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이 여행기는 1년 전에 이 사이트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여행 후에 너무 바쁜 일들이 많아서 올릴 수가 없었는데..오히려 올해 여행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지금 올리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저는 시애틀에 몇 달간 머물렀었고, 아내(다혜엄마)와 딸(여행당시 만 나이로 2살 9개월)은 여행시작 9일전에 한국에서 시애틀로 들어와 가족이 상봉(?)한 후 제가 옮겨가는 일리노이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 시간이 지난 후에 읽어 보니 가난한 유학생이 그저 돈 적게 들이며 여행하려고 아둥바둥 거리며 다녔던게 여기저기서 느껴지며.. 처음하는 미국에서의 자동차 여행이었기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린 아이로 인해 매일마다 늦게 출발하게 되어 여행이 매일마다 시간에 쫒겼었더랬습니다.  만일 지금 다시 이 루트로 여행하라면 훨씬 더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을텐데.. 어쨋든 그 당시엔 이것이 우리에겐 최선이었습니다. ㅋㅋ  이런 점 참고해 주세요.

* 모든 글들은 매일 일정 마친 후에 가족들이 자는 시간에 잠을 줄여가며 썼던 것입니다.  다소 내용이 긴데.. 긴 글을 읽을 여유가 있는 분들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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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8일(수)

오늘의 주요 코스: 요한 형님과의 아침식사-우체국에서 소포찾기-Mt. Rainier N.P-은행계좌 클로징

어제 우체국으로 보낼 짐을 다 처리하고 오후에 워싱턴주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디셉션 패스(Deception Pass)에서 윗비섬으로 해서 Mukilteo로 오는 페리호를 타는 코스를 갔었기에 집에 늦게 왔었다.  밥해먹고 마지막 짐을 싸고 그 동안 정들고 신세졌던 분들에게 감사카드 쓰고 나니 밤 1시 40분에서야 눈을 붙이게 됐다.  비록 기나긴 여정을 출발하기 위해서 충분히 잠을 자야 했었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할 것들이었기에..
Deception Pass in WA
[여행 시작 전날에 갔었던 Deception Pass에서..]

요한형님이 밸뷰에서 아침에 Dennys에서 아침을 사주셨다. 그 이른 아침에 아기 가지신 형수님과 수하까지 데리고 오셔서 우리 가족과 마지막 이별의 만찬을 즐겼다.  너무 감사했고, 주차장에서 이별하면서 형님과 형수님과 포옹하며 이별하는데 정말 가슴이 짠했다.

다혜엄마가 인천공항에서 가져오지 못했던 짐을 아버지께서 바로 붙여주셔서 식사후에 이사콰의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픽업한 후에 Mt. Rainier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 우체국에 갈 때부터 다혜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했는데, 우체국에 화장실이 없어서 빨리 일 끝내고 근처의 Safe Way에 있는 화장실에 급하게 가느라고 우체국 일 처리 후에 이사콰에서 은행계좌를 클로징 하는 것을 깜빡했다.  이 일이 하루 종일 마음 졸이게 할 줄이야..

레이니어 산으로 가는 코스는 중간에 수십번 날씨가 변했다. 2시간 남짓 가는 코스에서 비오고 그치기를 여러 번.  정말 단맛쓴맛 다 보는 듯했다.  국립공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매표소에서 골든 이글 패스를 65불 주고 샀고, 정말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만끽하며 서서히 산으로 올라섰다.  조금 가자마자 벌써 눈(Snow)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기 시작했다.  만년설과 수십개의 빙하로 뒤덥힌 산답게 5월 중순의 날씨에도 눈이 부실 정도의 순백색의 눈의 자태를 드러냈다.  도로 옆으로 솟은 수십년, 아니 수백년 된 듯한 나무들은 빙하 덮힌 산과 함께 절경을 자아내기도 했고..
공원에 들어오기 30분쯤 전부터 다혜가 잠을 자서 Narada 폭포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 30분을 자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오늘 아침 일찍 깨서 나오느라고 충분히 자지 못해서 그런지 아침부터 차에서 유난히 짜증을 내서 재우고 났더니 이후에는 한결 나아졌다.

폭포에서 잠시 멈췄을 때는 다혜가 자고 있는 관계로 다혜 엄마는 차에 남아 있었고 나 혼자만 폭포를 정면에서 보는 곳까지 잠시 내려갔다 왔다.  

