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6 23:20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여행 자체가 우연과 의외의 연속이다. <여행의 기술> 저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여행에는 출발지와 목적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는 무수한 상황과 우연, 의외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우연과 의외성 또한 여행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여행은 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질 것이다.
항공편 스케줄의 일방적 취소, 변경
여행지를 터키로 정하고 1년 전에 항공권 예약을 했다. 기다리면 좀 더 싼 항공권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미리 예약하고 차분하게 여행 준비를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값싼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 항공사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여 뉴스레터와 이메일로 전달되는 저가 이벤트를 기다리거나, 항공사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며 프로모션을 찾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항공사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스카이스캐너(Skayscanner) 만으로도 편리하게 합리적인 가격을 만날 수 있다.
시내 중심에 접어들자 이색적인 건물들이 눈에 꽤 많이 띈다. 그중 우주선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몽골 초원의 게르나 유목민의 모자를 연상케 하는 비스듬히 누운 특이한 건물(Khan Shatyr)이 특히 시선을 끈다.
호텔 주변엔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꽤 많이 띈다. 언어는 그곳 현지어를 사용하는데, 외양은 우리 한국인이다. 아마도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이곳에 정착한 고려인 2세들이 아닐까 싶었다.
호텔 방을 배정받아 개운하게 샤워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 호텔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를 했다. 호텔 식사라 근사할 것이라 내심 기대했으나, 막상 나온 메뉴는 소박한 스파게티로 너무 빈약하여 실망스러웠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 김칫국부터 마신격'이어서 괜스레 민망함과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행 중에는 이렇듯 막연한 기대와 환상이 의외의 장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보기좋게 깨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비행기에 실은 짐이 딸려오지 않은 황당한 사고
이즈미르 공항에 내려 짐을 찾는데 웬일인지 짐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은 이미 파묵칼레를 향하고 있어 조바심이 났다. 우리처럼 짐을 찾지 못한 손님들이 5~6명이나 더 있었다. 공항 내 페가수스 항공사 사무실을 찾아 짐이 없는 이유를 확인했다. 경유지였던 이스탄불에서 짐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공항측의 실수로 연결편 비행기에 짐을 옮겨 싣지 않아 몸만 이즈미르에 오게 된 것이다. 황당했다.
항공사 측에서는 짐을 숙소로 보내 주겠다고 한다. 공항에서 내가 묵는 파묵칼레 숙소까지는 3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호텔 주소를 적어주며 미심쩍어 오늘 확실히 받을 수 있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항공사 직원은 무심한 표정으로 짧게 ‘No problem’으로 답을 한다. 미심쩍었지만, 짐 때문에 공항에서 무작정 대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렌터카를 픽업하여 파묵칼레로 이동했다. 그러나 결국 그날 짐을 받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호텔 매니저에게 짐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쯤 올 것인지 항공사 측에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항공사 측에서는 곧 연락을 주겠다고만 하고 묵묵부답 연락이 오지 않는다.
호텔 매니저가 서너 차례 확인 전화를 하는 중에도 항공사측 담당자가 계속 바뀌어 처음부터 다시 묻고 설명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터키 사람들에게 품었던 막연한 호감이 점차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호텔 매니저를 통해 두 세 차례 더 채근한 후에야 호텔이 아닌 데니즐리 시내에 위치한 어느 여행사 사무실에서 받기로 하고, 우리는 그 곳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여행 계획을 아무리 잘 짠다고 하더라도 의외의 상황과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의 이번 여행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들로 계속 꼬여만 가고 있다. “여행에는 출발지와 목적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여행의 속성을 잘 간파한 알랭 드 보통의 말의 의미가 새삼 깊이 각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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