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2023년 9월 19일 화요일

Monticello에서 이틀을 머물기 때문에 둘째 날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여행 출발 전 및 미국 현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고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Needles 구역 Cave Springs Trailhead에서 출발, Salt Creek을 통해 미국 서부에서 가장 보고 싶은 Angel Arch까지 가는 여정을 당차게 시도해 보는 것이었으나 왕복 40 km에 걷는 시간만 최소 12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 길을 하루에 끝내기란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다음에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마음 편하게 1박 2일 일정으로 가기로 결정한 후 깨끗이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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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 Arch 방문을 포기한 후 고려할 수 있는 차선책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Colorado의 주요 마을을 방문할 수 있는 San Juan Skyway 드라이브였고 다른 하나는 Mesa Verde NP 방문이었습니다. Google Map을 이용 San Juan Skyway 드라이브 계획을 대충 세워보니 운전에 걸리는 시간이 대략 7시간 정도여서 Telluride를 포함 여기 저기 마을 구경도 하고 중간에 점심 식사 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꽉 찬 하루 일정이 나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을의 경우 9월 중하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단풍이 들지 않아서 그리 마음이 끌리지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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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게 남은 선택지는 미국 서부를 올 때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은 가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Mesa Verde NP였습니다. Mesa Verde NP를 지금에서야 방문하게 된 이유를 굳이 꼽아 보자면 첫째가 Mesa Verde NP의 애매한 위치입니다. 지도를 보면 Mesa Verde NP는 Colorado 남서쪽, Four Corners 근방에 자리잡고 있는데 미국 서부 여행 Grand Circle을 도는 경로에 통상 이곳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2018년 제가 돌았던 것처럼 Moab => Black Canyon NP => Ouray => Silverton => Durango => Monticello로 이동할 경우 그 중간에 위치한 Mesa Verde NP를 길 낭비 없이 들려볼 수 있긴 하겠으나 아직까지 많은 미국 서부 여행기를 보면서도 실제로 위 경로로 여행하는 분들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만 Million Dollar Highway가 포함된 굉장히 매력적인 여행 경로이니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꼭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실제 여행을 해 보니 만약 미국 서부 Grand Circle을 돌면서 Mesa Verde NP를 방문코자 한다면 제가 머물렀던 Monticello를 거점으로 삼은 후 이동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은데 아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편도 기준 113 km, 운전 시간 1시간 30분 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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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날 저녁에 Monticello로 다시 돌아가야 해서 그 날 오후에 Four Corners Monument(Utah, Arizona, Colorado, New Mexico의 접점)를 들리지 않았지만 만약 처음부터 Mesa Verde NP를 방문할 계획이었다면 Monticello => Mesa Verde NP => Four Corners 경로로 이동 후 최종 숙소를 Bluff 정도에 잡거나 아니면 아예 Mesa Verde 내부에 있는 Far View Lodge 또는 Morefield Campground에서 하루 자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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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유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 어리석었던) Mesa Verde NP에 대한 제 개인적인 편견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모든 국립 공원 가운데 자연 경관이 아닌 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지정된 국립 공원은 Mesa Verde NP가 유일한데 이곳의 문화 유산은 다름아닌 Pueblo 인디언들의 거주지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었던 Mesa Verde NP에 대한 편견은 (1)유구한 역사 및 수많은 역사적 유물이 도처에 깔려 있는 유럽과 달리 이와 관련해서 정말 내세울 것 없는 미국이 지정한 문화 유산이니 뭐 그리 볼게 있겠냐? 그리고 (2)자연 경관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굳이 여기까지 와 봤자 절벽 밑에 지어진 돌집 말고 뭐가 볼게 있겠냐? 이렇게 두 가지였는데 이 두 가지 편견이 얼마나 근거도 없고 잘못된 것이었는가를 이번 방문을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오전 8시에 출발 Cortez를 통해 Mesa Verde NP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길은 예상했던 것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길이었으나 막상 Visitor and Research Center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의 풍광 역시 만만치 않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Visitor Center 도착 시간은 오전 9시 40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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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a Verde Visitor and Research Center는 2013년 5월에 정식 개장했는데 원래 Mesa Verde NP의 Visitor Center는 뒤에 소개해 드릴 Far View Terrace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Far View Visitor Center의 경우 Mesa Verde NP 내부로 진입하는 160번 도로에서 약 25 km나 떨어져 있고 그로 인해 운전 시간만 약 30분이 소요되는 등 접근성이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저장 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Mesa Verde NP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국립공원 여기 저기에 흩어져 보관되고 있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한 방에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Visitor Center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다년간의 자금 조달 캠페인 및 정부 로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지금의 Mesa Verde Visitor and Research Center가 완공될 수 있었습니다.

