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피사의 사탑

2005.04.06 14:42

victor 조회 수:7239 추천:65

9.26 (일)

코스 Roma → Pisa → Deiva Marina

주행거리 486km

숙소 Deiva Marina 캠핑장 (30유로)

pisa.gif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주차 티켓을 끊으러 갔다. 티켓판매 아저씨와는 이제 구면인지라 “챠오”하고 이탈리아 인사말을 건네며 주차 티켓을 달라고 하니 바로 내주지 않고 뭐라 뭐라고 하는데 눈치를 보니 오늘은 안붙여도 된다고 하는 것 같다. 마침 옆에 놓여있던 신문의 오늘 날짜를 가리키며 손을 가로저으며 “NO?"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주차표시 ‘P'밑에는 요일 구분없이 시간만 08:00~18:00로 표시돼 있으니 알턱이 없었다.


일요일인지라 아내는 가까운 테르미니역 근방의 성당을 찾아 미사를 보러 나갔고, 진영이와 난 PC방을 찾았다. 마음 같아선 산 피에트로 대성당 미사에 함께 참석하고 싶었으나, 어제 엄청난 관광객 인파에 질려 일찌감치 포기하였다.


미사가 끝나고 11시 30분경 집을 나서는 데 아주머니가 맥주와 과일, 점심용 김밥까지 싸서 건네준다. 이곳에 3일간 머무는 동안 가족같이 따뜻한 인정을 베풀어 준 것도 고마운데... 한사코 사양하는 아주머니에게 세탁과 주차위반 벌금납부 등 심부름에 대한 사례라며 약간의 수고비를 쥐어주고, 짧은 기간이지만 사연많고 애증이 얽힌 로마를 떠났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피사의 중심가에 접어들어 길가에 잠시 정차를 하고 주차했던 차를 막 빼려고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피사사탑의 위치를 물으니 바로 옆이라고 하며, 그곳에는 주차공간이 없으니 자기 차 자리에 대라고 한다. 그곳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노상공간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결코 안전한 장소는 아니었던 것 같다.




pi03.jpg

pi05.jpg


일명 ‘기적의 들판(Campo de Miracoli)'이라 불리는 광장에 들어서니 아름답게 조화된 건축물들과 함께 생각했던 것보다 헐씬 더 많이 기울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보이는 사탑이 단연 눈길을 사롭잡는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갈릴레오가 낙하의 법칙을 증명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이 사탑은 1173년 대성당 두오모의 부속건물인 종탑으로 건축되었는데, 건축 당시부터 이미 기울기 시작하여 지금은 매년 1밀리미터씩 기울고 있다고 한다. 사탑이 기울게 된 이유는 해안지대의 모래와 점토로 이루어진 무른 지질의 지반때문이라고 하는데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현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pi02.jpg

pi01.jpg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사탑 외에도 반대편에 위치한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이 혼합된 거대한 원통형의 세례당은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으며, 이탈리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두오모 역시 근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넓고 푸른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형태상으로 서로 다른 두오모와 사탑, 세례당, 묘당 등의 건축물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화려한 이들 모습에서 12세기 전성기 때의 막강한 해양 도시로서의 위용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스트가 영감을 얻어 ‘죽음의 무도’를 작곡했다는 묘당(Camposanto Monumentale) 벽면의 프레스코화 ‘죽음의 승리’도 꼭 보고 싶었으나, 잔디밭에 누워 휴식을 즐기려는 아내와 진영이, 그리고 생각보다 비싼 입장료를 보고 나역시 잔디밭에 눌러앉아 여유를 즐기다 보니 결국 들어가 보지 못하고 나왔는데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피사에서 나오는 길에 약 16km 떨어진 ‘토레 델 라고’에 들러 푸치니가 머무르며 탄생시킨 불멸의 오페라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의 현장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은 내심 ‘음악여행 테마’에 큰 비중을 두고 바흐의 고향 아아제나흐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음악도시 독일의 라이프찌히,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등과 함께 오페라의 고장 이탈리아 곳곳을 동선에 넣었으나, 촉박한 일정 등을 이유로 정작 음악과 관련한 곳들은 그냥 지나치게 되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곳에서 하루 이틀 더 묵으며 당초 계획했던 대로 좀더 차분히 둘러볼 수도 있었는데...



