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나의 애마

2007.08.22 11:28

장성오 조회 수:2862





지난 일요일 벼루고 벼루던 사고를 쳤다.
작은 놈 때문에 불어 닥친 바람을 잠재우지 못하고 결국 거금을 들여 마눌님의 따가운 눈총을 애써 외면하고 자전거를 샀다.

작은 놈이 자기 저금을 털어 자전거를 사달라고 해서 인터넷을 뒤져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그만 내가 자전거에 빠져 버렸다. 예전에 인터넷 가입하면 주던 자전거가 오래전에 그 기능을 상실한 뒤 아파트 한 곳에 두었더니 손님(?)께서 처리해 주시는 배려 덕에 늘 사고 싶다는 마음만 가질 뿐 선뜩 살 엄두를 못 내었는데, 작은 놈이 잠자던 열망을 건드리고 말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려보니 자전거 가격이 생각보다 높았다. 아니 자꾸만 눈이 높아만 갔다.
마눌님은 겨우 아이가 타는 자전거 뭐 그리 비싼 돈 주고 사려고 하느냐는 질타에 가까운 태클에도 한번 상처 입었던 터라 좀체 눈높이가 내려가지 않았다. 기왕 사는 거 조금만 더 보태 제대로 된 자전거 사 주자며 아이 것을 먼저 샀다.

하지만 내 것은 정말 형편에 버거워 그로부터도 2주가 훌쩍 지나도록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오줌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쩔쩔 매고 있었다. 이런 내게 사고 치도록 만든 이는 다름 아닌 작은 놈이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일 계속되는 동반 라이딩의 요구를 들어주어야겠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무기로 마눌님의 압력을 물리치고 가장 경제적인 걸루 들여왔다.

아, 이놈이 내 손에 잡히든 날, 그 기분은 참 묘했다.
victor님이 원하던 카메라를 손에 넣었을 때 그 기분이 이랬을 것 같다. 사실 victor님과 dori님이 카메라 이바구할 때 가슴이 마구 두근두근했었다.
난 언제나 저런 카메라 만져 볼까 하고...

사진이 가진 묘한 매력은 내게도 참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언감생심! 내겐 그저 찍어서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지금의 디카로 만족해야 했다. 어차피 내가 카메라에 부여한 의미는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고 삶의 무게를,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함이었으니 욕심 자체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자위하며 지름신의 내림을 막았다.
강화농군님도 한 몫 하셨고, ㅎㅎㅎ.

하지만 자전거는 왠지 포기하기 싫었다. 우선 자꾸만 밀려 나오는 뱃살도 잡아야겠고 아이들과 함께 한강을 따라 달려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문화유산 답사도 가고, 경치 좋은 산천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나의 오랜 소원이기에 이 참에 그런대로 괜찮은 것 하나쯤은 장만해야 하겠다고 해서 무리를 하였다.

이제 우리 집엔 자전거가 5대다. 중학생인 큰 놈 것 한 대만 더 사면되는데 도저히 지금은 무리라 녀석의 반항과 항변을 들어 줄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결국 내 것을 함께 타는 것으로 합의하고 동반 라이딩 할 땐 내가 돈 주고 빌리기로 했다. 어쨌든 이제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위한 작전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 같다.

월요일 밤 첫 라이딩때 나의 엔진이 얼마나 녹슬고 무뎌졌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강화농군님을 만나러 갈 수 있는 그 날까지 열씨미 갈고 닦아야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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