Visitor Center 건립을 맡게 된 회사는 이곳에 거주하는 원주민 부족 모두와 건물의 디자인 관련 긴밀한 협의를 거친 끝에 Kiva 모양을 본뜬 원형 모양의 Rotunda(둥근 지붕이 있는 원형 건축물) 형태의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또한 건축 스타일 역시 이곳에서 발견된 원주민들의 전통 주택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따랐으며 그래서 그런지 Visitor Center는 주변 환경과 어떠한 위화감도 없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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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Center 입구에 가면 26개에 달하는 원주민 부족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특별한 공간이 야외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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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Center 입구 바로 앞에는 오가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조각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The Ancient One이라고 명명된 이 조각품은 Edward J. Fraughton이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 바구니를 짊어진 Pueblo 인디언이 손과 발을 이용해서 절벽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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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Center 내부로 들어가 Ranger에게 국립공원 안내자료를 받고 공원 관람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실 Ranger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대략 2~3시간만 보낸 후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San Juan Skyway 드라이브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으나 국립공원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볼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오늘 하루는 그냥 이곳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것으로 최종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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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Mesa Verde NP는 스페인어로 Green Table이라는 뜻인데 이곳을 발견한 스페인 탐험대가 공원의 Mesa가 푸른 숲으로 덮여 있어서 이런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Mesa가 아닙니다. Mesa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표면이 수평이어야 하는데 Mesa Verde의 경우 남쪽으로 약 7도 가량 기울어 있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 보면 Cuesta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Mesa Verde라는 이름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지질학적인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Mesa Verde로 불리고 있습니다. Mesa 절벽 여러 곳에 옛날 Pueblo 인디언들이 서기 600년부터 1300년까지 약 700년간 부락을 형성하며 살았던 수많은 유적이 발견되었는데 5000개가 넘는 유적지와 600개의 Cliff Dwelling이 자리잡고 있는 미국 최대의 고고학 유적지입니다. 대외적으로도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8년에 Grand Canyon NP와 함께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Visitor Center를 나오니 노란 들꽃이 지천에 피어 있는 벌판을 앞에 두고 Mesa Verde NP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Point Overlook Butte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높이 2,569 m에 달하는 Point Lookout은 주변 땅 기준 약 500 m 정도의 높이로 솟아 있는 아름다운 사암 Butte인데 놀랍게도 이 Butte의 꼭대기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하이킹 길(Point Lookout Trail)이 있습니다. 왕복 3.5 km에 소요 시간 2시간 정도 걸리는 길인데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꼭 올라가볼 생각입니다. Butte의 높이 및 경사도를 봤을 때 아마도 North Caineville Mesa Trail과 맞먹는 난이도를 자랑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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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Entrance를 오전 10시 18분에 통과해서 10분 정도 운전해 들어가면 Mancos Valley Overlook에 도착하게 되는데 정말 속이 뻥 뚫리는 Mancos Valley 경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은 La Plata Mountains이며 Mancos Badlands의 경관도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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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os Valley Overlook에서 터널을 통과한 후 계속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Montezuma Valley Overlook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 터널이 뚫리면서 Mesa Verde NP로의 접근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는데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뒤에서 언급하게 될 훨씬 험난하고 좁은 Knife Edge Road를 이용해서 Mesa Verde NP로 들어가야만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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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차를 세우고 주변 경관을 돌아다 보니 정말 벌어진 입을 다물 길이 없었습니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수많은 Overlook 경치와 견줘봐도 전혀 꿀릴 것 없는 시원하면서도 더없이 광활한 경관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있었으며 거기에 덤으로 Mesa Verde NP의 또 다른 상징물인 Knife Edge의 드라마틱한 날카로운 단면까지 이곳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치를 보면서 Mesa Verde NP의 자연 경관은 별볼일 없을 거라고 섣불리 오판한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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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fe Edge의 경우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Morefield Campground에 위치한 Trailhead서 출발,  왕복 3.2 km 하이킹(Knife Edge Trail)을 통해 뒤쪽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이 길 역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Point Look Trail과 묶어서 한 번 걸어봐야겠습니다.