5시경 피사를 나와 꼬모 호수로 향하는 길에 정체가 너무 심했다. 일요일이라 주말을 즐기고 귀가하는 차량들이 많은 모양이다. 당초 피사를 출발, A12-A15-A1 방향으로 진행하여 밀라노를 지나 꼬모 호수변에서 숙박할 예정이었으나, A15 고속도로 입구가 너무 정체돼 제노바 쪽으로 돌아가기로 맘먹고 A12를 타고 그대로 진행했다. 그러나 10분도 못가 다시 정체. 피곤하여 아내와 교대하고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도 정체가 풀리지 않는다. 나중에 지나면서 보니 고속도로에 사고가 있었다.


여행오기 전 피사에서 꼬모 호수로 이동할 때, 지도상으로는 지금 이 길(A12)이 더 한적하고 거리상 더 빠를 것 같아 이 길을 탈까 몇 번씩 고민했었는데, mappy에서는 밀라노 방향(A15-A1)이 더 빠른 것으로 제시돼 의아해 했었는데, 실제와서 타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 길은 고속도로이기는 하지만 고지대라 언덕과 터널이 많았고, 도로상태도 그리좋지 않아 속력을 제대로 내기가 어려웠다.


도로정체와 중간의 사고여파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흘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중간에 숙소를 잡을 생각으로 가까운 국도로 무조건 빠져나와 제노바 방향으로 진행을 하는데 캠핑장 표시가 바로 나타난다. 반가운 마음에 들렀는데 캠핑 캬라반이 30유로 밖에 하지 않았는데, 샤워는 물론 키친시설에 주방기구들도 양호하며 여태본 숙소중 가장 훌륭하였다.


리셉션 주인도 무척 친철하였고, 체크인하며 주변에 괜찮은 관광지가 있는지 문의하였더니 근처에 기가막힌 해안풍광이 있으며 기차로만 여행이 가능한 멋진 루트가 있으니 꼭 들러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비수기이고 대중적인 관광지가 아니라 찾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캠핑장은 거의 비어있었고, 너무 적막하여 귀곡산장이 따로 없었다.



저녁을 해먹고 진영인 리셉션에 설치된 PC에 MS 한글랭귀지 팩을 설치받아 10시 30까지 인터넷을 하고 있는 사이, 난 아내와 함께 로마 민박집 아주머니가 싸준 맥주로 가볍게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꼬리말 쓰기
 
unique영 피사의 사탑은 못보았는데 피사에는 사탑말고도 위의 사진처럼 멋진 건물이 많이 있군요,덕분에 잘 보앗습니다 [2004/12/19]
victor 애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4/12/20]
나의하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4/12/23]
쇼팽 저도 출국할때 Mappy를 코스별로 인쇄해갔습니다만, 좁은 구간의 경우 놓치게 되는경우가 많더군요 ~ 나중에는 나라별 지도를 하나씩 사고, 양장본으로 된 유럽전도를 펼쳐보면서 길을 찾았죠 ~ 이마저도 애매한 곳이 많아서. 여행안내소에 도착하면 무조건 드라이빙맵을 달라고 해서 .. 이것도 참고하고요. [2004/12/23]
쇼팽 나중에는 Mappy가 하도 안맞기래 .. 남은 프린트물을 체코 호수가의 방갈로에서 불쏘시개로. -_-; [2004/12/23]
victor 쇼팽님, 그래도 나라별 드라이빙 맵을 구해서 다니셨군요.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저는 몇푼 아껴보겠다는 생각과 찾아다닐 수 있으려니 하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그냥 다니다 번번히 고생좀 했지요. 체코의 호숫가 옆 방갈로면 Sokol 캠핑장이었던 것 같네요. [2004/12/24]
쇼팽 저도 갈때는 푸조에서준 유럽전도 한장하고 Mappy 만 들고 갔죠 -_- ; 당할만큼 당한다음에.. -_- 어쩔수 없이 사게 되더군요 ~ 체코의 호수가는 체스키 크롬노프 근처였는데, 말로 표현못하게 아름다운곳이었죠 ~~ . 6명이 잘수 있는 방갈로에서 난방은 장작으로. ^-^ ; 결혼하면 꼭 다시 가볼려고여 ~ ^-^ [2004/12/24]
오석진 성당과 고속도로 정보 너무 고맙습니다. 다음번 여행때 참고 하겠습니다. [2004/12/30]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