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벨기에 브뤼셀 경유, 독일 이동

2005.04.06 22:32

victor 조회 수:5360 추천:92

ca-br.gif

9.13 (월)

코스 London → Calais → Brussel → Bonn

주행거리 500km

숙소 Novotel (110유로)

 


브뤼셀을 향해


브뤼셀을 향해 고속도로를 탔는데 차의 소음이나 노면의 진동이 거의 없고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새차인 탓도 있겠으나 고속도로의 노면이 고르고 포장 상태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좋기 때문이다. 노면이 맨들거리지 않아 속도를 내도 차가 미끄러지거나 핸들의 떨림이 없고 브레이크 제동력 또한 뛰어났다.


잘 정비된 고속도로를 타고 과속단속 카메라 같은 것에 신경쓰지 않고 160-170km의 속도로 내달렸는데, 80km 정도의 편안한 속도감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새차 질을 잘 내기 위해서는 너무 과속하지 않으려고 마음먹는데도 주위 차량의 흐름에 맞춰 나도 모르게 어느새 160-170km 속도가 유지되곤 하였다.


가랑비가 뿌리는 차창 밖에는 광활한 들판이 끝없이 이어지며 들판의 지평선과 드문드문 보이는 농가의 생경스런 풍경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눈앞에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프랑스 농촌의 정취에 자동차 여행의 묘미를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바쁜 일상과 삶의 구질 구질한 것들을 툴툴 털어버리고, 그림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을 오직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느끼고 즐기는 이 시간과 밀착된 공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차안에서 가족이 오직 하나의 목표와 방향아래 함께 어려움을 겪고 서로 격려하며 희비를 나누다 보면 가족간의 이해와 유대는 더욱 돈독해 질 수 밖에 없으며, 이런 기회가 평상시 생활하며 만들기 힘든 것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도 브뤼셀 진입을 위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는데 교통 표지판에 시내, 브뤼셀 등으로 표시가 혼재돼 있어 헷갈리게 만든다. 일단 시내쪽으로 방향을 잡아 큰길로 진행하는 데, 한참 후 지하도로 달리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곳은 시내 중심을 둘러싼 링이라고 하는 순환도로였던 것 같다.


계속 진행을 하며 아무리 표지판을 눈여겨 봐도 중앙역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기가 힘들다. 시내지도라고는 미셀린 지도 뒷면에 나와있는 것 뿐인데, 이것만으로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럽의 도시들은 도시 자체가 오래돼 유적보호를 위해 길을 함부로 낼 수가 없어 얼기설기 엉켜있고 이 때문에 일방통행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표지판에 영어 표기는 물론 갈림길에 꼭 필요한 표시가 없는 등 외국인 운전자를 위한 배려나 성의는 아무리 둘러봐도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때문에 향후 유럽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은 필히 내비게이션이 달린 차량을 렌트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싶다. 여행에 있어 시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목적지를 찾지못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와 조바심과 시간 낭비를 생각하면 내비게이션의 유용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하다.

유럽의 고속도로 표지판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우리나라나 미국 고속도로 표지판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특히 시내의 표지판 식별은 참으로 어려웠다. 지도와 시내도로 표지판에만 의존해서는 아무리 길눈이 밝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초행자로선 헤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한참을 가다 큰 돔이 눈에 띄어 중앙역이 아닐까 싶어 큰 도로에서 빠져 유턴 후 돔을 보고 찾아 갔는데, 중앙역은 아니고 무지 큰 교회다. 밖은 가랑비가 뿌리고 있고 5시가 넘어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가보니 너무도 웅장하고 근사한 모습을 하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잠깐 둘러보기 위해 교회 안으로 차를 몰았다. 지도와 가이드 북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교회 이름이 나오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그 이름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b00.jpg 
b02.jpg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헤맨 끝에 그랑쁠라스를 찾아 근처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관광에 나섰다. 교회마당에서 만난 어떤 남자에게 교회 이름을 물어봤는데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뭐라고 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b05.jpg

b06.jpg




그랑 쁠라스에 들어서니 시청사를 비롯한 고풍스런 주변 건물들의 아름다움에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미 6시가 넘은 시각, 촉촉한 가랑비가 뿌리는 탓인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광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빅토르 위고의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광장은 사방으로 온통 고딕양식과 바로크 양식으로 된 시청사와 왕의집, 길드 하우스 등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고 주변의 높은 건물들 때문에 광장은 실제보다 더욱 좁게 느껴졌다.


b03.jpg


EU본부로 사용하고 있다는 시청사 건물에 걸려있는 EU의 깃발은 유난히 돋보이는 듯 했으며, 탑의 꼭대기에는 브뤼셀의 수호성인 황금으로 빛나는 성 미셸상이 걸려 있었다. 이 건물에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 탄생했고, 마르크스가 한때 머무르며 자본론을 집필했다고 한다.