Knife Edge 길 끝(원래 이 길은 Knife Edge Trail과 연결되어 있었으나 절벽에서 길로 떨어져 내리는 바위로 인한 사고 위험성 때문에 현재는 길을 양쪽에서 모두 막아 놓은 상태)에서 증명 사진을 한 장 찍은 후 계속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터널을 뚫기 전에는 Mesa Verde NP 내부로 가는 주 진입로가 Knife Edge Road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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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방향상 다음으로 들러야 할 Overlook은 Park Point Overlook이였는데 이곳은 나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러보기로 하고(결론적으로 이 결정은 굉장히 잘 한 결정이었습니다) 대신 Geologic Overlook으로 바로 갔습니다. Geologic Overlook에 가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진 퇴적, 융기 및 침식 작용으로 현재 눈 앞에 보이는 지형이 생성되었다는 약간은 학구적인 설명이 실려 있는 안내판 및 실제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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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logic Overlook까지 보고 나니 드디어 Mesa Verde NP의 두 Main Mesa(Chapin Mesa & Wetherill Mesa) 갈림길에 위치한 Far View Terrace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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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Mesa Verde NP 관람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들어오는 길에 위치한 Visitor Center 및 3개의 Overlook 관람에만 거의 2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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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View Terrace에서 피자 두 조각과 과일 그리고 콜라 한 잔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간단한 점심인데도 영수증에서 볼 수 있듯이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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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내부는 넓고 아주 쾌적하며 무엇보다도 이름에 걸맞게 야외의 시원한 경치를 식당 내부에서도 통창을 통해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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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주차장 앞 View를 보니 왜 이곳의 이름이 Far View Terrace인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미세먼지라곤 하나도 없는 미국의 청명한 하늘이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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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12분에 차를 몰고 다시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Chapin Mesa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참고로 Wetherill Mesa로 가는 길은 현재 내부 공사로 인해 갈 수 없는 상황인데 2024년에도 계속해서 폐쇄된다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며 따라서 이 길 끝에 위치하고 있는 Step House 및 Long House는 당분간 아쉽게도 볼 수가 없습니다. Mesa 이름인 Chapin과 Wetherill은 모두 Mesa Verde NP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 이름입니다. Richard Wetherill은 1888년에 Cliff Palace를 제대로 발견한 최초의 미국인이며 Frederick H. Chapin은 이곳을 Richard Wetherill과 함께 탐방한 탐험가이자 사진 작가인데 1892년에 The Land of the Cliff-Dwellers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Mesa Verde의 존재를 미국 전역에 알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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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in Mesa 길 중간에 위치한 Far View Sites와 Cedar Tree Tower 역시 나오는 길에 볼 요량으로 일단 지나친 후 바로 Spruce Tree House로 갔습니다. 도착 시간은 오후 12시 41분이었습니다. Spruce Tree House는 Mesa Verde NP에서 세 번째(Cliff Palace와 Long House 다음)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Cliff Dwellig이자 가장 보존 상태가 양호(현재 볼 수 있는 유적의 90% 이상이 원형임)했던 Cliff Dwelling입니다. 1211년에서 1278년 사이에 완공된 Spruce Tree House 내부에는 130개의 방과 여덟 개의 Kiva가 있으며 60명에서 80명 정도의 인원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래 이곳은 별도의 예약 없이 혼자서도 방문이 가능한 곳이었지만 Cliff Dwelling이 위치한 Alcove 상단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2015년 8월 이후 내부 방문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국립공원 측에서는 4단계에 걸친 공사를 통해 이곳을 다시 복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 같습니다. 현재는 Chapin Mesa Museum 뒤에 위치한 Overlook에서 Cliff Dwelling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면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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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안 Alcove라는 기묘한 위치에 누가 레고 블럭으로 방금 만든 것 같은 Cliff Dwelling을 실제로 눈으로 보는 순간 마음 속에서 '아! 내가 이런 유물을 아주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습니다. 