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런던시내 관광

2005.04.06 22:25

victor 조회 수:5713 추천:49


런던시내 관광 9.11(토) ~ 9.12(일)


점심을 먹고나니 민박집 주인이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표시된 지도를 건네며 동선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미리 준비해간 경로와 큰 차이는 없지만 어쨌든 여행자의 입장에선 도움이 되고 민박집에 묵게되면 이런 점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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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관광은 민박집 근처의 빅토리아 스테이션 근처에서 2층버스를 타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런던의 명물인 빨간색 2층 버스(더블데커)를 타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관광거리이고, 넬슨 제독의 동상이 우뚝 서 있는 트라팔가 광장을 거쳐 대영박물관으로 이동중 눈에 비춰진 런던거리는 기대이상의 흥미와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런던의 2층 버스는 주요 시내관광지를 경유하며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굳이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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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할 정도로 변덕스런 날씨와 음산한 날씨로 유명하지만 오늘의 날씨는 더없이 화창하고 청명한 가을 날씨였고,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치며 활기를 띠고 있었다.


거리의 시민들 옷차림은 결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마다 깨끗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에서 어딘가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평소의 기후 탓일까? 종종 길을 묻기위해 접한 사람들의 표정은 공항에서의 느낌처럼 무표정하고 어딘가 모르게 차갑게 느껴진다. 영국신사라 불리는 이들이 좋게 말하면 근엄하고 조용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삭막하고 딱딱해 보인다. 같은 핏줄인데도 미국여행 시 쾌활하고 개방적으로 보이던 미국인들 표정과는 너무도 비교가 된다.

 



대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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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은 연간 60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는 세계 최초의 국립박물관으로, '대영제국의 전리품 전시장'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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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앗시리아관부터 관람을 하는데 교과서에 많이 봐았던 문화유물과 방대한 역사의 증거물 들이 눈에 띈다. 진영이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애써 이것 저것 설명을 하려 하는데, 진영이 녀석 별로 관심이나 재미가 없어 하는 눈치이다. 장기 결석하면서까지 유럽여행을 왔는데,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소위 유명하다고 하는 것에 관심도 보이고 메모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부터가 평소 박물관 관람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터이다. 짧은 시간에 나름대로 공부를 하며 이런 저런 정보를 준비는 해왔지만 그것이 금새 내 지식이 돼 풍부한 상상력까지 연결될리는 만무하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평소의 관심 부족과 얇은 지식, 이로 인한 빈곤한 상상력... 결국 2층과 한국관은 둘러보지 못하고 나와야만 했다.


사실 박물관내 소장된 문화유물 들보다는 박물관 옆에 위치한 대영도서관에 들러 마그나카르타, 세익스피어의 원고와 헨델의 메시아 악보, 마르크스와 버나드 쇼등이 자주 들렀다는 리딩 룸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문을 닫아 아쉬움을 남겼다.

 



Hyd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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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하이드 파크로 향했다. 이곳의 speaker's coner가 유명하다고 하여 찾은 곳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엄청난 인파가 하이드 파크로 구름떼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가족단위 혹은 연인끼리 먹을 것과 간이 접의자, 국기 등을 들고 하나같이 밝고 들뜬 표정들을 하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궁금하여 걸어가던 노부부에게 물어보니 오늘 저녁 이곳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다고 하며, 이런 행사가 주말이면 자주 열린다고 덧붙인다. 멀리 행사장 주변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고, 스크린에는 마침 내가 좋아하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주말이면 이렇게 넓고 푸른 잔디공원에 나와 가족끼리 이웃끼리 연인끼리 수준있는 콘써트로 여가를 즐기고 있나보다. 런던이 세계 최대의 음악 소비도시라는 걸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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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굳이 비교하는 게 내키지는 않지만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런 근사한 공원에서 우아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들이 너무도 부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공항과 거리에서 길을 물었을 때의 그런 무표정하고 인정머리없는 모습이 아니라 한결같이 밝고 여유있는 모습들이다. 오늘 이 행사 때문에 스피커스 코너는 하지않나 보다. 나도 이들 대열에 끼어 주말 저녁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런던타워, 타워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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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타워는 근사한 외관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투옥되어 고문당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을 당하던 비운의 장소이며, 음울하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였다. 내부 구경은 하지않고 성곽에서 잠시 감상하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배경이 되었던 타워브리지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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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녘의 이곳 주변경관이 멋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갔으나 생각보다는 별로였고, 더욱이 강물이 많이 줄어 감흥이 덜했다. 대형 선박이 다리 밑을 지날 때면 다리가 들어 올려진다는데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운이 좋아야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을 찾지못해 쩔쩔매며 한참을 헤매다 어쩔 수 없이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곳을 찾아 실례... 유럽여행을 하며 물과 화장실에 대한 그네들의 야박한 인심 때문에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곤 했다.



