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빈소년 합창단 목소리를 듣다

2005.04.06 13:51

victor 조회 수:4342 추천:78


9.19(일)

코스 Wien → Salzkammergut

주행거리 410km

숙소 Pension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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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듣다

 

캠핑장 체크아웃을 마치고 왕궁 예배당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시내로 차를 몰았다. 링을 타고 왕궁 예배당까지 곧장 갔으면 좀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으나, 중간에 빠지면 지름길이 있는 것 같아 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 때문에 왕궁교회를 바로 찾지 못하고 주변을 몇바퀴 빙빙 돌아야만 했다. 빈의 시내쪽 링에 익숙치 않은 데다 일방통행이 많아 찾는게 여간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일요일 아침이고 거리가 한산하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한참을 헤메다가 영어를 할줄 아는 운전자를 만나 그의 에스코트에 의해 겨우 주변에 주차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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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예배당에 도착하니 빈소년 합창단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기위해 입구에서부터 관광객들로 꽉차 있었고, 미사가 막 시작되어 빈소년 합창단의 곱고 신비스런 음색이 장엄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흘러 나왔다. 과연 천상에서 울려나오는 듯 그 목소리는 좌중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고, 모여든 많은 관광객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흘러나오는 곡은 일반 성가곡이 아닌 바흐나 모차르트의 미사곡 원곡이 아닌가 싶었고, 일반 성가대에서 듣던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격조높고 엄숙한 분위기이었다.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은 관광객들은 자리에 앉거나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고, 서서 구경을 해야만 했다. 빈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한참동안 감상한 후 서서 미사를 보고있는 아내와 진영이를 남겨두고 혼자 밖에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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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왕궁교회 앞쪽 한가운데에 자리를 마련하고 하프(?)같은 걸 연주하는 거리 악사가 있었고, 그의 수준높은 연주에 감동을 받아 한동안 넋을 잃고 감상을 하였다. 음악의 도시 빈에 와 방금 전의 빈소년 합창단의 목소리 외에는 아직 음악의 도시, 비엔나다운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해 왠지 허전하고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수준높은 연주와 비엔나의 분위기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인상과 옷차림등 분위기에서 예술가의 행색이 뚜렷해 보이는 이 중년의 여인 손가락에서 묻어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잠자고 있던 나의 음악적 정서를 한껏 자극하고 있었고, 난 그윽한 꽃의 향기에 취한 것처럼 그녀의 음악에 흠뻑 빨려들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고, 간간히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듯 했지만 모두가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곤 하였다. 그러나 나는 바구니에 2유로를 넣은 후 그녀의 5미터 전방에서 벽에 기대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관객이 되어 주었다.

40~50분을 그러고 있었나 보다. 이윽고 아내가 미사를 끝내고 나오며, 성체를 모셔야 되는데 관광객은 제한을 해 못 모셨다고 못내 아쉬워하며, 성체를 못모시면 결국 미사를 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미사가 끝나는 대로 중앙묘지 공원과 쇤부른 궁전을 둘러본 후 잘츠부르크로 떠나려고 했는데, 아내의 분위기를 보니 영 아니다. 자칫 오늘 하루뿐만 아니라, 여행 끝나고 아니 평생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까운 슈테판 성당에서 미사를 다시보고 가자며 슈테판 성당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슈테판이 아닌 근처의 다른 성당이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슈테판 성당과 외관이 거의 흡사하였고, 그곳이 아니라고 깨달은 건 아내가 성당에 이미 들어가고 나서 진영이와 주변을 돌아보고 난 후였다.

 

 

쇤부른 궁전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나오니 거의 12시가 다돼간다. 중앙묘지 공원은 포기하고 쇤부른 궁전에 들렀다. 어제 헤메면서 위치가 파악된 까닭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진영이는 그간 차안에서 자료를 보고 6살의 모차르트가 마리아 앙네트에게 청혼을 했다는 등등 이런 저런 정보를 습득해 놓은 까닭에 이곳에 제법 흥미를 가지고 구경을 하는듯 했다. 화려하게 잘 단장된 정원과 기하학적으로 다듬어 놓은 끝이 안보이는 나무들은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성적인 취향과 사치를 잘 반영하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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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교통경찰과 고속도로 통행증

 