하긴 제가 미국 서부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이 False Kiva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Kiva가 몇 개씩이나 들어가 있는 Cliff Dwelling을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인데 왜 그렇게 이곳을 지금까지 마음 속으로 폄하하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자책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Overlook Point를 지나면 두 개의 Trail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Petroglyph Point Trail이고 다른 하나는 Spruce Canyon Trail인데 둘 다 왕복 길이가 3.9 km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실제 하이킹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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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에 길을 약간이나마 걸어 내려가 보니 예전에 Spruce Tree House를 방문할 수 있던 시절에 사용되던 길 입구 안내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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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위치한 Chapin Mesa Archeological Museum 내부에 가면 Mesa Verde NP에 대한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Museum 건물 자체도 이곳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그대로 따라 지었는데 사전 정보 없이 건물만 외부에서 보면 이게 박물관인지 아니면 원래 이곳에 위치하고 있던 Pueblo 인디언들의 건축물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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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uce Tree House를 나서면 두 개의 Loop를 만나게 되는데 Mesa Top Loop와 Cliff Palace Loop입니다. 두 개의 Loop는 서로 독립된 일방 통행 길이기 때문에 어느 Loop를 먼저 돌건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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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별다른 이유 없이 Mesa Top Loop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10 km 길이의 차도를 슬슬 운전하며 길 주변에 위치한 수많은 유적들을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는 매력 만점의 길입니다. 운전할 때 하나 주의할 점은 Loop가 일방 통행이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위치한 사이트를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보고 싶은 사이트를 중간에 실수로 놓칠 경우 뒤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원점을 지나 그곳으로 다시 들어가야만 합니다.

Pit House가 첫 번째 사이트입니다. 유적 보호를 위해 외벽 및 지붕이 씌워져 있으며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Pit House는 땅속으로 구덩이를 판 후 나무 기둥을 네 귀퉁이에 세워 지붕을 만든 가장 원시적인 집입니다. 참고로 이 지역에서 서기 600년 경부터 살던 Pueblo 인디언들은 600년 넘게 Mesa Top에 위치한 Pit House에서만 살다가 1190년대 후반부터 갑자기 Alcove 안에 Cliff Dwelling을 짓고 살아가기 시작했으며 여러 Cliff Dwelling에서 약 100년간 살다가 1300년 경에 여러 가지 이유(가뭄 및 전쟁)로 인해 결국 이곳을 버리고 Arizona 및 New Mexico로 모두 이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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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이트는 Navajo Canyon Overlook인데 양 옆으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Navajo Canyon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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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사이트는 Square Tower House Overlook인데 여기를 보기 위해서는 약간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길 끝에 도달하면 절벽 아래 Alcove에 멋지게 자리잡은 기다란 Square Tower 및 기타 시설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Square Tower는 Mesa Verde NP의 Cliff Dwelling 건축물 가운데 가장 키가 높은 건축물인데 4층 구조에 높이는 8 m입니다. 이곳 역시 보존 상태가 좋아서 현재 보이는 구조물의 90%가 원형입니다. 도저히 내려갈 수 없을 것 같은 이곳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2시간짜리 Ranger Guided Tour를 통해 실제 방문이 가능합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Alcove 하단에 위치한 길이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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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이 Mesa Top Loop의 실제 모습입니다. 일방 통행 길이기 때문에 차선은 하나뿐이고 각 사이트마다 주차할 수 있는 갓길 공간들이 있습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사이트에 접근한 후 갓길 주차 공간이 보일 경우 미련 없이 그 공간에 차를 세우라는 것입니다. 걷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입구에 좀 더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한답시고 안으로 더 들어갔다가 혹시라도 남아 있는 주차 공간이 없을 경우 해당 사이트를 구경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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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사이트는 Pit Houses and Pueblos입니다. 서기 700년에서 950년 사이에 지어진 유적들인데 동일 종류의 전시 공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므로 Pit House 관련 유적 한 곳만 보고자 할 경우 여기를 방문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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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사이트는 Mesa Top Sites입니다. 서기 900년에서 1100년 사이에 지어진 다양한 유적들이 유적을 보호하는 건물 내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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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이트는 Sun Point Pueblo인데 Mesa Verde NP의 Mesa Top에 위치한 주거지 가운데서 가장 늦은 서기 1200년대에 지어진 유적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Kiva와 Tower가 있고 이 두 개가 땅 속의 터널로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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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사이트는 Sun Point View입니다. 