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경에 Maroon Lake 파킹장에 도착하였는데 이미 여러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더군요. 

이 중에는 어쩌면 장거리 하이킹을 간 사람들의 차량도 있을것입니다. 산 속이라 그런지 아직도 사방은 캄캄하였습니다. 


어젯밤 저는 레인저 오피스 옆에 있는 실버 바 캠핑장 Silver Bar Campground에서 잤기때문에 아침 일찍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나타나 있는 바깥 아침 기온이 섭씨 30도 였기에 두터운 파커를 입고 털모자를 쓴 후에 털목도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자와 커피 보온병과 카메라 가방을 들고서 호수쪽으로 향했습니다. 

해드 랜턴을 키지 않아도 여명이 있어 호수로 가는 길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마룬 벨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에 의자를 펴고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일출을 맞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행은 창작활동' 인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기전에 갈 곳을 정해 놓고, 그 장소를 검색을 하고 갈지 말지 스스로 결정도 해야하며 

수시로 지도를 보면서 어떻게 가야 효과적일지 route도 정해야 하구요.

또 여행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따른 용기가 필요하고,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받아 들일 수 있을줄도 알아야 하겠지요.


저는 어제 오후 ​Hanging Lake를 하이킹한 후에 행잉 레이크 트레일 해드에서 약 5분 정도 운전하여 어젯 밤 묵을 장소로 생각하여 두었던 

Grizzly Creek Rest Stop으로 갔었습니다. 이곳은 퍼블릭 레스트 에어리어입니다만 이곳을 사용하였던 사람들의 코멘트가 좋아 결정하였던 것인데 와서 보니 이곳에서 하룻밤 자기엔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근처에 있던 No Name 휴계소를 가 보았더니 이곳도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떡한다? 잠시 생각을 한 후에 아예 아스펜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마룬 레이크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Silver Queen Campground 이 떠올랐고, 이곳에서 캠핑장 사용료를 내고 자는것이 낫겠다 싶었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곳에 도착하면 밤 8시가 넘을텐데 그때까지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일단 그곳까지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버 퀸 캠핑장 이름만 알았지, 그 캠핑장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암튼 아스펜에 도착하여 캄캄한 밤 길을 뚫고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여 마침내 캠핑장으로 올라가기전에 있던 레인저 오피스를 지나가려고 하는데 이미 올라가는 길에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차를 한 켠에 세워두고 레인저 오피스쪽으로 갔더니 막 문을 닫을려고 하고 있었고, 두 레인저가 저한테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저 위에 있는 실버 퀸 캠핑장에 가서 오늘 밤 자려고 한다니까, 그 캠핑장은 낮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네요. 그래서 저는 몰랐다면서 그럼 다시 아스펜으로 내려가서 숙소를 찾아야만 하네....애리조나에서 왔는데, 하고 혼잣말을 했더니(물론 레인저가 들으라고 한 것이지만), 한 레인저가 제 이야기를 들었는지 일행이 몇 명이냐고 물어서 저 혼자라고 대답하였지요. 그랬더니 만약에 캠핑장이 있다면 텐트를 칠거니? 해서 아니, 차 안에서 잘꺼야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둘이서 의논을 하더니 잠시만 기다려보라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노트(아마도 캠핑장 예약일지)를 보더니, 바로 옆에 실버 바 캠핑장이 있는데 한 사이트가 남아 있으니 그곳에서 오늘 하룻밤 사용하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런데 나는 그 캠핑장이 어딘지 몰라.  이렇게 캄캄한데 어떻게 찾아가지? 했더니 한 레인저가 바로 이 옆에 있다면서 자기가 에스코트 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해서 실버 바 캠핑장으로 갔더니 밤 7시 30분경이 되었습니다.  초저녁이라 해드 랜턴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달이 밝았는데 그곳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밤 11시경 잠들기전에 한 번 밖을 나와 둘러보니 조금전까지 빛을 내던 달님은 보이지 않고 캄캄한 밤 하늘에 별들이 수 없이 떠서 반짝이고 있었고 은하수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캠핑장에 도착하였을때 아래 사이트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단체로 왔는지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부르면서 간간히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그것이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듣기에 좋았었는데, 지금은 모두 잠들었는지 아주 고요한 밤입니다. 