 

소호지역


한낮의 화창하고 청명하던 날씨와는 달리 저녁이 되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 제법 추웠고 대부분의 가게들은 일찍 문을 닫아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중심지역의 일부 pub은 꽉 들어찬 젊은이 들의 소리높은 담소로 활기에 넘치고 있었다. pub의 분위기도 느껴볼겸 나도 저들 틈에 끼어 맥주한잔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북적대는 광경을 목격하니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여유를 부릴만한 생각이 없어진다.


소호 지역에 이르니 이곳의 밤거리는 활기에 넘쳐나 있었고, 중국식당이 눈에 많이 띄었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 타운에서 중국식당과 중국인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는지라 가급적 중국식당은 피하고 싶었지만, 여행가이드 북에 맛있고 저렴하다고 소개(Chuen Cheng Ku)돼 있어 다시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식당은 손님들로 초만원. 가격도 만만치 않다.


주문을 하는데 중국인 종업원들의 발음이 좋지않아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고, 메인 요리에 딸려 나오는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보니 별도로 요금이 매겨진다. 손님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려 하지않고 파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손님을 대하는 거 같아 언짢았지만 애써 잊어버리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실제 요리는 맛이 있었으나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우리 가족과 중국인들과는 코드가 잘 안맞는 모양이다.



 

미사 참석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화장실, 세면장을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서있다. 불편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이내 우리나 그네들이나 보이지 않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씀이 느껴지는 것 같아 고맙고 훈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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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이라 아내가 미사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해야 한다. 아침에 잠깐 민박집 인터넷을 통해 웨스트민스트 사원의 미사시간을 확인(http://www.westminster-abbey.org/services)하고 10시 미사에 참석했는 데 공교롭게도 어린이 미사 시간이었다. 그러나 꽤 많은 어른 들도 참석해 있었다.

미사중 어린이 들을 앞으로 불러내 모아놓고 신부님이 나와 재미있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한다. 어린이는 유치원 아이부터 제법 큰 초등학교 또래의 아이들까지 섞여 있었다.


그런데 제법 긴 시간인데도 얘들이 장난치거나 산만하게 행동하는 얘들이 거의 없었고, 모두가 신부님의 말씀을 주의깊게 잘 듣고 있었다. 우리의 경우 인내심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이 장소여하를 떠나 저렇게 오랫동안 예의바르고 주의깊게 말씀을 따르며 조용히 앉아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은데... 그들의 교육 일면을 보는 것 같았고 그런 분위기가 몹시 부러웠다.

 



웨스터민스터 사원과 빅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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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끝내고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영국 민주주의의 산실 국회의사당의 상징인 빅벤을 둘러 보았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드물고 한산해 차분히 둘러 볼 수 있었다. 대사원 내부에서는 외국인 단체관광객 들 틈에 끼어 잠시 무명용사 기념비 등에 관한 가이드의 설명을 귀동냥해 듣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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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건물의 외관은 매우 낡아 보였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대부분이 사무실 등으로 그대로 쓰이고 있었다. 이런 낡은 건물을 오늘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그들의 실용성이 돋보였고, 날림공사와 겉만 번지르르한 부실한 건축물에 익숙한 우리의 감각으로 볼 때 놀랍고 부러운 현장이 아닐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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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앞에는 시위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 등이 걸려 있었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플래카드에 적힌 내용들은 대부분이 부시와 블래어를 비난하며, 어린이를 살상하는 전쟁은 멈추라는 내용들이다. 플래카드 중에는 우리 한글도 보이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사람은 우리가 사진을 찍자 여유있게 포즈도 취해준다. 우리와는 사뭇 대조적인 시위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버킹엄 위병 교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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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쯤 버킹엄 궁전에 도착했는데, 영국에 오면 이 교대식을 보아야만 영국에 왔다는 확인이라도 하듯 궁전앞에는 이미 엄청난 관광객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세계각지에서 몰려든 이 인파를 보며 영국은 엄연한 관광대국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늘날 영국이 비록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쇠퇴해가고 그에 따라 그 입지가 점차 좁아져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 자리에서 만큼은 여전히 대영제국의 옛 영광과 자존심을 과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나날이 변화해 가는 세상에서 여왕의 존재와 궁전에서의 교대식 행위가 그 자체의 합리성 유무와 관계없이 전통을 중시하고 고수하는 그들의 방식이 우월하다는 것을 관광객 들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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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파때문에 빅토리아 여왕의 기념비가 조각돼 있는 계단 위 먼발치에서 잘 보이지 않는 궁안에서의 교대식을 기웃거리다 한참후 군악대를 앞세우고 정문을 통해 나오는 근위병 행진을 잠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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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병 교대식 관광을 마치고 그린파크를 걸어나오며 도심 한가운데 오아시스와 같은 이런 울창한 숲과 넓고 푸른 잔디가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산업혁명을 겪으며 일찍부터 환경 훼손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여서 그럴까? 한때 런던은 스모그로도 악명높았지만, 이런 거대한 녹지공원 조성으로 지금은 스모그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어제 보았던 하이드 파크와 이곳 그린 파크를 비롯해 세인트 제임스, 켄싱턴, 리젠트 파크 등 런던만큼 숲이많고 공원이 많은 대도시는 그 어디에서도 아마 찾아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피카딜리 서커스