이곳에서는 앞쪽 절벽에 자리잡고 있는 무려 4개의 Cliff Dwelling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명당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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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사이트는 Oak Tree House입니다. 이곳은 현재 보수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데 자세히 보니 Cliff Dwelling 안에서 작업중인 Ranger 두 분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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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사이트는 Fire Temple / New Fire House입니다. 왼편이 Fire Temple이고 오른편이 New Fire House인데 Fire Temple의 경우 주거지가 아닌 대중 광장으로 이용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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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Temple로 가는 길에 대형 산불의 잔해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Mesa Verde NP는 낙뢰로 인한 대형 산불이 잦은 지역인데 1996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발생한 네 번의 대형 산불로 인해 공원 산림의 절반 이상이 소실되었습니다. 화재의 규모가 하도 커서 각각의 산불에 이름까지 주어질 정도였는데 박물관 및 Spruce Tree House까지 소실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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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a Top Loop의 마지막 사이트는 Sun Temple입니다. 서기 1250년에 건축된 D자 모양의 건물인 Sun Temple은 그 형태가 Mesa Verde NP의 다른 건축물과 어떤 유사성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물이라서 그 용도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갖가지 추측을 불러 일으키는 신비로운 건축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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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Temple의 위치가 Cliff Palace의 정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Cliff Palace의 전면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Cliff Palace View Camera Point라고 친절하게 안내판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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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Temple까지 모두 관람하고 나니 시간은 벌써 오후 2시 40분이었습니다. Spruce Tree House에서 일정을 시작해서 Mesa Top Loop에 있는 사이트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저처럼 전부 구경할 경우 아무리 바리바리 돌아다녀도 꼬박 2시간이 소요됩니다.

Mesa Top Loop를 돌아 나와 Cliff Palace Loop로 접어듭니다. Cliff Palace Loop의 길이도 Mesa Top Loop와 동일한 10 km이고 역시나 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하는 일방 통행 길입니다.

이 길에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사이트는 Mesa Verde NP내의 Cliff Dwelling 끝판왕인 Cliff Palace입니다. 안내판에도 나와 있듯이 Overlook과 실제 Ranger Guided Tour 출발 장소가 같이 있는데 제가 도착한 오후 3시에 오늘 마지막 투어 그룹이 출입문을 통해 Cliff Palace로 막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Mesa Verde NP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Cliff Palace Ranger Guided Tour 티켓 구매를 고려한 바 있었으나 이 날 실제로 Mesa Verde NP를 방문할지 아니면 다른 곳을 갈지 최종 결정을 못 내린 상태라서 결국 표를 구매하지 않았었습니다. 티켓 구매는 recreation.gov를 통해 방문일 14일 이전부터 구매할 수 있는데 꽤 인기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일찍 예매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티켓 가격은 $5로 합리적인 편이며 약 45분이 걸리는 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네 개의 사다리 및 돌계단을 걸어야 하지만 고도 변화 30 m에 걷는 거리는 0.4 km에 불과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투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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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ace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Cliff Palace는 Mesa Verde NP(및 북미 전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Cliff Dwelling인데 무려 23개의 Kiva와 150개의 방을 가지고 있으며 대략 100명이 이곳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세부 내역을 전혀 모르더라도 Overlook에 서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Cliff Palace 및 그 뒤로 펼쳐지는 Cliff Canyon을 바라보면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아~하는 탄성을 내뱉게 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Overlook 위치가 너무나 절묘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Cliff Palace의 거의 모든 곳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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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조금이라도 잘 버티기 위해 Cliff Palace가 남향으로 지어졌다는 것도 흥미로운 정보입니다. 따라서 오전에 이곳을 올 경우 꽤나 컴컴한 Cliff Palace를 봐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저처럼 오후에 와야 Alcove 내부로 쏟아지는 태양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Cliff Palace를 볼 수 있습니다.

