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유럽 가족여행 소감

자동차를 이용한 유럽 가족여행, 루틴한 직장생활에 매어있는 샐러리맨에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랜 바램과 꾸준한 준비 끝에 마침내 기회를 갖게 되었고, 여행하기 좋은 비수기를 맞아 9.11~10.5, 25일간 8개국(영국, 벨기에,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총 7,400km, 하루평균 32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중1 아들을 포함한 3인 가족이 대과없이 잘 마쳤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가는 곳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엄청난 관광객 인파로 넘쳐나고 있었다. EU 출범과 유로 단일화가 이러한 관광수요를 더욱 촉발시켰을 것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알찬 정보 습득과 접근이 용이해 질수록 유럽을 찾는 관광객들은 더욱 늘어만 갈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선진국과 후진국의 문화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는 도로시스템을 포함한 외형적인 하드웨어 뿐만아니라,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여유와 양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친절마인드 등에서 역시 선진국임을 실감케 했다.

반면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의 소프트웨어는 분명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특히 이탈리아는 그들의 화려한 하드웨어와 함께 문화적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운영시스템에 해당하는 일부 제도와 소프트웨어는 이해하기 힘들만큼 후진성을 면치못해 보였다.

여행중 힘들었던 점은 상세 지도없이 방갈로가 딸린 캠핑장을 찾아다니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 촉박한 일정을 더욱 촉박하게 만들어 충분한 여유없이 대충 눈도장을 찍고 지나쳐야 하는 곳이 있었다. 방갈로가 있는 캠핑장 후보지 2~3곳을 인터넷에서 출력해 준비는 해 갔지만, 그 지역의 상세 지도와 좀더 꼼꼼한 사전 준비가 없어 대충 감으로 찾아 다녀야만 했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로마에서는 잠깐의 방심으로 어린 꼬마집시 일당에게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가 하면, 피렌체에서는 주차위반으로 견인을 당하기도 하였고, 로마에서 역시 주차위반으로 딱지가 발부돼 벌금을 물어야 했으며,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에서는 주차도중 차옆을 심하게 긁혀 반납시 푸조 직원으로부터 "No Problem!"이라는 한마디 듣기까지 추가 요금을 내지 않을까 불안해 한 적도 있었다.

여행을 더욱 즐겁고 기억나게 만든 일들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민박집으로 이동하는 도중 진동하는 김치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코를 막아 난처해 했던 일하며(이마트에서 총각김치를 사서 랩으로 수십겹으로 둘러쌌는데, 총각김치의 봉지가 새 냄새가 심했고 여행중반까지 싣고 다니던 렌트카에 냄새가 진하게 배어 곤욕을 치룸),

하이델베르그 캠핑장에서 미국인 존부부와 만나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신뢰와 우정을 쌓고 다음날 로텐부르그에서 재회하는 기쁨을 나누었으며,

옥토버페스티벌이 열리는 뮌헨에서는 늦게 도착하여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떼우며 가족과 함께 그날 숙소를 고민하던 중 옆 테이블의 독일 아가씨 안냐가 자기집에 묵으라는 선의의 제의를 해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민박집에서는 좋은 분들을 만나 연일 밤늦게까지 와인을 음미하며 이런 저런 얘기꽃을 피웠던 일들이다.

이번 여행의 성과는 특히 진영이에게 오늘날 세계사의 중심이 되어온 유럽의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이국의 자연환경 등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하는 현장학습 기회를 줬다는 데도 의의가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칫 가족간 서로에게 소홀히 하고 지나칠 수 있었던 일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며 서로가 좀더 배려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일깨웠던 부분이다. 이른바 가족애의 재확인이다.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진영이가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럽게 성장해 있어 당혹감을 느낀 적이 있었고,
남편을 늘 이해하고 아무런 불만없이 잘 따라주기만을 바랐던 아내에게도 가정에 좀더 충실하고 세심한 남편이 돼 주었으면하는 소박한 바램이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이의 성장과 변화에 따라 40대 중년의 가장 위치에서 함께 얘기하며 고민해야할 것들과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가족이 거의 한달내내 차안에서 희노애락을 같이하며 지낸 시간 들이 가족애를 다지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 자동차 여행을 하는 이유이자 보람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2년 약 보름간의 미서부 자동차 가족여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자동차 가족여행이 되는 셈이다. 다음 여행은 언제쯤, 어디가 될지 잘 모르겠다. 그때는 정말 차분히 즐기는 여행을 해봐야 겠다.