파라다이스 Visitor Center에 도착하니 또 날이 흐려졌다. 센터에 들어가서 화장실 갔다가 트래킹 코스를 오르려고 나오는데 밖에는 그새 비가 쏟아진다.  할 수 없이 센터 위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서 망원경으로 여기저기 조금 보고 내려오니 그새 날이 개고 있다. 미국의 전망대들에 있는 망원경은 동전 넣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좋다.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에서도 공짜로 볼 수 있었는데.. 한국의 관광지들에 있는 망원경 같았으면 의례 500원짜리를 요구했을 텐데 말이다.

높은 산은 몇 초, 몇 분 단위로 날씨가 막 바뀌고 그런다.  몇 년 전에 백두산에 갔을 때도 천지에 올라갔는데 몇 초간 구름이 싹 개었다가 금방 안개가 끼고 그러다가 다시 몇초간 맑았던 기억이 있어서 레이니어 산의 빙하를 보기 위해 다시 개기 시작하는 그 짬을 빨리 이용해서 잠시 트레일 코스를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날씨가 영상 5도 정도 됐었는데 실제 체감온도는 0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미국 사람들은 장갑에 털모자까지 쓴 사람들도 태반이었는데, 우리 가족만 얇은 봄잠바로 대신하고 올라갔다.  다혜 엄마는 계속 미국애들이 우리보고 저런옷 입고 어떻게 여길 오냐고 생각할꺼라며 얘기하며 올라간다.  센터에서부터 이미 길은 눈위로 걸어야 하는 코스다.  눈을 밟자마자 2주 반 전에 정말로 죽을 고생하며 눈길을 올랐었던 Mcclellan Butte의 악몽(?)이 속으로 막 떠올랐다. 그래도 오늘은 다혜랑 가면서 조금만 올랐다 올 것이기에..

30분 정도 트레킹 하며 정말 멋진 장관을 배경으로 사진찍고 내려와 오후 2시 15분에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를 출발해서 하산했다.  내려오는 중에 온 가족이 배가 고파옴을 느끼는데 밥은 사먹지 않을 예정이라서 중간에 라면끓여 먹을 궁리만 하면서 운전했다.

Deers of Mt. Rainier National Park
산을 거의 다 내려오는데 도로 바로 옆에 사슴 두 마리가 내려와서 풀을 뜯어먹고 있다.  자연속에 있는 사슴이 너무 새롭게 다가와서 차를 세우고 다혜를 보여주면서 잠시 설명도 해줬다.  사슴은 풀을 밥으로 먹고 산다고.. 그러면서 사슴이 풀을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통해서 다혜에게 사슴처럼 다혜도 밥을 잘 먹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말이다.^^

레이니어 산 밑의 Elbe라는 아주 작은 마을쪽으로 오는데 비가 갑자기 많이 온다. 너무 배고파서 햇반이라도 데워서 김으로 싸서 차에서 먹으며 가려고 허름한 그로서리에 들러서 전자레인지에다가 햇반을 데우고, 미안하니까 1갤런짜리 물 한병을 샀다.  여차하면 중간에 웬만한데서 라면 끓여먹으려고.. 고속도로의 Rest Area까지 가기에도 너무 멀고 근처에 공원등도 없어서 라면 끓여먹으려고 해도 물이 없으니 말이다.  결국 뜨겁게 데워온 햇반에 김을 싸서 먹으며 가는 중에 비가 금방 그쳐서 중간에 라면끓여먹을 장소를 찾아서 차를 대서 길쪽에서 안보이게 해 놓고 부르스타를 꺼내고 코펠을 꺼내 피크닉 하는 기분을 내며 다혜랑 노래도 부르며 라면을 맛있게 끓여서 막 먹으려는 순간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어쩌나. 라면3개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막 첫 젓가락을 대려는 순간이었는데… 이때 오늘의 하이라이트의 순간이 펼쳐졌다. 바로 비오는 가운데서 우산쓰고 라면먹는 진풍경!   다혜는 정말 신이 났다. 재밌다고.. 그리고 라면이 맛있다고.. 그렇게 3-4분을 먹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와서 더 이상 우산 한 개로는 감당이 안됐다. 이미 내 옷은 상당부분이 축축해져 있기도 했고.. 우리의 대안은 차 안에서 먹는 것이었다.  우산쓰면서 이미 한 그릇씩은 먹었기에 남은 것들을 각자의 그릇에 담아서 나머지 것을 정말 맛있게 먹고 다시 빗길을 헤치며 출발했다.