Cliff Palace는 1190년에서 1280년 사이에 지어졌으며 가뭄 및 전쟁으로 인해 이곳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렵다고 판단한 Pueblo 인디언들이 1300년경에 타지로 떠나면서 한 때 화려했던 이 거주지는 더 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 잊혀진 장소가 되었습니다. 훗날 1888년 12월 18일에 Richard Wetherill과 Charles Mason이란 사람이 자신들의 잃어버린 가축들을 찾아 헤매다 우연히 이곳을 (재)발견하면서 세상에 그 존재가 다시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발견 당시만 해도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내부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의 세심한 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다시 갖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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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곳에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습니다. 사진을 보면 Cliff Palace 내부에 관람객들이 꽤 많은데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곳은 반드시 Ranger Guided Tour를 통해 내부를 방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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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ff Palace 안내판 귀퉁이에 Pueblo 인디언의 후손이 남긴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인디언 원주민들에게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문구인지라 여기에 한 번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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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 though we physically moved away, the spirits of my ancestors are still here. If you stop for a minute and listen, you can hear the children laughing and the women talking. You can hear the dogs barking and the turkeys gobbling. You can hear and feel the beat of the drums and the singing. You can smell the cooking fires. You can feel their presence, their warmth, their sense of community” - TJ Atsye, Laguna Pueblo

Cliff Palace를 떠나 다음 도착할 곳은 Cliff Canyon Overlook입니다. 절벽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유적들을 안내판 정보에 따라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엄청 쏠쏠합니다. 이 Overlook에서 바라보는 자연 경관 역시 정말 끝내주는데 좌우로 길게 펼쳐지는 Cliff Canyon 및 앞에 놓여 있는 Fewkes Canyon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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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사이트는 House of Many Windows Overlook인데 절벽 틈에 지어진, 조그만 창문이 구멍처럼 송송 나 있는 집을 볼 수 있습니다. 일견 창문처럼 보이는 조그만 구멍들은 사실 방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인데 이곳에는 총 15개의 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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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사이트는 Hemenway House Overlook인데 Soda Canyon에 위치한 Hemenway House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시각적으로 그리 특별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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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사이트가 Mesa Verde NP를 대표하는 또 다른 Cliff Dwelling인 Balcony House였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표지판으로 가니 들어가는 길의 입구가 봉쇄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약간 당황한 마음에 안내판 정보를 자세히 읽어 보니 (1) 이곳의 위치가 Balcony House의 바로 상단이기 때문에 비스듬한 각도에서 전면을 바라볼 수 있었던 Cliff Palace와 달리 여기서는 Balcony House의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으며 (2) 만약 Balcony House를 보려면 0.8 km 더 운전해 들어가서 Soda Canyon Trail을 걸어야 한다는 정보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이곳은 Balcony House를 방문하기 위한 Ranger Guided Tour의 집합 장소이지 Balcony House를 바라볼 수 있는 Overlook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즉 Balcony House Tour에 참가하는 경우를 아니라면 방문객 입장에서 이곳은 전혀 들릴 필요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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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에 자세히 나와 있지만 Balcony House Tour의 경우 Cliff Palace Tour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높습니다. 9.8 m 높이의 사다리 + 2개의 조그만 사다리 + 돌계단 + 좁은 터널 기어서 통과 + 18 m 절벽 구간 걷기 + 2개의 5 m 높이의 사다리를 걸어야 Ranger Guided Tour를 마칠 수 있습니다.

바로 차를 몰고 Soda Canyon Overlook Trailhead로 갔습니다. 왕복 1.9 km의 짧은 길인데 나무들 사이를 헤치고 가는 지극히 평범한 길이며 2개의 Canyon Overlook과 Balcony House를 바라볼 수 있는 Overlook이 길 끝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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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Balcony House Overlook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Balcony House가 Overlook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에 따른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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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2개의 Canyon Overlook에서 바라볼 수 있는 Soda Canyon의 시원한 경관이 마음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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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더 이상 볼 사이트가 없는 Cliff Palace Loop를 신속히 벗어나 다시 Chapin Mesa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내려 오는 도중에 들리지 않았던 장소들을 이제 나가는 길에 모두 방문하면 오늘 일정이 마무리 되는 것입니다.

