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깊어가는 가을날.. 여행도 다녀왔어요.

2008.11.13 02:02

최머시기 조회 수:2541 추천:1

모처럼 근황 겸 안부의 글을 올립니다.

지난 여름에 장인/장모님께서 오셔서 칠순 기념 여행으로 옐로스톤까지 두 주 동안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그 분들께서 이제 다음 주면 한국으로 돌아가십니다.

사실 어른들이 오셔서 저희 가족은 너무나도 편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다혜엄마는 거의 부엌일을 놓은 늘~어진 팔자 때문에 주변의 애엄마들로부터 시기어린 질투(?)를 받아왔고, 저도 자질구레한 집안 일들을 부지런하신 장인어른께서 도맡아서 해주시는 덕분에 늘어지다 못해서 퍼져버린 모습이었습니다. ㅋㅋ

애들도 응석을 다 받아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구요.  특히 막내 다민이 녀석은 할머니와 얼마나 잘 노는지.. 아빠엄마가 어디 나가도 할머니만 계시면 만사 오케이랍니다.

우리가족이 지내는 학교 아파트 바로 옆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데, 장인어른이 소일거리로 낚시를 하셔서 메기와 배스 등을 잡아오시면 자주 매운탕 파티가 벌어지곤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이 동네의 한국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메기 매운탕 대접받는 것을 모두가 손꼽아서 기다리며 자기네가 다음 순번으로 초대받기만을 학수고대 했었습니다. ㅋㅋ
장인어른께서 동네 사람들에게 주가를 한껏 높였던 첫번째 계기였지요.

하여튼.. 거의 두 달에 걸쳐서 일주일에 한 두번씩.. 매번마다 두어 가정씩 해서 대충 동네 한국가정들이 모두 우리 집에 발걸음을 했었습니다.  물론 모두 메기 매운탕이 목적이었지요.  평생 민물 매운탕은 못먹어 본 애엄마들도 따라와서는 감탄하고 갔습니다.  장모님 솜씨를 말이죠.(덕분에 몇 달치 먹을 쌀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두번째로 장인어른이 동네 사람들에게 기여한 것은.. 밤을 돌린 일입니다.   여기서 20-30년 사신 연세드신 한국교민들과 자주 어울리신 장인어른께서 어떤 분을 따라가서 밤을 몇 말이나 주워오셨습니다.(참고로, 미국사람들은 밤을 먹지 않습니다).  
우리 가족이 먹고 먹어도 다 소화시키지 못할 양이라서 한 되 정도 될만큼씩 해서 우리 아파트에 사는 한국사람들에게 제가 자전거 타고 다니며 모조리 배달했고.. 밖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다 돌렸었지요.  
저희집의 밥에는 요즘도 밤을 넣어서 밤밥으로 해서 먹습니다.   군밤은 엄청나게 먹었구요.

장인어른의 세번째로 주가를 높인 것은 은행을 주워 돌린 것인데요..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입구쪽에 은행나무가 세그루 있습니다.   그 중에 한 나무에 은행이 열리는데.. 부지런하신 우리 장인어른!   그 나무의 은행을 거의 한 달에 걸쳐서 통째로 다 주우셨습니다(중국 사람들과 은근히 경쟁이 있었는데도요).   은행을 까서 속알맹이를 분류하는 작업이 냄새나고 귀찮은 작업인데, 이 것을 다 하셔서 알맹이를 고른 것만 해도 두어말 이상은 됩니다.

이 은행도 역시 밥에 넣어 밤과 같이 먹고 있는데..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은행을 많이 돌렸습니다.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주변의 사람들이 장인어른이 오셔서 자기들이 잘먹고 지낸다고 많이 감사해 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뚝딱뚝딱해서 잘 고치시기에 동네의 아이들/ 아빠들 자전거가 고장나거나 펑크가 나면 우리 집에 가져와서 고쳐달라고..

그래서 돈안받는 임시 자전거포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렇게 이 지역의 한인 커뮤니티에 적잖은 공헌(?)을 하셨던 어르신들께서 담 주에 귀국하시게 되어 마지막으로 어제와 그제에 잠시 근처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근처라고 표현하기는 했는데.. 우리집에서 차타누가까지의 거리는 서울~부산까지의 거리보다도 훨씬 멉니다 ^^).

큰아이 다혜의 학교가 이틀 휴교하기에(월요일은 임시휴일, 화요일은 베테랑 데이), 아침일찍 출발해서 캔터키주의 Mammoth Cave National Park에 들렀다가 1시간 15분짜리 투어를 하고, 그 아래의 Bowling Green이라는 도시의 The National Corvett Museum에 들러 미국사람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스포츠카인 Corvett의 모든 차량들에 대해 눈요기를 한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테네시 주의 제일 아래쪽에 있는 Chattanooga에 가서 숙소에 머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어제) Ruby Falls에 가 거의 백미터 땅속의 지하 동굴..그리고 그 지하 수십미터에서 바라보는 지하 폭포를 보고, 아이들을 위해 Rock City 대신에 Tennessee Aquarium에 갔었습니다.  그 아쿠아리움도 신경써서 굉장해 잘 꾸며 놓았더군요.  그리고는 집으로 올라오며 내쉬빌에 들러 파르테논에 들렀습니다.
100년쯤 전엔가에 그리스에 있는 파르테논과 똑같은 크기로 해 놓은 것인데, 비싼돈 내고 유럽으로 가지 않고도 공짜로 볼 수 있었기에 얼마나 좋았는지..

이제 어르신들께서 가시면 온 가족이 한 동안 새롭게 적응하느라 후유증을 치러야 하겠지만..  남은 일 주일의 기간 동안 어르신들께서 행복한 마무리를 하실 수 있도록 잘 계획해야 할 것 같네요.   다행이도 주변의 여러 가족들의 식사초대가 잡혀 있어서.. 어르신들은 매일 집집마다 순례(?) 하시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으실 것 같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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