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Europe with kids no 4.

2007.06.08 18:57

송은 조회 수:3919 추천:38





이렇게 Natterer See에서 머물다

두세시간 거리의 잘츠감머구트로 떠남.

할슈타트에 도착해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와 산들,

그리고 이와 어우러진 동화같이 예쁜 마을의 모습에 감동.

인스부르크 쪽보다 더 좋잖아!



할슈타트 마을 내부로 들어가려면 주차카드를 받아야하고 어쩌고

귀찮아서 마을 입구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다.

어차피 걸어서 10분 밖에 안 걸리는 마을인데 아무 곳에 자면 어떠리.

사실, 지나고 보면 대부분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이 많았다.

여행준비할 때는 인터넷 눈 뻘개져라 보면서 누가 여기 좋다면

죽어도 거기서 묵어야 할 것 같고, 어디 가봐야 할 것 같고 그런데

실제 다니다보면 99% 집착할 필요 없었다.

내가 당장 편한 곳에 짐 풀면 그만이고, 내가 당장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면 그만이다.



사실 할슈타트도 처음 볼 땐 감동이었지만,

나중에 보니 잘츠감머구트 지방 전체가 다 이런 이쁜 마을들이더라.

호수도 얼마나 많은데.. 호숫가 마을 아무데나 가서 숙소 찾아도 아무 상관 없다.

할슈타트에 5박이나 했지만, 사실 할슈타트 마을을 둘러본 것은 도착하자마자

사진기 들고 둘러본 1시간 정도가 고작이었다.

마찬가지로 책자에 나오는 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에 꼭 가 봐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가질 필요도 없다. 이름이야 사람들이 붙인 것일 뿐,

아름다운 호수와 산들은 굽이를 돌 때마다 조용히 미소지으며 반겨주었다.

차를 달리다가 견딜 수 없이 아름다워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

사진을 찍곤 했다. 사진 찍는 것을 영 귀찮아하는 주제에 말이다.



5박하면서 다닌 곳은 간단히 정할 수 있었다. 호텔 프런트에서 받은

잘츠감머구트 안내책자를 보니 잘츠감머구트 카드라는 것을 4.9유로 내고

만들면 할인혜택이 있는 인근 갈 곳들이 나와 있었는데, 그것 중에 애들이

가보고 싶은 곳을 5일 동안 다녔다.



할슈타트의 소금광산: 나무 미끄럼틀 타는 것이 재미있었고, 대단치는 않아도 나름 아기자기했음.

할슈타트 인근 마을의 얼음 동굴: 대실패. 춥기만 하고 별 재미 없었음.

할슈타트 북쪽 좀 먼 곳 봉우리 꼭대기에 있는 wildlife park: 산양, 사슴, 산염소, 멧돼지, 조랑말, 기니피그,

토끼 등등의 동물을 목장처럼 키우고 있는 일종의 petting zoo. 애들이 직접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만져보면서

무척 좋아했다. 특히 기니피그가 너무 귀여워서 거의 한 시간 동안 풀을 멕여 대더라...

이런거야 우리나라에도, 어디 가도 다 있는 것이지만, 그런거 구애받지 말고 지금 오늘 여기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라면 가서 즐기기로 했기에 맘 편하게 놀았다. 게다가 동물이야 신기할 것 없어도

배경화면(?)이 그림 같은 풍경이니..



Bad Goisern 마을: 이 마을이 Best였다! 이 마을에 간 이유는 책자에 나온 야외 수영장에 가기 위함이었는데,

60미터 슬라이드에 어린이 풀장, 3미터 다이빙 풀장 등이 있었다. 그렇다고 무슨 캐러비안 베이 같은 곳

상상하면 절대 금물!  오스트리아에는 에버랜드나 캐러비안 베이 같은 거대한 시설들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소박한 동네 풀장, 동네 놀이터, 동네 박물관 등이었다. 그런데 참 좋았다. 사람이 없어서...

(전에도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사람이 많으면 그것 자체만으로 싫다)

난 이 풀장이 너무 좋았는데 아쉽게도 계곡물인지 물이 너무 차서 애들이 추워 벌벌 떠는지라 1시간만에 철수.