b07.jpg


오줌싸개 동상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돌로 포장된 좁은 골목길은 주변의 고풍스런 건물들과 조화를 이뤄 더욱 운치를 자아냈고, 골목에 줄지어 선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은 여행자의 눈길을 자꾸 붙들어 둔다. 브뤼셀의 마스코트 오줌싸개 동상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유명세에 비해 작았고, 앙증스런 모습이었다.




b08.jpg 

b09.jpg

b10.jpg 



다시 광장으로 되돌아 왔을 때에는 건물에 드문 드문 불이 들어와 있고 비에 젖은 건물 들과 광장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또다른 아름다움과 운치를 자아내고 있었고, 광장 바깥쪽에는 무지개가 양쪽 건물들 사이로 너무도 아름답게 걸쳐 있어 우리의 이번 여행을 축복이라도 해 주는 것 같았다.



b11.jpg


이제 푸줏간 거리로 불리는 곳으로 가서 저녁을 먹을 것인지, 근처에서 먹을 것인지 잠시 망설이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주변 레스토랑에 들어가 먹기로 하였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힐끔 힐끔 쳐다보는 손님들의 눈길을 은근히 즐기며 맛있게 저녁을 떼웠다.


벨기에는 인구가 약 천만명 남짓되는 작은 나라지만 EU와 NATO 본부등 국제기구가 있어 유럽의 수도로 불러도 결코 손색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EU의 발전과 영향력 확대와 함께 그 가치또한 더욱 증대돼 갈 것으로 보인다.



 

코블렌쯔 이동, 숙소 구하기


마음은 브뤼셀에 더 있고 싶은데 가급적 코블렌쯔까지 이동을 해야한다. 코블렌쯔에 도착해서 독일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는 아내가 잘 아는 김중배 씨에게 전화하도록 사전 약속이 돼 있고, 일정상 내일 라인강변을 드라이브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브뤼셀에서 코블렌쯔까지는 특별히 뛰어난 경치는 없는 곳이므로 저녁에 조금이라도 더 이동해 두는게 좋다. 이동하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김중배씨에게 전화했으나, 저녁에 만나기 힘들거라고 하여 무리해서 코블렌쯔까지 갈 필요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총 5개 나라를 한꺼번에 지나쳐 온 셈이다. 영국 런던에서 출발하여 프랑스 깔레에서 차를 픽업,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중간에 네덜란드 땅을 조금 거쳐 독일까지 이른 것이다.


거의 10시가 다돼 베토벤의 고향 본에 도착. 숙소를 잡기 위해 시내를 헤멨으나 호텔 모두가 빈 방이 없단다. 난감했다. 비교적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데 모든 호텔 방이 다찼다니.. 특히 독일은 예약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라 빈방이 있어도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손님에게 방을 내주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찾아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부탁하는 게 나을 것 같아 Accor 계열의 ibis 호텔에 가서 사정을 얘기하니, 이곳 저곳 전화를 해보더니 시 외곽쪽에 위치한 노보텔을 추천한다. 일단 오케이하고 혹시나 싶어 시 변두리 쪽으로 더 찾아봤으나 역시 허사. 어제 영국에서 인터넷으로 에탑 호텔을 예약해두지 않은 게 후회가 막심하다. 미서부여행 시에도 경험한 일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안없이 숙소를 대충 어디쯤에서 묵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갔다가 번번히 고생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ibis 측에서 가르쳐 준 도로를 따라 11시가 넘어 코블렌쯔 방향으로 진행하다 노보텔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소개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지않고 2베드 룸을 원한다고 하니 얼른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 아마 방이 없다는 대답이 나올 것 같아 얼른 방금 ibis 호텔에서 소개받았다고 하자 그때서야 오케이하며 킹사이즈 베드가 달린 방을 준다. 이번 여행중 가장 비싼 곳이었고(110??, 시설도 훌륭하고 우리 세식구가 자기에는 운동장같은 느낌이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라 대충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꼬리말 쓰기
luxlady 유럽에 다시 갈 땐 꼭 자동차를 빌려 여행을 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여행기입니다. [2004/11/20]
unique영 빅토르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했다는 말처럼 아름다운 광장이군요 광장에서찍은 모자분의 모습도 너무 행복해보이구요 [2004/11/24]
victor 따뜻한 관심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신없이 바빴던 일과로 쌓였던 피로가 눈녹듯 사라지네요.^^ [2004/11/24]
장유정 마자여..다시한번 유럽을 간다면.자동차 여행을 해보고시은 충동을 일으키네여...*^^* [2004/11/25]
나의하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4/12/23]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