점심은 중심가에서 먹기로 하고 런던 최대의 번화가 피카딜리 서커스로 향했다. 이제 2층 버스 타는 것 못지않게 무단횡단하며 길 건너는 재미도 쏠쏠하여 일부러 태연히 무단횡단하며 길을 건너보곤 한다. 보행자는 신호무시하고 건너고 싶을 때 자유롭게 건너지만 차량은 철저히 사람우선의 원칙을 지키며 운전하는 까닭에 전혀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점심은 이곳 저곳 잠시 기웃거리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내건 칠판에 적힌 Today's special 보고 들어가 오늘의 특별요리를 주문했는데 가격은 거의 반값에 맛이 괜찮았다. 점심 식사 후 레코드 가게를 기웃거리다 뮤지컬 공연티켓 반값이라고 써 붙인 곳에 들어가 표를 구입할까 들어가 봤지만 찾기가 쉽지않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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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딜리 서커스와 레스터 스퀘어등 중심가 주변엔 극장들이 눈에 많이 뛰었다. 이런 극장 들은 도심 속의 정신적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다. 오늘날 저마다 일상의 생활에 쫒기느라 문화행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인데, 이곳 런던만큼은 늘 수요가 많고 전용극장이 곳곳에 자라잡고 있다. 그 수요 중에는 관광객이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겠으나 대부분은 런런 시민이며 이는 그들의 문화수준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내셔널 갤러리


눈에 익숙한 고호와 피카소, 르네상스 회화들을 감상했는데,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 등 극히 일부의 영국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국시대에 강제로 약탈하다시피한 작품들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보존가치가 있는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과 위대한 예술 작품들을 대영박물관이나 이곳 내셔널 갤러리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민박집에 일찍 돌아와 저녁에는 공항에서 무게 때문에 박스에 분리해 넣었던 짐들을 다시 가방에 포함시켜 박스 하나를 없앴다. 저녁에 민박집에서 독일 코블렌츠의 에탑호텔에 인터넷으로 숙소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자리를 선점한 손님 때문에 얘기도 못꺼내고 그곳에 가서 직접 구하자는 생각으로 포기했는데, 사전 준비없이 가서 역시 여지없이 고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꼬리말 쓰기
victor 사진을 클릭하시면 조금 더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210만 화소에 용량과 사이즈를 줄였더니 화질이 썩 좋지 않습니다.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네요. [2004/11/17]
빵살 내용이 아주 좋습니다.많은 참고가 됩니다. [2004/11/18]
unique영 런던2일정도의 관광으로 저도 위에보신것들을 다 보았는데 정말 내셔널갤러리에서는 하루종일 있고싶었고,하이드파크의 청명한바람이 너무좋았었지요,위병교대식도 멋있었고,타워브릿지는 너무 아름다워 우리아이들은 아직도 그리워하는곳이랍니다,런던시내는 볼거리가 빼곡한 멋진 곳이지요,여행후기 잘 읽고있습니다 [2004/11/18]
victor 빵살님, unique영님 관심과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바쁜 일과때문에 여행기와 함께 사진 정리하는 게 쉽지 않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2004/11/19]
나의하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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