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 (월)

코스 Salzkammergut → Hallstatt → Salzburg → Munchen → Maisach

주행거리 428km

숙소 현지인 Anya 무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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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캄머구트와 할슈타트 소금광산 투어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빈과 잘츠부르크가 도심 위주라면 이 지역은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잘츠캄머구트는 잘츠부르크 근교에 있는 호수지역을 일컫는 이름으로 주변의 수려한 산들과 그림같은 호수, 그 사이에의 조그마한 마을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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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라이브했던 장크트 길겐에서 스트로블까지 왼쪽에 볼프강 호수를 끼고 다시 드라이브를 했다. 평화롭고 고요한 호수와 주변의 경치는 어제의 해질녘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스트로블 지역에 이르니 호수는 말 그대로 명경지수(明鏡止水). 맑은 하늘과 푸른 산야, 마을과 아름다운 주변 풍광이 호수에 그대로 투영돼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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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잠시 내려 아내와 진영이는 작고 판판한 돌을 주워 고요한 호수위에 돌을 던지며 누가 오래, 멀리 띄우는지 놀이를 한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그들의 반복된 놀이는 대자연과 소곤소곤 대화를 하고 있는 듯이 보였으며, 마치 어느 벽면에 내걸린 액자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난 숙제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그들은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카메라를 통해 각각의 행복과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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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와 요한 스트라우스가 즐겨 찾았다는 휴양도시 바트 이슐을 거쳐 잘츠캄머구트의 진주로 불리는 아름다운 호반의 마을 할슈타트에 이르렀다. 호수와 어우러진 마을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었으며, 사람이 이런 곳에서도 살 수 있다는 사실과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움이 얼른 실감이 되지 않고 매우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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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멋진 풍광을 뒤로하고 소금광산 투어를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마을 뒤편의 산봉우리에 올랐다. 광산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모노레일을 타고 산속 깊이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소금광산이 형성된 과정과 역사,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일하던 옛모습, 불빛을 받은 소금덩어리가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모습들을 구경해 볼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 만큼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으며,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잘츠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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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생가와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모차르트 광장 근처의 좁다란 골목에서 피자로 점심을 떼운 후 구시가를 둘러보는 데, 눈에 띄는 많은 것들이 온통 모차르트 일색이다. 모차르트 광장, 유리컵, 과자, 음료등... 자기고장에서 배출한 불세출의 예술가를 자랑스럽게 기리는 열의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지나친 상업주의로 받아들여야 할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곳은 모차르트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했던 지휘자 번슈타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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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생가를 둘러본 후, 사운드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던 배경의 미라벨 정원등을 감상하고 성에는 올라가지 않고 먼발치에서 구경한 후 대형 마켓에서 이태리 쌀과 일본 쌀, 통조림등 식료품을 구입하고 진영이는 반 친구들에게 모차르트 쵸콜렛을 돌리겠노라고 쵸콜렛을 구입했다.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뮌헨 아가씨 안냐


뮌헨의 도시외곽을 타고 캠핑장이 비교적 많이 모여있는 북서쪽 방향으로 캠핑장 4~5군데를 찾아다녔으나 방갈로는 없고 모두 텐트와 모터 캬라반 이용만 가능한 곳이었고, 일부는 시즌 종료로 이미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캠핑장을 찾다 어느 캠핑장 입구에서 한국인 젊은이 4명을 만났는데, 캠핑장에서 최초로 만난 한국인이다. 이곳 역시 방갈로는 없고 텐트만 받는 곳이라 텐트를 이용하는 그들을 남겨두고 우리는 다른 캠핑장을 찾아 다시 그곳을 나와야만 했다. 다음 예정지가 이탈리아라고 하니 그들은 고맙게도 로마 해피 캠핑장 지도를 건네준다.


캠핑장을 찾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당초 오후 2~3시경 이곳에 도착해 숙소잡고 최소한 마리엔 광장 정도는 느긋하게 구경후 저녁에 옥토버페스트에 참가하려고 했던 것인데 옥토버페스트마저 제대로 구경을 못할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캠핑장을 포기하고 호텔을 잡을 생각으로 시내로 진입하여 저녁을 해결할겸 눈에 띄는 버거킹으로 들어갔다. 버거킹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옥토버페스트 때문에 오늘 시내에서 방을 구하지 못할 경우 아예 퓌센으로 가다 중간에서 묵어야 할지 등에 대해 지도를 펴놓고 셋이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옆테이블의 한 아가씨가 "Do you need any help?"하고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아까부터 우릴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뜻밖의 반가운 제안을 받고 보니 입에서 얼른 Yes/No가 나오지 않는다. 잠시후 우리의 사정을 얘기하니, 괜찮다면 자기 집에서 묵으란다. 집이 썩 좋진 않지만 3명이 충분히 잘 수 있다면서. 지푸라기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막상 고마운 제안을 받고보니 내심 너무나 고마우면서도 ‘동방예의지국’의 겸양지덕(?) 탓인지 얼른 수락의 답변이 나오지가 않는다.


아내는 괜히 처음보는 사람에게 폐끼치는게 께름칙하다는 눈치다. 그래서 일단 옥토버페스트 구경을 한 후 시내에서 다시한번 숙소를 구해보고 정 구하지 못하면 그렇게 하겠노라고 얘기하고, 어느곳에 주차하면 좋을지, 집에 찾아가려면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등을 확인해 두었다. 아울러 고마움을 표시하며 기념품을 건네고 혹시 집에 가지 않더라도 전화는 해 주겠노라며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받은 후 가르쳐준 전철역에 주차를 하고 옥토버페스트 관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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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시간이 거의 11시가 다돼 옥토버페스트를 끝내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으며, 대부분 얼굴들이 발갛게 상기돼 일행끼리 어깨동무하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한껏 기분이 고조된 모습들이다. 이넘들 술마시면 혹시 군중심리나 나찌 시대의 근성이 나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은근히 경계심이 들었지만 주변에 경찰들이 쫘악 깔려있었고, 비록 취하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행동은 없는 것 같아 그들에 대한 경계심과 긴장의 끝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어쨋든 술마시고 고래 고래 소리지르며 흥과 고조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나 그네나 똑같은 모습이다.


