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방태령에 다녀왔습니다.

2007.08.06 13:23

장성오 조회 수:2783

green님의 선제적인 강압(? ^^)에 겁이나 부끄러운 여행기를 올립니다. ㅎㅎㅎ
노는데 정신이 팔려 사진도 하나 못 찍었습니다.

8월3일 금요일. 큰 녀석을 성당에서 하는 중고등부 여름캠프에 쫒아 보내고 9시 30분 처음 가보는 강원도 방태천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미리 뽑아 둔 지도를 따라 길을 가다가 몇 번이나 길을 확인하느라 차를 멈추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 번도 벗어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애마의 뒷 트렁크에는 텐트만 빼고 거의 난민 수준에 맞먹는 살림살이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스렌지 두 개, 쌀, 고무보트, 식기들, 밑반찬과 갖은 양념들, 후라이펜, 모포, 등등...

차를 타면 졸음에 시달리는 저는 줄곧 입을 즐겁게 하며 오랜만에 바라보는 더 넓은 강과 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마냥 즐거웠습니다. 목적지에서의 즐거움도 상상하며...

잠깐씩 정체되기도 했지만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목적지로 향해 가는데, 철정 검문소를 지나 우측으로 빠져드니 갑자기 풍경이 험한 산세와 깊은 수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순간 먹거리는 현지 조달하기로 했던 우리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이 스며들었습니다. 다행히 얼마 더 가니 큰 마트가 나타나 급히 식량거리와 과일을 공급받았습니다.

이후 편안한 마음으로 goodchance님께서 일러 주신대로 달려가니 말씀하신대로 한 눈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와 군인 아파트를 발견했습니다. goodchance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두신 천막으로 가니 앞서 도착하신 dori님 가족이 삼겹살을 구우며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먹는 것도 마다하고 바로 물속으로 들어가 물놀이를 시작하였습니다.

곰배령에 가신 victor님 가족이 도착하여 래프팅을 가기로 하였는데, 짐을 내리던 중 차 키를 잃어버려 그만 따라 나서지 못하고 아이들과 물장난만 하였습니다.  해가 질 무렵 래프팅을 떠났던 일행과 다시 만나 goodchance님 아파트에서 매운탕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마가목주’라고 들어 보셨나요?
dori님의 중계에 나왔지만, 그 맛은 정말 지금껏 마셔 본 술 중에 최고의 자리에 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상의 맛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맛을 생각하면 입 안에 그 향과 짜릿함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맛을 다시 보기 위해 가보고 싶습니다.

먼 길을 오신 bega님과 조우한 후 다시금 즐거운 만남을 이어갔지만 이별을 아쉬워하며 victor임과 dori님은 아홉 살 고개의 공포(?)를 가슴에 안고 어둠을 뚫고 길을 떠나셨습니다.

아홉 살 고개가 뭔지 아세요?
goodchance님과 bega님의 해석이 약간은 다르지만 어쨌든 옛날 조상들이 이 고개를 넘고나니 9년이 흘렀다는 전설이 있는 고개랍니다. 밤길을 혼자 달리면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긴다는 무시무시한(?) 곳이랍니다.ㅎㅎㅎ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우리는 바리바리 짐을 싸가지고 다시 물놀이와 고기잡이의 즐거움을 안고 천막으로 갔습니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그치면 바로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기다렸건만 비님은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등등해져 아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어느듯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만들어 오신 bega님의 정성과 천막 안에서 구워지는 삼겹살의 냄새는 빗속에서 즐기는 또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숯불에 삼겹살을 구우시는 goodchance님의 솜씨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그 맛은 정말 옆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를 정도 였답니다. 저는 밥도 마다하고 고기로만 배를 채울 정도 였으니까요. 또 다른 즐거움은 남은 숯불에 구워먹는 감자였습니다. 보기에도 너무 맛있을 것 같았는데, 몇 안되는 숫자라 여자분들께 다 양보하였습니다. ㅋㅋㅋ

식사 후 아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려 goodchance님은 그 빗속에서도 족대로 물고기를 잡아 주었습니다. 족대 안에 가득 물고기가 잡힐 때 마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 비닐봉투 안에 넣으며 마냥 천사들의 웃음과 흥겨움을 온몸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자신들이 손으로 물고기를 만져 볼 수 있다는 것에 도시 아이들은 더없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너무 많은 고기가 잡혀 대부분 그냥 놓아 주었습니다. 저도 여태껏 그렇게 많은 고기를 잡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빗속에서 온 몸을 흠뻑 적시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goodchance님의 모습이 너무도 감격스러웠습니다.

비 때문에 아이들이 더 많이 놀지 못함을 아이들보다 더 아쉬워하시는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 순수하고 자상한 모습이 두고두고 남을 것 같습니다.

bega님의 두 아드님 또한 잘 생긴 외모와 착하디착한 심성이 눈에 남습니다.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 간절하였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일정을 하루 앞당겨 길을 나섰습니다. 역시 헤어짐은 마음을 아프게 하더군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삭히며 떠나왔습니다.

결국 준비해간 모든 것은 하나도 풀지 못하고 그대로 가져 왔습니다.
비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완벽하게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신 goodchance님 덕분이었습니다.
덕분에 goodchance님 호주머니가 한결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ㅎㅎㅎ

이번 여행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모든 것 중에 아름다운 사람을 안다는 것,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나눈다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여행이었습니다.

이런 귀중한 만남이 있게 해 주신 victor님 가족과 함께해주신 dori님 가족께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만남의 기쁨을 기대하며 허접한 여행후기를 접습니다.

victor방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남은 여름 건강하시길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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