운전하다 보니 다시금 과거 화재의 잔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현장을 지나게 됩니다. 자연의 복원력은 무섭다고 하지만 화재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기존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오랜 세월이 걸릴 것 같습니다. 국립공원 측에 따르면 적어도 100년은 지나야 예전 숲의 모습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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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dar Tree Tower를 들렸는데 무너져 내린 Tower의 잔해 및 Pit House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Balcony House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시간이 없을 경우 굳이 들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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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돌려 즉각 Far View Sites로 이동합니다. 이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였습니다. Far View Sites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방이 시원하게 터진 Mesa 꼭대기 공간에 자리잡은 마을 공동체인데 AD 750년 ~ AD 1200년 사이에 건설된 5곳의 집터와 1개의 저수지로 이뤄져 있는 규모가 큰 유적지입니다. 지금까지 본 Mesa 꼭대기에 위치한 유적지들은 대부분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외벽과 지붕으로 구성된 건물 안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그런 보호 시설이 전혀 없는 날것 그대로인지라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훨씬 더 운치 있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5곳의 집터와 1개의 저수지를 1.2 km 길이의 길을 Ranger의 도움 없이 혼자 걸으면서 볼 수 있는데 온 김에 모두 보기로 결심하고 하나씩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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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곳의 집터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커다란 집터가 주차장 바로 앞에 자리잡은 Far View House와 Pipe Shrine House입니다. Mesa Verde NP에서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이 두 군데는 꼭 봐야 할 정도로 멋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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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pe Shrine House 뒷벽을 자세히 보면 소용돌이가 그려진 벽돌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벽돌을 못 찾고 있었는데 옆에 계신 미국 아주머니께서 위치를 알려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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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yote Village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팻말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상쾌한 숲 속 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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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에 5개의 Kiva와 1개의 Tower를 품고 있는 Coyote Village 역시 그 규모가 상당한데 Far View House와 견줘봐도 전혀 꿀릴 것이 없을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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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View Reservoir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이곳으로 들어오는 차도를 한 번 건너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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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Historic Civil Engineering Landmark이기도 한 이곳에 도착해서 보니 원형 모양의 저수지였음을 바로 알 수 있었는데 기존 물을 가뒀던 직경 27 m 공간에 지금은 노란 들꽃들이 한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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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을 읽다 보니 1891년에 이곳이 저수지였을 거라고 처음으로 이야기한 스웨덴 과학자 Gustav Nordenskiold 이름이 나오는데 이 과학자는 Mesa Verde에서 발견된 각종 유물을 미국 정부의 허락도 없이 마구 스웨덴으로 반출했고(이로 인해 당시 절도 혐의로 체포되어 미국 현지에서 재판을 받았으나 결국 무죄로 판결이 났음) 추가적인 유물 반출 및 유적 훼손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1906년에 이 구역을 Mesa Verde NP로 부랴부랴 지정하게 됩니다. 스웨덴으로 이미 반출된 600여 점의 유물들은 돌고 돌아 최종 핀란드 국립 박물관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핀란드 국립 박물관에서 Mesa Verde Collection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던 이 유물 가운데 일부(20개의 시신 미라 및 미라와 함께 묻힌 장례식 장신구)는 오랜 협상을 거친 끝에 결국 2020년에 미국으로 반환되었고 궁극적으로 이곳 원주민들에게 모두 전달된 후 다시금 원래 위치인 Mesa Verde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유물들은 여전히 핀란드 국립 박물관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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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를 지나 Megalithic House로 향합니다.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던 다른 House와 달리 이곳은 유적 보호를 위한 외벽 및 지붕 건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Megalithic House는 Loop 길 끝에 위치한 Out & Back 형태의 길을 통해 다녀와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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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저수지로 돌아와 마지막 행선지인 Far View Tower로 가는 길입니다. 한적한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길 사이에 지금까지 꽤 걸었으니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로 벤치가 하나 놓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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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View Tower입니다. 중앙에 위치한 2층 Tower를 필두로 두 개의 Kiva 및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기 1200년경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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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 모두를 둘러본 후 다시금 주차장으로 복귀했는데 도착 시간이 오후 5시 36분이었습니다. Far View Sites 전부를 보는데 36분의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Mesa Verde NP를 나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릴 요량으로 남겨놨던 Park Point Overlook으로 갑니다. 도착 시간은 오후 6시였습니다. 사실 이곳이 Mesa Verde NP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안내판에 고도 2,613 m(8,572 feet)라는 정보까지 친절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안내판을 보니 두 군데의 Overlook(North & South)과 산불 감시탑을 둘러볼 수 있는 짧은 Trail이 있어서 모두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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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Mesa Verde NP에서 주요 사이트 이름이 적혀 있는 안내판의 모양이 평범한 사각형이 아니고 위쪽이 좀 깎여 나간 독특한 모양새임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모양은 아마도 Pueblo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자수 전통 문양을 본 따 만든 것으로 보이며 국립공원 측에서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인디언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단적인 예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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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정보를 보니 날씨가 맑고 시계가 좋은 날에는 이곳에서 4개의 주(Utah, Colorado, Arizona, New Mexico) 모두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시간대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사방의 경치는 정말 안내판에서 이야기한대로 Spectacular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이곳을 의도적으로 마지막 방문 장소로 남겨놓은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을 오늘 마지막 장소로 방문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이자 화룡점정이 되었습니다.