혹시 하이델베르크에서 인연을 맺은 존 부부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찾아 봤으나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하여 찾기가 힘들었고, 진영이가 무척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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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에 참가했던 젊은이 들은 갖가지 복장과 모자를 쓰고 흥겨운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어떤 이는 내 디카를 보더니 동영상이 되느냐고 물어 된다고 했더니 자기를 찍어 달라며 한참동안 흥겹게 춤을 추다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모두가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거리낄게 없는 자기네 만의 세상인 듯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표정들이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얘기에 무척 반색을 하며 남쪽인지 북쪽인지 되묻는다. 남쪽이라고 하자 크게 내색은 않지만 다소 실망스러워 하는 눈치다. 아마 동구권 청년들로 북쪽을 기대했던 것 같다.


뮌헨에서의 옥토버페스트는 결국 맥주한잔 마셔보지 못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전철역에 차를 세워놓아 다시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12시가 거의 다돼 귀가하는 행렬에 휩쓸려 주차해놓은 전철역으로 다시 돌아가 김중배씨가 가르쳐 준 민박집에 전화해 봤으나 빈방이 없었고, 호텔을 구하러 시내를 한참 돌아다녀 봤지만 모두 Full이란다. 민박집 리스트에 있는 몇곳을 전화해 봤지만, 마찬가지로 모두 방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생면부지의 외국인 아가씨에게 괜한 폐 끼치기 싫다고 하고, 진영이는 차에서 자보고 싶다고 한다. 난감하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숙소를 잡을 수가 없는 실정이고, 차에서 자는 것도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고 부담이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본인이 먼저 적극 호의를 베풀고 있는 상황이고, 여행중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임을 설득한 후, 안냐 집에 전화했더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괜찮다며 들어오라고 한다.


외곽 Maisach에 도착하니 안냐가 가로등 불 밑에서 책을 읽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뜻 호의를 베풀긴 했지만 막상 늦게까지 자지않고 기다리고 있는 안냐를 보니 너무도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집에 도착하니 아파트식 주택 2층에 살고 있었고, 안냐말고도 다른 한명이 더 기거하고 있었다. 우리가 묵을 방은 그녀의 방에 침대 하나와 소파로 만든 간이침대 2개가 마련돼 있었다.


내일 언제쯤 출근하는지 물어보자 8시쯤하는 데 신경쓰지 말고 머물고 싶은 만큼 편히 머물다 원하시는 시간에 떠나라고 안심을 시킨다. 고맙지만 내일 스케쥴이 있으니 아침 7시경에 떠나겠다고 했다.


생각같아선 신세를 지는 김에 현지식 아침까지 맛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보아하니 넉넉지 않는 곳에서 2명이서 세 살고 있는 듯 하였고, 더 오래 머물면 폐만 끼칠 것 같았다.


다음날 알람 소리에 아침 6시경 일어나 조심스럽게 씻은 후 서둘러 집을 떠나며 고맙다는 얘기와 함께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노라고 메모한 쪽지와 함께 약간의 돈을 놓고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하이델베르크 캠핑장에서의 존 부부와의 인연, 드라이브하기에 더없이 좋은 목가적인 전원풍경과 가는 곳마다 깨끗한 화장실과 쭉 뻗은 아우토반, 신사적인 운전매너 등등의 이미지 때문에 독일은 좋은 기억과 언젠가 다시한번 꼭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가슴속 깊이 이미 새겨져 있었는데, 안냐의 따뜻한 인정과 아름다운 마음씨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드는 나라로 각인이 되었다. 그녀가 언젠가 한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신세를 꼭 갚아야 하겠다.






꼬리말 쓰기
unique영 여행을 하면서 안냐같은 마음 따뜻한 아가씨를 만나다니 정말 행운이 있으신가봐요 이런것들이 정말 여행의 추억이되겠죠 잊혀지지않는.... [2004/12/07]
허여사 그동안 정신없이 다니느라 이제야 밀린 여행기를 다 읽어봤네요. 빅터님가족의 여행기는 두고 두고...앞으로 여행할 회원들께 큰 도움 될겁니다. 모범적인 준비에 여행기에...회원들이 많이 감사할겁니다. ^^ [2004/12/07]
victor 마음 따뜻한 아가씨 안냐를 만난 것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행운이자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허여사님, 모처럼 뵙는군요. 전 아직 여행이 안 끝난 기분입니다. 12월중에 끝내려고 무지 애를쓰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 [2004/12/08]
쇼팽 역시 여행은. 이국적인 풍물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기억에 남나봐여 ~~ 재밋게 읽고 있네여 ~~. 저도 언제 정리가 끝나면 여행기를 올릴때가 있겠죠 ~~ ^_^ [2004/12/10]
victor 여행은 개인마다 취향과 관심사, 여건과 상황 들이 각기 다르므로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그 느낌과 감동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행에 늘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분의 느낌과 감동을 공유해 보는 것도 크나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쇼팽님의 여행담 기대해 봅니다. ^^ [2004/12/11]
나의하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4/12/23]
버섯돌 울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그런 경험을 하면 더 오래오래 기억이 될거같아요.. victor님은 정말 추억거리가 많겠어요. [2004/12/30]
오석진 멋진 곳을 다녀오셨군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알프스 주변 이야기 열심히 읽겠습니다. [200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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