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파리 - 베르사이유 궁전, 에펠탑, 세느강 유람

2005.04.06 15:04

victor 조회 수:4094 추천:30

10.1 (금) 21일째

코스 베르사이유 궁전 → 에펠탑 → 세느강 유람

숙소 개선문 민박 (60유로, 4박)

 

 

 

민박집 이동


아침에 일어나 리셉션에 혹 빈방이 있나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민박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셉션에서 3일짜리 뮤지엄 패스를 구입한 뒤, 민박 리스트를 들고 현재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울 것 같은 개선문 민박에 전화를 했더니 가족실 이용이 가능하고 주차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한다.


개선문 민박은 이름에서 연상되는 개선문의 위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7호선 종점 부근의 Porte d'lvry역에 위치해 있었다. Porte d'lvry역을 찾아가기 위해 순환도로 빼리빼리크를 탔는데, 반대 방향으로 잘못 들어서 차를 돌려 다시 방향을 잡아야 했고 도로 위에는 오전인데도 혼잡한 시간대의 올림픽 도로에서와 같이 차들이 많았다.


7호선 Porte d'lvry역에 도착하니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행색이 꾀재재한 중국인 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띠었으며 흑인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들의 모습과 거리, 주변의 풍경에서 낭만이 가득했던 어제의 캠핑장에서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다소 실망스런 느낌이 와 닿는다.


아파트 18층에 자리잡고 있는 민박집에 도착해 보니 도미토리 형식의 2층 침대가 놓여있는 방들이 많았고, 로마와 피렌체에서의 민박보다는 열악하고 런던에서의 민박과는 비슷한 환경이었으며, 많은 여행객 들이 수시로 들락거리고 북적대는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곳이고 비좁아 다소의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우리는 그중 가장 괜찮은 방으로 배정을 받았고 가족실이라 우리 가족만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어 그런대로 만족했다.


저녁이면 한국인 여행객 들과 둘러앉아 다양한 여행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며 여행의 긴장을 누그러 뜨릴 수 있다는 게 역시 민박의 장점인 것 같다. 차는 민박집에 할당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 주었다.


 

 

베르사이유 궁전


짐 정리와 점심식사를 마친 후 파리와 시 외곽을 연결하는 순환열차 RER를 타고 베르사이유 궁전에 도착하였다. 베르사이유 궁전과 정원은 역시 소문대로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고, 절대권력을 쥔 인간들의 사치와 허영이 끝이 없음을 돌아보게 보게 하였다.


루이 14세부터 시작한 이 초호화 궁전을 세우기 위해 48년간에 걸친 막대한 공사가 계속됐고, 이 때문에 국가 재정은 파탄에 이르고 결국 루이 16세에 이르러 프랑스 혁명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오스트리아 빈의 쇤부른 궁전 등을 포함한 화려하고 거대한 문화유산 이면에 얼마나 많은 민초들의 희생과 아픔이 따랐는지, 그 이면에 숨은 어두운 역사도 동시에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코멘트를 진영이에게 남기며 정원으로 먼저 향했다.


정원 관람은 별도의 입장료(6유로)를 받고 있었다. 자전거를 1시간 빌려 왕비의 촌락 등을 둘러보는 데 정원이 워낙 넓어 다 돌아보려면 1시간을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고, 반나절은 빌려야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원 관람을 마친 후 오후 5시경. 왕과 왕비의 방을 비롯해 세계 제1차 대전을 종결지은 베르사이유 조약과 그 외 중요한 국제조약이 수차 체결됐다는 거울의 방을 둘러 봤는데, 관광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 차분하고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었다.

혼잡을 피하려면 우리처럼 정원을 먼저 구경하고, 4시 이후 궁전 내부를 관람하는 것이 혼잡을 피하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듯하다.




 



지하철 공간문화


베르사이유 궁전 관광을 마치고 지하철을 이용해 에펠탑으로 향했다. 이후 관광지 이동은 주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역간 거리가 짧아 이동하는 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차에 신경을 쓰지않아도 돼 마음이 한결 여유로웠다.


이동중 지하철 내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관찰하며 그들 일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또 심심찮게 펼져지는 수준있는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고 지루하지가 않았다.


이런 모습들을 접하며 예술의 자유를 누리는 그들이나 그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즐기는 파리시민 들의 문화적 풍요가 새삼 부럽게 다가왔다. 어느 역에선가 우크라이나 4인조 악단의 장중한 코러스에 이끌려 그들의 CD를 현장에서 바로 구입하기도 하였다.


비단 음악 뿐만이 아니다. 생미셸 거리에서 무프타르 역으로 이동하던 중 지하철 역내에 장식된 타일 벽화를 보고 다시한번 그들의 탁월한 예술감각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밋밋한 공간과 지하의 혼탁한 공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공간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예술감각을 살려 멋진 미술공간으로 재탄생 시켜놓고 있는 것이었다. 복잡해 보이는 도심과 혼탁하고 냄새나는 지하 공간은 우리나 그네나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조급하고 굳은 표정대신 곳곳에 예술과 자유와 낭만이 넘쳐나고 이런 것들로 인해 그들은 삶의 여유와 풍요를 한껏 누리고 있는 듯 보였다.