North Overlook에서 보이는 경치입니다. 주변 경관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는 안내판이 두 개나 설치되어 있어서 사진과 실제 경치를 맞춰 가면서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왼편의 Montezuma Valley, 오른편의 Mancos Valley를 필두로 뒤로는 San Miguel Mountains, San Juan Mountains, La Plata Mountains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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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안내판 방향을 보면 왼편에 누워 있는 Sleeping Ute Mountain 및 저 멀리 Abajo Mountains 및 LaSal Mountains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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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Overlook을 본 후 산불 감시탑을 지나 South Overlook으로 갑니다. 마침 지나가는 분이 계셔서 멋진 사진을 한 장 남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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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Overlook에도 역시나 주변 경관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는 안내판이 두 개나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4개의 주 경계선이 모여 있는 Four Corners 방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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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감시탑으로 다시 돌아와 유리창 너머로 내부를 한 번 관찰해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오늘은 안에서 근무하고 있는 Ranger들이 없었지만 여름 및 몬순 시즌에는 Ranger들이 이곳에 실제로 머물면서 주변 산불을 감시한다고 합니다. 중앙에 놓여 있는 둥그런 모양의 기구가 1913년에 개발된 The Osborne Firefinder라는 화재 탐지기인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산불 감시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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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오늘 숙소가 Mesa Verde NP 내부의 Far View Lodge이거나 아니면 그리 멀지 않은 Cortez만 되었어도 이곳에서 좀 더 머무르며 멋진 석양을 끝까지 즐겼겠지만 1시간 30분에 걸쳐 다시금 Monticello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 남아 있기에 아쉽지만 오후 6시 30분에 이곳을 떠났습니다. 이번 여행 철칙 가운데 하나인 어두운 밤에 절대 운전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오늘도 어김없이 지키는 셈입니다.

만 하루 동안 Mesa Verde NP를 장거리 하이킹 없이 오랜만에 관광객 모드로 돌변해서 구석구석 열심히 돌아봤는데 (1) 만약 지금 현재는 공사로 인해 들어갈 수 없는 Wetherill Mesa로 가는 길까지 열려 있고 (2) 적어도 하나 이상의 Ranger Guided Tour를 통해 Cliff Dwelling을 관람하면서 (3) 몇몇 하이킹 Trail까지 걷고자 한다면 Mesa Verde NP에서 적어도 이틀 많으면 사흘은 머물러야 한다는 결론이 들었습니다. 다음 방문이 언제가 될지 정말 기약할 수 없지만 제가 미국 서부를 다시 온다면 Mesa Verde NP에서 오늘처럼 널뛰기 일정이 아닌 좀 더 깊이 있고 세밀한 스케줄에 의거해서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Mesa Verde NP를 저처럼 하루 종일 볼 수 없고 만약 반나절 정도의 시간 여유만 있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주요 사이트를 부지런하게 볼 것을 추천합니다.
- Visitor Center => Mancos Valley Overlook => Montezuma Valley Overlook => Far View Terrace => Spruce Tree House => Square Tower House => Pit Houses and Pueblos => Sun Temple => Cliff Palace => Far View Sites => Park Point Overlook
 
Monticello로 돌아가는 길에 낙조가 지면서 몇몇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광경은 낙조를 받아 분홍빛으로 물든 무시무시한 먹구름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길을 잡아먹을 기세로 거대한 먹구름이 쭉쭉 다가오고 있었는데 하필 제가 향하는 길 앞쪽에 구름이 자리잡고 있어서 혹시 폭우라도 쏟아지면 어쩌나 정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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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Monticello 도착 직전에 볼 수 있었던 아래 광경입니다. 지평선 뒤로 해가 막 넘어가고 난 이후 달이 휘영청 떠 있는 하늘의 모습이었는데 이런 기기묘묘한 색깔의 조합은 제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몽환적인 광경은 앞으로도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서 갓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한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습니다. 아이폰으로 막 찍은 이런 사진으로는 이 날 제가 실제 느낀 처연한 아름다움을 전달할 길이 없는데 그래도 어떤 느낌이었을지는 대략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진 한 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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