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연주곡 감상/Ralf Bach

2007.05.31 14:33

green 조회 수:2249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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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만은
사랑을 할 수 없어
밤마다 편지를 썼었지
서랍을 열면
우울한 스무살 가슴앓이
死語들만 수북히 쌓여 있었지

입대하기 전날 아무도 몰래
편지를 모두 잘게 찢어
그대 집 담벼락에 깊이 묻고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으리
나는 바삐 걸었네

황산벌 황사바람 속에서도
바래지 않던 추억
수시로 가시처럼 날카롭게
되살아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파고들던 아픔이여
그래도 세월은 가고 있었네

제대해서 돌아와
다시 편지를 쓰려는데
그대는 하늘나라 먼 길을 떠났다던가
보름달은 환하게 밝아 있고
편지를 잘게 찢어 묻은 그 자리
찔레꽃이 무더기로 핀 이유를
비로소 알아내고 혼자 울었지
(찔레꽃/이외수)



<때로 얼굴의 주름이나 흉터를 가려주는 단조의 안개나 비올 듯한 날이 좋은데..
아쉬운 오월 끝날은 속속들이 우리 얼굴을 그대로 거울 보듯 선명하게 보여주는 화창함 입니다.

어제 피천득님의 수필을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엄마'라는 수필을 읽으며 손가락을 찌르는 찔레가시처럼 따끔따끔한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이제 '밀양'이란 영화로 다시 인간 슬픔의 가시를 느껴볼양 입니다.

이곳을 늘 공유하고 계시며 격려와 배려의 기쁨을 나눠 주시는victor방 가족여러분..
아쉬움은 마음 한쪽 빈곳에 채워두시고 짙어지는 녹음처럼 살찌고 알찬 유월과 만나십시요.
흐르는 곡은 'A heaven full of violin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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