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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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0일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에서 우리는 마운트 레이니어를 떠올렸다. 눈이 있고 안개는 자욱했다. 설산은 레이니어 산 하나면 족했다. 우리는 트레일을 해 볼 엄두를 못 내고 산을 내려왔다.

솔 덕 핫스프링 리조트에선 유황온천을 할 수 있었다. 온천물은 유황냄새가 가득했다. 온천을 하니 피부가 부드러워졌다. 아이들은 온천물을 담근 뒤 더워서 찬물에서 물장난을 했다.

올림픽 공원 첫 날 숙소인 솔 덕 핫스프링 리조트(Sol Duc Hot Springs Resort)는 머물기 좋았다. 집 하나를 온전히 써서 방이 컸고, 자연 온천을 이용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 롯지 치고는 호화로운 편이었다. 히터도 잘 나와 밤에 춥지 않았다.

아침은 베이글 샌드위치였다. 베이글에 계란 스크램블과 햄, 상추 등을 넣고 커피와 먹었다. 곧바로 온천으로 향했다. 체크아웃 전에 어제 좋았던 온천을 한 번 더 이용하고 싶었다.

아침이라 사람이 적었다. 온천물은 어제보다 따뜻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니 몸에서 열이 확 올랐다. 오래 앉아 있기 힘들었다. 흐렸던 하늘도 개어 햇볕까지 뜨거웠다. 한 시간을 채 있지 못하고 우리는 온천에서 나와 체크아웃을 했다.

솔 덕 트레일(Sol Duc Trail)로 향했다. 숙소 바로 옆이라 우선 이 곳부터 보기로 했다. 트레일은 평탄한 길이었다. 10분 정도 걸어가니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왔다. 계곡에 있는 바위에 이끼가 덮혀 바위가 초록색으로 보였다. 초록색 계곡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나는 신기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지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멈춰 사진을 찍었다. 20여분을 더 걸어가니 폭포가 나왔다. 솔 독 폭포였다. 이 폭포는 길 위에서 내려다 보였다. 아래에서 폭포를 보면 웅장한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 이 폭포는 물살이 세고 폭이 좁아 더 아찔했다. 물이 튀어 눈방울이 수증기 처럼 떠 다녔다. 햇살에 수증기 처럼 작은 물살이 보였다.

솔 덕 트레일에는 물이 많았다. 바위에 이끼가 끼어 초록색 바위 처럼 보이는 계곡은 경이로웠다.

나는 돌아가는 게 아쉬워 더 가자고 했다. 4마일을 더 가면 사슴 호수(Deer Lake)가 있었다. 솔 덕 폭포에서 사슴 호수까지 가는 길은 험했다. 길은 좁고 경사는 가팔랐다. 길에는 물이 흘러 질퍽했다. 나는 맘이 급해 앞장서서 빨리 갔다. 그러자 아이들이 돌아가자고 성화였다. 윤하는 사슴호수까지 다 가기엔 멀다고 했다. 2-3시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가는 게 부담이긴 했다. 나는 곧바로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차로 돌아가선 크레센트 호수(Crescent Lake)로 향했다. 초승달 모양의 이 호수는 전날 갈 때 너무 예뻤다. 나는 이 호수의 길이 좋았다. 물가에 난 도로는 물과 가깝게 있었다. 지도로 보니 이 호수에는 피크닉 지역이 두 곳 있었는데, 우리는 그 중에 라 포엘(La Poel) 피크닉 지역으로 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화장실이 나왔고, 화장실 지나선 비포장 도로였다. 비포장 도로는 군데군데 패여있어 차가 덜컹댔다. 조금 들어가니 피크닉 테이블이 나왔다. 우리는 호수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늘이라 공기가 찼다. 패딩 재킷을 입었는데도 으슬으슬 했다. 아이들은 패딩 재킷 속에 후리스 재킷을 하나 더 입고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올림픽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로 갔다. 올림픽 공원은 규모가 커서 방문자 센터가 4-5개쯤 됐다. 우리가 간 곳은 포트 엔젤레스에 있는 방문자 센터(Olympic National Park Visitor Center)였다. 이 곳에서 트레일을 추천받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물어보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어 포기했다. 대신 방문자 센터 입구에 있는 트레일 소개를 보고 하나를 골랐다. 허리케인 힐 트레일(Hurricane Hill Trail)이었다. 두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나는 원래 호 레인 숲(Hoh Rain Forest) 쪽의 트레일을 하려고 했지만, 이동 시간만 편도 2시간 반이나 돼 가지 않기로 했다.