쇤부른 궁전의 정원만을 둘러보고 잘츠부르그로 향하는 도중 피곤하여 아내와 운전을 교대한 후 눈을 붙이고 있는데 아내가 깨운다. 앞의 검은색 고급 볼보차 뒷 유리창에 "bite foreign ~"이라고 글씨가 흐르며, 운전 보조석의 한 남자가 옆으로 차를 붙이라는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잠시 에스코트하며 가더니 오른쪽 출구로 빠져 뒤따라갔다. 차를 안전한 곳에 정차한 후 차에서 내리는 걸 보니 경찰복 차림의 2명의 경찰이었다. 아무런 위반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우리에게 오더니 불어로 하다 못알아 들으니 다시 영어로 면허증을 보자며 프랑스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프랑스에서 차를 빌려 여행중이라고 대답하며 순간 얘들 가짜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데, 거의 동시에 아내가 "니 경찰맞어? 신분증 먼저 보여줘봐" 한다. 그러니 신분증 보여줄 생각은 하지않고 경찰이 맞다고 하며 바로 앞을 가리킨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경찰서 건물이고, 다른 경찰차 한 대가 또 다른 차량을 에스코트해 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제서야 이들이 경찰이 맞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어 국제운전 면허증을 내미니, 그것 말고 우리 국내 면허증을 달란다. 건네고 나니 이번엔 보험증서를 보여 달란다. 보여줬더니 한참을 보고 나서 "어디서 왔느냐?" "오스트리아 며칠 있을거냐?"는 등의 질문을 하여 대답을 했더니 이번에는 고속도로 통행증(Vignette)을 보여달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요량으로 유리창에 붙이지 않고 그냥 운전대 위에 놓고 다녔는데... 통행증을 보여주니 그때서야 면허증과 여권, 보험증서를 되돌려 주며 친절한 어조로 통행증을 반드시 유리창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며 통행증에서 스티커를 떼네며 직접 유리창에 붙여준다. 그리고는 과속을 하면 안되는데 과속을 했다. 과속하지 말고 주행차선 유지하며 추월할 경우에만 추월선을 이용하고, 뒷좌석의 진영이게도 안전벨트를 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며 여행 잘하란다. 그 곳을 나오며 아내 얘기를 들으니 내가 눈을 붙이고 있는 동안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딱 한번 과속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따라온 것 같다고 한다.

 



 

잘츠캄머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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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캄머구트에 다가오니 아름다운 알프스의 경치가 펼쳐지기 시작하고 잠시후 도로 왼쪽으로 그림같은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차를 세우고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장크트 길겐으로 빠졌다.

장크트 길겐에서부터 바트이슐, 할슈타트 직전까지 그림같은 풍광을 감상하며 캠핑장을 찾아 다니는 데 방갈로가 있는 캠핑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대부분 텐트와 모빌 캬라반만 이용 가능한 곳들이었다.

 

인터넷에서 출력해온 자료에 의하면 방갈로가 있는 캠핑장은 장크트 길겐 쪽에 있어 차를 돌려 다시 돌아보는데 마침 짐머 프라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띈다. 들어가 물어보니 아침 포함해 할인요금 60유로에 준단다. 펜션 형태인데 화장실과 샤워장을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곳이었고 주인장도 무척 친절하다.

 

이곳에서 묵기로 하고 주차하는데 이곳에서 그만 날카로운 벽면에 차 옆을 심하게 긁히고 말았다. 숙소 주차장이 꽉차 옆의 좁은 공간에 대려고 하다 어두워 잘보지 못해 생긴 사고였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다시 중고로 팔기 위해서는 차 옆부분 3군데 정도를 갈아야 할 판이었다. 종합보험에 들었으니 보험으로 해결되겠지 생각은 하면서도 긁힌 자국이 심해 내심 반납시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반납시 한마디로 “No Problem" 이었다.

 

숙소에 들어와 그간 냄새가 고약했던 총각김치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김치를 볶기로 하고, 창문을 활짝 열고 행여 밖으로 냄새가 샐까봐 조바심을 내며 거사를 치러냈다.

 

 



꼬리말 쓰기
 
쿡선장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고속도로 통행권을 체크 합니다. 벌금 부과하겠다고 엄청 겁주는데 휴게소에서 사면됨니다. [2004/12/01]
김윤순 아름다운 사진 감사합니다. [2004/12/02]
unique영 쇤부른궁전,잘츠감머굿등 올 여름에 다녀온곳이라 감회가 새롭네요,빈소년합창단의 화음을 들었다니 행운이네요,저는 밤에 오페라극장에서하는 관광객대상의2시간용 비엔나음악회를 감상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2004/12/03]
victor 음악회에 참석하신 unique영 님이 부럽군요. 전 방문일자가 마침 일요일이 끼어있어 그나마 빈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어 행운으로 생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4/12/03]
나의하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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