캠핑 사이트 바로 옆으로 Maroon Creek 이 흐르고 있어 물소리가 제법 운치있게 크게 들렸고, 제 차 바로 옆 숲으로는 '곰의 나라에 온것을 환영'한다는 표지판도 보였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갔더니 쓰레기통도 곰들을 대비하여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순간에 곰들이 내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 내 차에 있는 아이스박스안의 음식냄새를 맡고 내 차로 달려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무시했습니다. 분명 별 일 없을꺼야, 하면서요. 다행히 별 일은 없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캠핑장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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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앞에 앉아 있는 ​바로 내 옆에서 십 여명이 넘는 일가족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여행에 들뜬 그들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부모님 결혼 50주년을 기념으로 플로리다주에서 왔다네요. 저렇게 포즈를 취하고 있을 때, 나도 찍어도 돼? 했더니 그러라고해서 저도 한 장 담았습니다. 손자뻘 되는 두 남자애들은 다리를 다쳤는지 거동이 불편해보이는데도 다 같이 한 가족이 모여 있는 것을 보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앞에 스틱 잡고 계신 여자분과 그 뒤의 얼굴이 조금 보이는 남자분이 오늘의 주인공부부였습니다.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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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9,580ft (2,920m)에 있는 Maroon Lake 까지 차로 올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 여행인지 모릅니다.

Maroon Lake는 빙하기때 만들어진 분지에 만년설이 녹아 흘러 내려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이윽고 해가 솟아 올라 Maroon Bells 머리위를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세 봉우리중에서 첫 번째가 North Maroon Peak(14,019 ft / 4,273m)이며, 그 다음이 South Maroon Peak (14,163 ft/ 4,317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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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처럼 카메라로 호수 옆의 피라미드 픽까지 들어 있는 전체 풍경이 담기지 않아, 아래는 아이폰으로 0.5로 해서 담았습니다.

아이폰의 카메라는 0.5부터 1, 그리고 3배까지 담을 수 있어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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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ramid Peak (14,018 ft / 4,273m) 까지 들어 있는 전체 사진을 보면 빙하기때의 특징인 U자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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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호수 주변을 걸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저 노란옷은 제 옷이 아닙니다. 

중국인 부부였는데, 저한테 사진을 찍어 달라고해서 몇 장 담아 주었고 저도 그 여자가 담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40대쯤의 그 여자가 굉장히 상냥한 스타일이더라구요. 저한테 노랗게 단풍들었을때는 검은색보다는 노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주어야 한다면서 자기 겉옷을 막 벗더니 강제(?)로 저한테 입으라고 건네 주었습니다. 한사코 사양했는데도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러더니 저 사진을 찍어주고나서 한다는 말이, 봐봐....예쁘잖아, 노란 단풍앞에서는 노란 옷을 입어 주어야한다고....하더군요. 

그래서 맞다, 맞아 고마워~~~ 하고 인사까지 해 주었습니다. ㅎㅎ


사실 저는 여행하면서 제 사진을 많이 담는 편이지만 의상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의상을 준비하지 않고 집에 있는것을 그대로 들고 가곤했습니다. 저 털모자만해도 거의 30여년이 된 것이며 시카고에 살 때부터 쓰던 모자입니다. 

시카고에서는 어쩌다 썼지만 애리조나주로 이사와서는 겨울에 여행을 갈 때마다 가지고 가게 됩니다. 물론 털모자만 색색으로 대여섯개 있지만 유독 저 모자가 마음을 댕깁니다.  제가 수 년전 10월 말에 그랜드 캐년 림투림을 한 여행기를 보면 내내 저 모자를 쓰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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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는 내 옷 입고 찍은, 은발의 이 사진이 제일 맘에 들고 좋습니다. 물론 그 여자가 담아 준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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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아침 풍경. 

마룬 호수도 좋지만 호수 옆에서 저렇게 빛나고 있는 암석들과 그 아래 갈색의 잡풀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담던 시간들,

또 그 사잇길을 걸었던 시간도 참 좋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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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부부와 헤어지고 나중에 의자를 들고 차에 돌아갔다가, 오케이 좋아, 나도 빨강옷 입어 보겠어~ 하고 다시 와서 담은것입니다. ㅎㅎ

아침 섭씨 34도에서 잠시 패션스타가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 칠십이 되니 예전보다 더 많이 뻔뻔해졌네요.

그래도 여행 끝나고 돌아와서 이렇게 담은 사진들을 보면 그 때의 시간들, 감정들이 되살아나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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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16분, 마룬 호수를 떠나 내려오다가 갓 길이 보여 차를 세워두고 뒤를 돌아보며 한 장 담았습니다. 

어쩌면 이곳은 다시 찾아 올 수 없을것이라 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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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신세를 졌고, 또 하룻밤 캠핑장 사용료를 지불하기 위하여 레인저 사무실로 갔습니다. 

어제의 두 레인저는 보이지 않고 젊은 여자 레인저가 있어서 어젯밤의 일을 이야기하고 캠핑장 사용료를 내겠다고하였더니, 활짝 웃으면서 괜찮아....괜찮아...그냥 가도 좋아요. 하더군요. 

참내...이렇게해서 생전처음으로 유료 캠핑장을 무료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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