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Europe with kids no 2.

2007.06.08 18:50

송은 조회 수:4607 추천:117

차를 달려 처음 간 곳은 스위스의 루체른.

한국여행객이 많은 백팩커스 루체른에 묵었는데, 취사 가능하고 스위스 치고는 가격이 저렴하여

좋았지만, 역시 쾌적한 잠자리는 아니었음.

필라투스 골든라운드트립를 하였는데, 필라투스 정상의 풍경은 감동적이지는 않았음.

루체른 호수 등 주변 전경이 아름답지만

융프라우, 쉴트호른 등 눈덮인 고봉의 모습이 일단은 더 압도적일 듯함.

사실 이곳을 간 주목적은 하산 케이블카 중간역에 있는 보타건(봅슬레이 같은 여름 썰매)임.

1.4킬로미터를 터널도 지나며 구비구비 달리는데 브레이크로 자기가 속도 조절가능.

어차피 여러번 타게 될테니 비싸도 처음 표 살 때 5회권을 끊으시길. 1회권 샀다가

나중에 5회권 애들 성화에 사게 되면 돈 더 들게 됨.

애들 환장하게 좋아함. 주변 경치도 너무나 아름다움. 산 정상보다 오히려 이곳이 더 좋음.



루체른을 떠나 이탈리아로 접어들어 피렌체.

이비스 피렌체에 묵었는데 너무나 깨끗하고 아늑한 실내가 좋았음.

피렌체는 기대보다 별로였음. 이태리의 도시들은 전반적으로 낡고 다소 지저분한 느낌.

곳곳의 쓰레기, 담벼락의 낙서..  유명한 두오모도 둘러보았지만,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복잡한 분위기에 별 감흥 무. 나중에 로마 다녀오며 들렀던

오르비에또의 한적한 두오모가 오히려 더 좋았음.

역시 사람 많으면 일단 싫어지는 개인적인 취향 탓일지 모르지만..

하물며 애들의 반응은 말하나마나. 재미없고 더울텐데 잘 참고 따라다녀 주는게 고마워

젤라또 열심히 사 멕임.



로마에서는 가족단위 여행객만 받는 로마미아 민박에서 4박.

소박한 가정집의 한 방을 빌려서 묵는 느낌. 아주머니가 너무나

친절하셨고, 정갈한 식사도 좋았음.

로마 시내는 2층버스 투어로 돌아보았는데, 유일하게 한국어 안내방송이

나오는 Ciao Roma 라는 회사의 버스를 탔음. 애들이 한국어 안내가 나오는

오디오 가이드를 너무 좋아했음.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는지와 관계없이.

단점은 40분 배차간격이라, 한번 어느 곳에 내렸다가 다음 버스를 놓치면

막막해짐. 그냥 2시간 정도 내리지 말고 로마 한 바퀴 오디오 가이드 들으며

시원하게 2층버스로 돌아보고, 포로 로마노 근처 등에 내려서 걸어다니며

주요 포인트를 보는 것도 좋을듯.



바티칸 박물관의 두 시간 줄 서기 악명이 너무 높아서

아예 점심 먹고 느지막히 오후 2시 경에 가 보니 15분 만에 입장할 수 있었음.

개장 시간부터 폐장때까지 악착같이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느지막히 가면 괜한 고생 안 할 수 있음.



역시 대단한 박물관이었지만, 여백이라고는 없이 모든 곳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조각, 그림, 천정화, 장식들을 보다보니 무슨 보물창고 보는 느낌이었음.

유럽의 궁전 등을 보다보면 한 치의 빈틈도 남기지 않고 온갖 문양으로

요란하게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느껴져 멀미가 나는데,

우리나라 선암사나 일본의 히메지 성 등이 얼마나 우아하고 여운 있는 건물인지

새삼 느껴지곤 함.



애들에게 사전 정지작업으로 로마의 휴일 영화도 보여주고,

미켈란젤로 이야기도 베드타임 스토리로 해주고 했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애들의 지친 표정을 보니 역시 욕심이었던 것 같음.

전에 미국에 잠시 살면서 보스턴 파인 아트 뮤지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등

가는 도시마다 미술관에 데려갔더니 애들이 오히려 미술관이라면 진저리를

치게 되었음.



사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감상하느냐가

감흥을 크게 좌우하는 듯함.

평소 아무리 좋아하던 고흐의 작품이라도 메트로폴리탄에서

북적대는 관광객들의 머리 사이로 기웃거리며 간신히 넘겨다보다 보면

짜증만 났었음.

그에 비해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있는 달리 뮤지엄에서는

작은 규모였지만, 한적함 속에 여유 있게 소파에 앉아 한 작품을 한참 동안

감상하곤 하다보니 참 좋았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은 작품들이다보니

애들도 좋아하여 유럽에서도 달리 그림이 눈에 띄면 알아보고 좋아함.



개인적인 기억으로도, 사실 천하의 유명한 미술관에서 본 작품보다

국민학생 시절 집에 있던 화집에서 본 고야, 뭉크, 마그리트의 그림이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들임.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루에 누워 하염 없이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고, 궁금하면 뒤의 해설도 읽어볼 수 있는 화집이

하루종일 발품팔며 관광객들 머리 사이로 가까스로 보고 가는

그놈의 '진품' 관람보다 못하다는 것도 고정관념일 뿐임.



일년 365일 한적한 날이 있을 리 없는 루브르와 오르세는 애들 데리고

가지 않기로 이 날 마음 먹음.



로마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교외 티볼리의 분수 정원 빌라 데스떼 였음.

기대 이상이었음. 애들이 로마에서 유일하게 좋아한 곳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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