먹고 나서도 우리가 내일 하이델베르그 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니 존은 이용하기 편리한 주차장과 올라가는 루트를 열심히 가르쳐 준다.


준비해간 냉장고 붙박이용 부부자석을 건네자 고마워하며 린다는 할말을 잃는다. 나중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며, 캘리포니아에 올일이 있으면 꼭 방문하라며 존이 명함을 건넨다. 그들은 수요일에 뮌헨에 갈 예정인데, 그곳 옥토버페스트에서 꼭 만나자고 거듭 약속했다. 사람들 만나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진영이가 특히 좋아하며 옆에서 간간히 거들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여행중 상대방의 친절한 도움에 대한 고마움의 답례로 기념품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개인 차원의 마음의 국제교류이다. 고마움의 증표를 받은 외국인들이 늘어날 때 우호적인 대한민국 이미지가 점차 형성, 확산될 것이며,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도 차츰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여행중의 이런 아름다운 교감을 나누고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여행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며, 한편으론 든든한 여행의 에너지를 얻는 일이 될 것이다.





꼬리말 쓰기
unique영 여행기를 읽으며 느끼는건데 정말 여행의 참맛을 즐기고계신다는 생각이 들어요,덕분에 저도 여러가지 함께 배우는점도 많으네요 [2004/11/24]
장유정 유람선을 타고 로렐라이 언덕을 지난때는 로렐라이 노래가 나왔었는데...정말 부러운 여행입니다..*^^* [2004/11/25]
victor 전 로렐라이 언덕에 올라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봐도 로렐라이 노래가 안나오더군요. 대신 구워간 시디를 들으며 감상에 젖어보았습니다. ^^ [2004/11/26]
나의하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4/12/23]
김선림 저희 가족은 코블렌쯔와 뤼데스하임의 중간에 카웁이란 마을의 고성에서 하룻밤 묶었습니다. 비싼 값을 치르고...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갔었는데, 아침 식사때에는 중세기사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님의 여행기를 읽으며, 라인강을 내려다보며 맞았던 아침이 떠오르는군요. 좋은 글, 잘읽고있습니 [200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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