 



 

에펠탑 야경


에펠탑에 도착했을 때는 이제 막 해가 넘어간 직후라 거대한 철골 구조물에 이제 막 조명이 들어와 불에 어정쩡하게 달궈진 흉물스런 쇠붙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높이의 탑 바로 밑에서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해, 에펠탑 조망 위치가 가장 뛰어나다는 사이요 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샤이요 궁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의 자태는 더이상 철골 구조물이 아닌 하나의 완벽한 예술 작품으로 빛나고 있었고, 어둠이 짙어갈 수록 시시각각 아름다운 빛깔을 뿜어내며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야경의 진수를 보는 듯 했고, 에펠탑이 왜 파리의 상징이 되고 있는지, 세계의 젊은이 들이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왜 가장 선호하는 도시로 꼽고 있는지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매 정시마다 반짝거리며 연출되는 화려한 불꽃 조명놀이는 단연 압권이었고, 보는 이를 흠뻑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세느강 유람 - 바토무슈


에펠탑 관광이 끝나고 세느강의 유람선 관광을 위해 지친 다리를 이끌고 알마 다리까지 약 20분 이상을 걸어서 이동했다. 세느강을 유람하려면 가까이에 있는 에펠탑 바로 밑의 바토 파리지앵을 이용해도 되지만, 기왕이면 한국어 방송이 나오는 바토 무슈를 이용하고 싶어 그곳까지 걸어 간 것이다.


바토 무슈 선착장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고,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수많은 관광객을 가득 채운 유람선이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신음하듯 환희에 찬 탄식과 수군거림이 주변에서 흘러 나왔고, 아름답고 낭만적인 강변의 모습을 담느라 카메라의 후레쉬가 여기 저기서 터지기 시작한다.


여전히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에펠탑을 뒤로하고 유람선은 생각보다는 제법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강을 따라 양쪽으로 줄지어 나타나는 고풍스런 건물 들, 은은한 조명을 받아 주변 경관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여러 다리들, 한강 둔치가 연상되는 강변에서 춤과 음악을 즐기는 젊은이의 무리, 유람선을 가득 메운 행복한 표정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느강과 하모니를 이루는 이 모든 것들이 정녕 파리다운 무드를 만들고 있었고, 파리여행의 백미는 역시 에펠탑과 세느강 중심의 야경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과 낭만과 자유의 도시 빠리.....” 숱한 찬사와 격언을 통해 동경을 키워온 곳이고, 이번 유럽여행의 멋진 대미 장식을 위해 촉박한 여행일정을 더욱 줄여가면서까지 이곳을 위해 남겨놨는데, 그런 노력과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파리의 야경은 우리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황홀한 추억을 안겨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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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말 쓰기
귀차니스트 또 가고 싶어요...저희는 빠리에서도 차만 가지고 다녀서 지하철 한 번 못타봤네요...^^ 애궁...저도 못다한 여행기를 마저 올려야 할텐데...게으름만 늘어서... [2005/01/07]
victor 귀차니스트님, 반갑습니다. 여행준비 한참 하고 있을 때 여행기 무척이나 재밌고 맛깔나게 써 주셔서 부러웠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님의 여행기를 봤으면 좋겠네요. ^^ [2005/01/08]
오석진 역시 여행기를 실감나게 일고 있습니다. 마치 제가 다시 여행중인 듯 한 느낌입니다. [2005/01/08]
금곡 개선문 민박은 1박에 6유로(1인당)인가요? 무척 싼 가격이 아닌지요 [2005/01/09]
victor 금곡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 오타가 났네요. 가족실 기준 1일 60유로구요. 1인 기준으로는 1일 20유로 입니다. 지나치지 않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5/01/09]
버섯돌 드뎌 올리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게 마지막은 아니겠죠? 어? 조기 위에 귀차니스트님도 계시네요. 귀차니스트님 여행기도 다 읽었는데 그 담으로는 여행긱 없더라구요... [2005/01/10]
unique영 자유여행의 참맛을 님의 여행기를 읽으며 제대로 느끼고있습니다,연주를 듣고 즉석에서 CD를 산다는대목이 정말 부럽네요,연주는 많이 들을수있는데 CD를 살 여유까지는 못가졌어요,곡이라도 제대로 들으면 다행이지요,글리고 바토무슈를 타고보는 밤의 에펠탑은 환상이지요 [2005/01/13]
victor unique영님, 우리의 여행에 공감을 많이 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 반갑고 기분이 좋습니다. ^^ [2005/01/13]
저푸른초원위에 너무 잼있어요... 정말 잘읽었습니다... [200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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