단순 관광 차원이 아닌 많은 걸 준비하고 공부하여 느끼는 여행은 분명 자신의 삶에 대한 커다란 투자이자, 열린 사고와 열린 자세를 갖게 해주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우리 주변에 해외여행, 특히 선진국 여행자가 많아질 때 우리의 눈부신 외형적 성장만큼이나 우리의 시민의식과 문화수준도 동반하여 그만큼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꼬리말 쓰기

허여사 유럽이 미국과는 달라서..미국여행에 익숙했던 분들이 렌트카경험이 없던 분들보다 당황하는 사례가 많더군요. 한국서만 운전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더 운전하기 편했다고 생각하는 반면...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재미있는 추억으로 자리 잡을겁니다. 건강하게 돌아오심에..반가운 마음입니다. [2004/10/07] 은영아빠 뮌헨에서 노숙을 면하셨다니 정말 운이 좋으셨군요. 저희 가족도 여행2일차에 옥토버페스트덕분에 유일하게 뮌헨에서는 방을 못잡아 차안에서 잤답니다. 그 다음날 어찌나 뻐근하던지 원...ㅠㅠ. 건강히 잘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2004/10/07] victor 피렌체, 로마시내에서의 운전은 거의 죽음이었습니다. @@; 옆과 뒤, 백미러에 잡히지 않은 곳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와 조그마한 틈만있어도 무조건 끼어드는 차량들, 정신없이 울려대는 경적, U턴을 해도 되는 것인지 안되는 것인지 애매한 낯선 표기들과 방향감각을 잡기 힘든 도로와 일방통행 등... [2004/10/07] 보난자 저도 피렌체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그러나 다행히 소매치기 손을 붙잡고 늘어져 지갑은 찾았답니다, 여행지에서 그러면 기분이 Down되지요... [2004/10/13] 비포 동감 합니다 아비뇽, 피렌체 그리고 밀라노는 지도 보기도 끔찍한 퍼즐 같은 도시들이였습니다 이태리,.... 정말 다시 차로 가기는 별 마음이 내키지 않는 곳이더군요 [2004/10/16] coolguy 무척이나 동감합니다..좋은 여행 되셨네요..가족과 한달을 동거동락 할수있다는 그자체만으로도 크나큰 행복이 아니었나 느껴지네요..이러한 가족애가 모든 남자에게는 크나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2004/10/12] JENI 몇년에 한번씩 가족들과 여행하시는것은 무엇보다 본인과 아이들,부인에게 돈으로살수없는 무언가를 얻을수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럽습니다. 아직 30대지만 미래에 우리가족이 지향해야하는 모습일것 같습니다.. [2004/10/13] victor coolguy님, JENI님, 공감을 표시해 주셔서 고맙고, 큰 격려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틈틈히 속편도 준비하여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 [2004/10/13] 쥰상 저두 님같은 아버님이 계셨으면..하는 부러움이 생기네요..^^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하니..나중에 제가 님같은 아버지가 되는수 바께 없을것 같네요..^^나중에 가게 되면 문의 많이 하겠습니다.많이 도와주세요~~! [2004/10/14] 허여사 *^^* 가족의 단란함이 보이는 후기라...참 좋으네요. 좁은 자동차안에서 장기간 있다 보면...다툼도 있게 마련인데...좋은 결론으로 승화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2004/10/14] 장유정 가족끼리의 자동차여행...정말 돈으로는 값을매길수 없는것이죠...저두 그런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과연 이루어질지 기약이 없습니다...여행후 가족끼리의 공감대형성...정말..부럽습니다...*^^* [2004/10/15] victor 쥰상님, 허여사님, 장유정님, 모두 공감과 격려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며 감사를 드립니다. 여건이 허락되는대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와 경험 적극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 [200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