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수)

코스 Heidelberg→고성가도(Eberbach-Heilbroon-Schwabisch Hall)→Rothenburg ob der tauber

주행거리 223km

숙소 Tauberromantik 캠핑장 (38유로)


hei-roh (1).gif

 


하이델베르그 성


아침먹고 치우고 정리하다보니 10시 30분경. 체크아웃을 하려고 하는데 어제받은 룸넘버가 적힌 카드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다 없어 리셉션에 가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No, Problem"하며 괜찮단다. 캠핑장 사용료 계산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체크아웃 시에 하였고(종종 선불을 요구하는 곳도 있음), 30유로 이하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하여 현금으로 계산하였다.



어제 존이 알려준대로 p13 주차장에 주차하고 성에 걸어 올라갔다. 성은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겪으며 지금은 일부 외벽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hei01.jpg



성에 올라 시내를 조망하니 시내와 네카강, 철학자의 길을 연결하는 카를데오도르 다리 등이 한눈에 들어와 무척 아름다워 보였으며,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왔으면 얼마나 멋있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심 유럽의 단풍구경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여행시기를 초가을로 잡았지만 그 시기가 아직은 이르다.


hei03.jpg 


관광을 하던 중 한참동안 소나기가 내려 약 20분 가량을 피해 있어야 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잡고 여행하는 것이 눈에 많이 뛰었다.





구시가와 하이델베르그 대학


hei05.jpg

hei07.jpg

하이델베르그 성을 내려와 구시가지의 하우프트 거리를 걸으며 시내 구경에 나섰다. 몇 백년쯤 됐을 고색창연한 집들과 돌이 깔린 좁은 골목길... 괴테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찬미한 이곳 하이델베르크는 그들의 칭송에 걸맞는 아름다운 도시였으며, 아무리 걸어도 싫증이 날 것 같지가 않았다.




hei08.jpg


성령교회에 들어서니 거대하고 장중한 성당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압도가 된다. 카톨릭 신자인 아내는 성당내 성상 조각과 그림을 접할 때마다 숙연해하며 성호와 함께 두손을 모으곤 한다. 외관부터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교회의 위엄과 권위는 유럽 곳곳에 아직도 여전히 살아 있는 듯 하였다.


시내 도로변에 위치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하이델베르크 대학 부속건물 들을 구경하며 학생도서관이 있어 잠깐 안에 들어가 보았다. 로비에 인터넷이 있어 진영이와 함께 반가운 마음에 시도를 해 봤지만 브라우저 없이 단순 도서검색용으로 설치해 놓은 것이었다. 대학하면 으레 일단 캠퍼스 규모가 크고 푸른 잔디 등 녹색공간이 많은 캠퍼스가 연상되지만 6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이 대학은 대로변에 인접하여 마치 사무실 건물같은 의외의 소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소박해 보이는 곳에서 괴테, 헤겔, 헤세, 슈만등 세계적인 철학가와 문학가, 예술가 들이 거쳐가는 등 빛나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학생감옥


hei11.jpg

hei10.jpg


볼거리에 비해서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고, 입구에 낙서하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매달려 있었다. 실내의 벽면은 물론 바닥과 천장이 온통 낙서로 얼룩져 있어 당시 이곳을 스쳐간 학생들이 고민하고 방황했을 그들의 꿈과 사랑, 이상 등이 어렴풋이 상상이 되는 것 같다.

추가 낙서할 만한 틈이 전혀 없었지만, 호기심이 강한 진영이 "한영중 진영이 왔다가다"라는 중학생다운 낙서를 슬쩍 끼워넣고 나왔다.




hei13.jpg


도서관과 학생감옥 근처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있는데, 골목에 자랑스럽게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보니 황태자 식당. 음식값이 비싸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진영이가 들어가자고 채근해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가 친절하게 맞아 주신다. 메뉴는 김치 불낙전골, 우리에게는 다소 비싼 가격(13유로)이었지만 무척 맛있었고, 아저씨의 보이지 않는 애국심에 대한 나름의 보답(?)으로 생각하니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했다. 음식을 먹으며 주인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일찍이 10대 후반에 이곳 독일로 건너와 갖은 고생 끝에 기반을 잡았고, 지금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대표해 보이지 않게 이런 저런 기여와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는 숨은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성가도
 

하이델베르그를 떠나 고성가도를 타고 드라이브한다는 생각으로 가끔은 쉬면서 로덴부르그까지 달렸다. 주변의 온통 초록색의 목가적인 풍경과 군데 군데 고성들이 어우러져 자동차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정말 멋진 경관이며, 푸른 숲과 잔디가 많은 탓에 공기중에 먼지가 없어 가시거리가 뛰어나고 시원스럽게 시야가 트였다. 특히 에버바흐에서 하일브룬 구간과 슈베비쉬 할 부근의 경치는 독일의 전형적인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대표하는 멋진 Senic Byway로 가슴 속에 깊이 남아있다.


