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한해살이

2007.11.13 15:51

강화농군 조회 수:2871

강화도의 한해살이 ....

온세상을 뒤덮던 서설이 포근하던 겨울
아이들과 비료포대 타고 눈사람 만들던 것이 엇그제인데....

새벽1시.... 그 시공에는  다양한 삶이 방식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한가지를  위해서만 라이더를 한다면 무척이나 속상한 일입니다.
우리가족은 올 한해도 김포원정 학원수강을 계기로 많이 성숙해졌고
무엇보다도 제자신이 방만한 과거와 현재를 뒤돌아 볼수 있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꼭 시대를 거슬러야할 필요는 없지만 사고 구조가 중세를 벗어나지 못한 시골살이가 어느덧 한해의 끝을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참 많이 왔었습니다....
시골의 눈은 치우기에 버겁고 귀찮은 일입니다.
게다가 길이 협소한 저희집은 자칫하면 고립되고맙니다.
역설적이지만 오가지 못할때 집에서 구워먹는 정겨운 고구마 향.......




어느덧 신록이 찾아와 화사한 봄 꽃을 만개시키고
짓궂은 봄바람이  새생명의 욺틈을 격려합니다.
제 시작도 언제나 처럼 비장합니다.



봄?은 게으른 농부도 아침을 서두르게하여 융단같은 꽃잔듸도 만들었습니다.
   신록과 함께하는 시작의 봄아리아는 짝짓기를 시작한 산새들의 몫입니다.



봄의 화사함도 여름의 강렬함과 거센 비바람의 도전에 삼라만상이 무성한 계절로 변모하고
연못에도 새생명이 한창입니다.
삽을  들어야하는 이에게는 고역이겠지만 전원을 즐기는 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그림입니다.
피할수 없다면 즐겨야하는데 말처럼 쉽지않습니다.



그 강렬한 햇살과 비바람은 나무의 열매를 더실하고 탐스럽게 합니다.
빽빽히 매달린 박달 열매를 입이 붉게 따먹고 넉넉한 자연의 품을 느끼게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농군의 손길을 번거롭게 하였던 녀석들이  나름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맨드라미길은 저희집의 또하나의 자랑입니다.
녀석들은 서리를 맞이할 때까지 붉은 이정표로 남아있습니다.



작년 봄 뒷산에서 강제 이주한 자귀나무가 공작인양 자태를 뽐내고
문명과 풍요의 외로운섬  넙성리에 어울립니다.



그래도 농사꾼의 집이니 다른농장의 흉내는 다내서 수박 참외 등 몇가지는 집앞 어느곳엔가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관상용입니다.  운이 좋으면 냉장고에도 넣어보구요.



저희집 자랑 강화장준입니다.
올해는 거름부족과 감나무 해걸이로 수확이 무척이나 겸손합니다.



식용으로는 그용처가 짧은 꽃사과가 무성합니다.
술을 담그면 좋다는데.... 술과는 별로 친하지 못해서리.....
저놈도 쥔 잘 만낮으면 이쁘장하게 단장하고 소독도 잘해주었으련만
개팔자나 나무팔자나 주인만나기 나름인가 봅니다.



역시 수확용이 아닌 관상용 자두가 너무 많이 열렸습니다.
결국 가지가 부러지고 소독을 미쳐하지 못해 이또한 수확이 겸손합니다.



농사일에는 타성이되가는  게으름으로 재미없습니다만  가끔 아이와 함께하는  앞뜰에서의 호사는 올해의 큰위안입니다.
도리님의 바베큐 이야기를 보고 당장 실행에 옮겼습니다.  
대 만족입니다. 허나 품위유지비 굉장히 들어갑니다.ㅎㅎㅎ
눈깔사탕만한 다이아나 주먹만한 금덩이가 딸아이와의 건배만큼 귀할까 싶습니다.



장마와 큰더위를 이겨낸 들녘이 조금씩 곡식을 내어주고 나지로 드러납니다.
이때가 넙성리의 한해가 다가는 느낌입니다.



저희동네에서 제일 마지막으로하는 추수입니다.
뜬모하고 물꼬 봐주고 피살이하고 물독이치고....  땀 꽤나 흘렸습니다.
그런 올해는 일조량이 예년에비해 좀 적어 밥맛도 훌륭하지 못하고 수확량이  또한 겸허합니다.



감도 중간중간에 조금씩 땄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만이 집주인 행세를 하는 통에
까치가  무척이나 쪼아데 온전한 감을 따기가 점점 어렵습니다.
내년에는 그물이라도 씌워야 될것같습니다.



곶감도 저런 방충망이 없으면 파리와 벌들의 몫으로 ...
그놈들과는 나누기는 싫습니다...
한겨울 곶감을 나눌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할터인데.....



아주 한가로운 늦가을의 정취입니다.
다스한 햇살이 아주 제격입니다.
끝물 고추도 좀따고  호박도 거두고 게으른 농군네도 느즈막한 가을 걷이의 여유로운 한때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잠깐의 여유가 너무 안타까우리만큼 짧습니다.



미국의 어느분들은 산삼을 드시는데...
강화도에 사니 강화도 인삼이라도 좀 챙겨먹을 참으로 말리고 있습니다.
잘말렸다가 홍삼액을 내릴것입니다.



이것이 마지막 가을입니다.
까치밥은 그간 녀석들이 실컷 먹었을 터이기에 몽조리 싹 따냈습니다.
나무위로 올라간 동부도 사다리를 빌어 몇개를 건지고...
모과차를 만든다고 모과도 흔들어 땄습니다.



저의자가 한해동안 주인을 편히 앉히지 못하였는데
이제 바빴던 지난일상을 뒤로하고 저의자에서 씨애틀 마운틴? 커피를 즐겨볼랍니다.

지난 마누라의 건강회복과 아이들의 가상한 열정에 감사하고
이렇게 감사할수 있는 터전이 있음에 감사하고
또 이리 자랑삼아 넉두리를 풀어 놓을수 있는곳에 감사하고....

비록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희망의 기수를 열로스톤이나 쪽빛 지중해로 돌려보면
항상 역마의 리비도가 생성되고 두손에 힘도 쥐어집니다.

                  

넙성리에서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