이 때의 시각이 4시 20분!  이제 최대의 과제는 오늘 내에 ‘Bank of America’를 찾아서 내 은행계좌를 말소시키는 것이다(사실 어제 은행계좌 클로징 시키러 갔다가 먼저 신용카드 페이먼트를 데빗카드로 결제하고 나서 계좌를 클로징하겠다고 하니 오늘 내 계좌에서 돈이 출금되었으면 그 날에 클로징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오늘 하게 된거다).  내가 워싱턴주를 떠나기 때문에 계좌를 클로징 시켜야 한다.  미국에서는 그렇다. 한국의 은행 시스템과는 많이 다르기에 반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다시 시애틀에 올 일도 없을 것이고, 이주해 가는 일리노이주의 카본데일시 근처에는 그 은행이 없기에 더더욱이 말이다.  근데 오늘 내에 은행 가서 그 일을 처리하고 돈을 다 찾아야 하는데 가는 길은 계속 산길이고 가끔가다 있는 마을도 정말로 조그만 농촌마을들이어서 은행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내가 워싱턴주에서 계좌를 오픈했기에 워싱턴주의 그 은행의 지점에서 계좌를 클로징해야 한다(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미국은 주가 다르면 다른 나라라는 개념이 은행 시스템에서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음). 만일 오늘 내에 이걸 처리하지 못하면 오늘 오레곤주로 들어가서 자고 내일 크레이터 레이크로 가는 여정의 계획이 많이 지장을 받는다. 은행 오픈시간이 10시니까 그 때까지 워싱턴주에서 기다렸다가 일 처리하고 다시 오레곤으로 내려가야 하니까 말이다.

은행이 업무를 보는 6시까지 찾아야 하는데, 도무지 없다. 결국 5시 50분쯤에 Longview라는 도시에 와서 그 은행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6시를 향해 가고 있다.  찾다찾다가 결국 6시를 넘겨버렸다.  이때 속으로 정말 속상함과 첫날부터 꼬이게 된 일정으로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내가 일처리를 잘 못해서 가족들이 힘들게 된 거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말과 표정은 애써 담담하게 표현하며 6시를 넘겨서 다시 I-5 고속도로를 타러 그 도시를 빠져 나오는데, 다혜 엄마가 저 멀리에서 방금 얼핏 뱅크오브 아메리카 은행이 보인 것 같다며 그 쪽으로 가보잔다.  ‘이미 다 끝난 일인데 이 시각에 가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누라’의 말을 존중해서 가서 보니 정말로 있었다. 그때 시각이 6시 10분!  다혜 엄마는 혹시 모르니까 들어가 보란다.  이 지점이 ‘세이프 웨이’ 마트 속에 조그맣게 있는지 간판만 보이고 밖에서는 전혀 안보였는데, 들어가보니 직원 서너명이 일하는 정말 조그만 지점이었다. 근데 놀라운 것은 여기는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거였다. 내가 이용하던 밸뷰와 이사콰의 지점들은 6시가 영업 종료시간이었는데, 여기는 7시가 종료시간!  얼마나 감사한지.. 정말 마누라 말 들어서 손해보는 것 없다고 다혜엄마가 누누히 말해왔었는데, 이번에도 정말 조금도 가능성이 없을 것 같던 마누라 말을 듣고 못이기는 마음에 내딛었던 발걸음에서 이런 횡재(?)를 하다니..

결국 모든 일을 무사히 잘 처리하고, 오늘 오레곤주로 들어와서 Portland에서 조금 더 내려온 지역에 있는 ‘Super8’모텔에 짐을 풀고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다혜 엄마는 맛있게 밥을 지어줬고, 식사후에 다혜랑 나랑 욕조에 따뜻한 물 받아놓고 함께 목욕하며 피곤도 풀고.. 정말로 행복한 마감시간이다.  

지금 가족들은 모두 자고 있다.  지금 시각이 12시 3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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