자동차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이동’이 아닌가 싶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새롭게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색다른 풍경과 풍습 들이 여행의 분위기와 감흥을 한껏 자아내기 때문이다.




roh02.jpg

roh01.jpg


6시경 로덴부르그에 도착했는데, 써머타임 때문에 아직 어둡지는 않았다. 우선 캠핑장 확보가 급선무이므로 길가의 캠핑장 표시를 따라 캠핑장을 찾아 갔는데 아파트식 방갈로로 시설이 너무 좋았다. 체크인을 하며 리셉션 청년에게 마음에 쏘옥 든다고 했더니 한국인들도 종종 찾는다고 한다.




roh07.jpg


일단 짐을 풀어놓고 저녁은 시내에서 사먹기로 하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많은 상가들이 이미 문을 닫았으나 오히려 혼잡하지 않아 구경하기 좋았다. 차를 성문 바깥쪽에 주차했다 성안이 혼잡하지 않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다시 차를 성안 도로변에 주차를 한 후 우선 성곽을 따라 구경을 하였다. 성곽에서 바라보는 석양녘의 도시와 주변의 경치는 그림엽서를 보듯 너무도 아름다웠다.




roh04.jpg 

roh06.jpg 


중세의 마을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생각보다는 그리 감흥은 크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이 지금에 와서도 모두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진영인 중세 무기박물관이 문을 닫아 무척 아쉬워 했고, 여행을 마치고 난 후 이곳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roh13.jpg

roh12.jpg

roh11.jpg





 

로텐부르그에서 존 부부 재회


혼잡하지 않은 시간에 인기가 좋다고 하는 인형극장 등을 거쳐 돌로 포장된 좁은 골목길의 정겨움과 은은한 고풍스러움을 음미하며 구경하고 있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하이델베르그 캠핑장에서 만났던 존 부부가 레스토랑의 문밖에 설치한 노천 테이블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roh10.jpg

roh09.jpg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뜻밖의 해후에 우린 잠시동안 할말을 잃고 눈을 크게 뜨고 입만 벌린채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존이 커다란 팔로 진영이를 덥썩 껴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고, 정이 많은 린다는 일일이 우리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하이델베르그에서 영어 닉네임을 가르쳐줌) 반가워 한다. 린다와 존이 뭐라도 먹으라고 적극 권유하는 데 테이블을 보니 둘은 식사를 거의 다 마치고 맥주를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그럼 맥주를 마실까하고 주문을 하려는데 생각해 보니 차를 끌고 와 맥주를 마실 수가 없다. 몹시 서운해 하는 그들을 보며 뮌헨 옥토버페스트에서 다시 만나면 그땐 부담없이 맘껏 마시자며 위로를 건넸다. 헤어지며 린다는 다시한번 믿기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뜻밖의 재회에 반가움과 아쉬움을 나타낸다.


이번 유럽여행중 유럽인들은 대체적으로 매우 친절했지만, 일부는 무표정하게 대하는 사람들도 종종 봐오던터라 이들의 다소 과장된 듯한 제스처와 너스레에 오히려 친밀감과 진한 인간미를 느꼈다.
 



꼬리말 쓰기
해탈 흠 독일 다녀온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안방에서 독일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서요. [2004/11/26]
victor 호응에 감사드려요 ^^ [2004/11/27]
unique영 하이델베르크,로덴부르그를 아직 못가봤는데 님의글을 읽으니 더욱가고싶어지네요,저는 드라이빙투어는 국내밖에 못햇는데 정말 이동하며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가 드라이빙의 매력같아요,해외에서 버스투어할때 드는생각은 나중에 다시 운전하며 여유롭게 다녀야지하는거예요, [2004/12/03]
victor 자동차 여행은 분명 많은 준비와 노력, 고생이 수반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노력과 고생을 기꺼이 감수하고도 남을만한 가치와 보람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건이 되시면 꼭 한번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힘이 닿는 한 적극 도와드릴께요. [2004/12/03]
unique영 감사합니다,아마 5년이후가돼야할거예요,그때는 둘째도 대학에 갈테니까....그래서 사실 저는 주로 패키지나 속해있는 모임주관의 자유여행정도로 다니는형편입니다,우리가족은 여행을 무지 좋아한답니다,아이들과 항상 여행을 다녔는데 커가니까 시간에 구애를 받게 되네요 [2004/12/04]
victor 형태가 어찌됐건 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경험이 많은 분 앞에 여행기를 소개하는 것이 쑥스럽기만 합니다.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길... [2004/12/04]
나의하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4/12/23]
helen 이 코스를 드빙으로 꼭 한번 해보고 싶은데 가기전 준비가 만만찮아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군요. 님의 지도가 아마도 제 길을 안내할 자료가 될 듯... [2005/01/11]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