올림픽 공원 방문자센터에서 허리케인 힐 트레일까진 40여분이 걸렸다. 구불구불 산 길을 올라가야 했다. 산으로 올라가니 날씨가 바뀌었다. 구름이 많아지더니 안개가 자욱했다. 올라 갈수록 날씨가 좋지 않았다. 산 위쪽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레이니어 산이 떠올랐다. 눈 쌓인 산을 오르느라 고생한 기억이 생생했다. 저 멀리 올림퍼스 산이 안개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올림픽 공원은 레이니어 산과 다르게 큰 산이 한 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산들이 죽 연결된 큰 산맥이었다. 여러 산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산맥 위쪽에는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허리케인 리지 방문자센터(Hurricane Ridge Visitor Center)에 도착해선 레인저에게 길 상태를 물었다. 레인저는 "눈이 군데군데 있지만 대부분은 없다"고 했다. 다만 "안개 때문에 경치는 잘 안 보일 것"이라고 했다. 경치는 방문자 센터에서 보나, 위에 올라가서 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곧바로 "가지 말자"고 했다. 오전에 이미 트레일을 한 데다, 눈 쌓인 산을 보니 할 맘도 없는 것 같았다. 시윤이도 곧바로 안 하겠다고 했다. 윤하만 하자고 했는데, 내가 하지 말자고 하니 바로 응했다.

우리는 코코아 한 잔을 뽑아서 나눠먹으며 안개 낀 산을 바라봤다. 안개가 있다 없다 해서 산이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그 눈 쌓인 산을 보니 또 레이니어 산의 스카이라인 트레일이 떠올랐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설산을 오르고 싶진 않았다. 방문자 센터 주변에는 산 말고도 볼 게 많았다. 사슴이 떼로 있었다. 우리는 사슴 떼를 보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갔다. 사슴은 쉴 새 없이 풀을 뜯고 있었다. 방문자 센터 주변에 풀이 많아 이 곳에 온 것 같았다. 사슴 가까이 가면 풀 뜯는 소리가 들렸다. 사슴이 주둥이로 풀을 뜯으면 풀이 뜯겨 나가면서 '푹푹' 소리를 냈다. 나는 사슴 풀 뜯는 소리를 그 때 처음 들었다.

허리케인 리지 방문자센터(Hurricane Ridge Visitor Center)에는 사슴들이 지천으로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으면 서서 사진을 찍었다. 트레일을 하지 않고 내려가려니 찜찜했다. 그 찜찜함을 사진으로 달랬다. 산 중턱 전망대에서 저 멀리 캐나다 땅이 보였다. 우리가 가려는 빅토리아였다. 우리는 내일 갈 캐나다를 생각했다. 캐나다는 아내와 5-6년 전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땐 겨울이었다. 여름의 캐나다는 어떨 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와 포트 앤젤레스에 있는 앤젤레스 모텔(Angeles Motel)로 갔다. 이 곳은 주방이 있어서 예약을 해 둔 곳이다. 주인은 아시아 사람이었는데, 억양으로 봐선 일본인 같았다. 모텔 주인은 체크인 할 때 갑자기 "10 퍼센트 할인해 주겠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나는 왜 할인을 해 주는 지 영문을 몰랐지만 고맙다고 했다. 모텔은 싼 가격 치곤 과분하게 좋았다. 방이 따로 있고 주방도 별도로 있었다. 방은 깨끗하진 않았지만 넓직했다. 주방 용품은 세탁실에서 맘껏 가져다가 쓸 수 있게 해뒀다. 우리는 냄비, 프라이팬, 토스터기, 일회용 접시, 포크 등을 가져와 요리를 하고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올림픽 공원을 제대로 다 못 봤다"며 다음에 또 오자고 했다. 나는 또 올 곳이 자꾸 늘어나 감당이 안 된다.

아이들은 자기 전에 일기를 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여행기를 쓰기로 약속했다. 대신 아이들도 써야 한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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