하지만, 그래도 아쉬울 것 없는 것이 풀장 바로 앞에 있는 동네 놀이터가 너무 넓고 좋은지라

애들이 거의 2 시간을 열심히 놀았다. 풍경도 아름답고, 시설도 아기자기. 무슨 유격훈련할 때 타는 듯한

타이어타고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줄에 매달려 가는 탈 것도 있었다.

그리고, 동네 작은 개천이 마셔도 될 듯 맑은데,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고, 백조가 아무렇지도 않게

유유히 떠다닌다. 다가가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아이들이 백조에게 먹이를 먹인다며

온갖 풀을 뜯어다 들이댔지만(?) 물풀만 뜯어먹더라.

이 마을이 너무나 좋았던 관계로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처음으로 사진을 첨부한다.

그리고, 다 놀고나면 할슈타트로 가는 큰 길가에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있는데,

기대 안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새우볶음밥, 볶음국수, 죽순과 소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너무 짜지도 않았고, 이상한 동남아 향도 나지 않아 애들이 잘 먹었다.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참 인터내셔널한 가족이더라. 할아버지때 중국을 떠나

홍콩에 살다가 인도네시아로 이주, 다시 인도로 갔다가 19년 전에 오스트리아로 와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장왈, 오스트리아는 한국같이 산업이 발전한 나라는 아니지만,

공기좋고 물좋아서 만족한댄다. 유럽 통합 이후 무상교육 등 각종 복지혜택이 축소되고

있다니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이 잘쯔감머구트 산골까지 밀려오고 있는 모양이지만,

여하튼 보기에는 거친 세상과 담 쌓고 신선놀음하며 사는 동네 같아 보였다.



마지막날 가 본 곳은 할슈타트에서 1시간 넘게 북쪽으로 가는 꽤 먼 곳이었는데,

walchen이라는 정말 지도에도 안 나오는 작은 마을에 있는 Kinderwelt Walchen이라는

곳이었다. 어린이세계, 어린이 박물관 정도의 이름인데, 가다보니 너무 멀어서 좀 짜증,

하도 작은 마을이라 근처에 가서 물어물어 가다보니 짜증,

도착해보니 손님은 우리밖에 없고 웬 사람인지 확실치 않은(?) 할머니 혼자 덩그러니

넓디넓은 낡은 곳을 지키고 있어 잘못 왔나 싶었지만,



이곳이 또 대박이었다.

넓은 정원에 인형 박물관, 삐삐 롱스타킹의 집, 동물들 우리, 미니 바이킹처럼 생긴 배 모양 그네,

직접 해 볼 수 있는 손인형 극장, 기타 정체를 알수 없는 신기한 물건들이 곳곳마다 있다.

이곳의 특징은 모든 것이 다 만져볼 수 있고 직접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형 박물관은 먼지 쌓인 낡은 물건들과 사람 크기 인형이 가득하여 좀 으시시할 지경인데,

옷걸이에 걸린 옷도 입어보고, 화장대에 앉아 화장도 하는 척 해보고, 구두장이 영감처럼

구두 고치는 도구도 만져보고,

삐삐의 집에는 떡하니 미니 서커스장이 있어 아이들이 삐에로 모자도 써보고

져글링 도구도 던져보고, 외발자전거 타려다 넘어져도 보고 ...



안내지도에 토끼를 만져볼 수 있다기에 아까 그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더니

부엌에 가서 사과껍질을 가져다 주면서 토끼가 정원 곳곳을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있으니

운이 아주 좋으면 만나볼 수 있을 거라나? 사과껍질로 잘 꼬셔 보라고 하더라. 우리는 실패..



시설은 다 낡았고,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에서 잘 볼 수 없는(?) 먼지도 꽤 끼어 있었으며

얼핏 보면 약간 흉가 느낌도 나지만, 그래서 더 실감나는 어린이들의 동화나라였다.

뭐, 이 여행기 전체가 지극히 주관적이니 가보시고 실망하셔도 그냥 니 팔자이거니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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