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금요일 날씨 맑음

기상과 동시에 시애틀 시내 구경에 나섰습니다. 첫 목적지인 스페이스 니들, 우리 남산타워를 생각하시면 똑 같습니다. 입장료가 어른 14불입니다. 비싸군요. 그러나, 솔직히 높이도 45층 정도이고 위에서 보는 시애틀의 풍경은 특징적으로 표현하기가 모호할 정도로 약간 밋밋하다고나 할까요.

스카이라인이 한쪽에 몰려있고, 나머지는 평지와 구릉지에 저층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숲은 잘 가꿔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도시는 상당히 크고 도로망도 엄청나게 복잡합니다. 하이웨이가 이리저리 꼬이고 꼬여서 약간만 한눈을 팔면 헤매기 일쑤입니다.

오후 3시경 90번 도로를 타고 남동진, 시애틀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82번, 84번을 차례로 갈아타고 계속 남하, 워싱턴주 거의 끝쪽에 위치한 로스린을 지나 ‘인디언 존 힐’  rest area에 들렀는데, 7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아마도 부부-가 화장실옆 별도 키오스크 안에서 각종 쿠키와 커피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더군요. 교회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보였습니다. 참 좋아 보였습니다. 미소가 너무나 밝고 아름다웠습니다.  선행을 하면 얼굴도 그렇게 밝고 아름답게 변하나 봅니다.

오리곤 주로 넘어오니 산도 없는 끝없이 황량한 구렁지에 오아시스처럼 띄엄띄엄 녹색의 도시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사과, 포도, 옥수수 밭이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다시 황량한 구렁지...

한참을 달려 저녁 무렵 pendleton 소재 베스트웨스턴 inn에 투숙했습니다. 비교적 깔끔하고 편안합니다. 마찬가지로 강가에 세워진 도시입니다. 전망이 제법 아름답습니다. 가격은 83불(세금포함)입니다. 컨티넨탈 브렉퍼스트를 제공하는 군요. 실외 풀로 나가니 뜨끈한 저쿠지가 반겨주는군요. 오랜만에 피로가 확풀리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독탕(?)입니다. 저멀리 끝없이 이어지는 녹색의 오아시스와 황량한 구릉지의 경계가 노을 속에 펼쳐져 있군요.  

이네들은 진짜 복 받은 땅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됩니다. 그러나 그 땅은 원래 그들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이 땅의 주인들은 지금 말이 없습니다. 아니, 말을 할 수도 없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들이 이 땅에 처음 들어와, 첫 겨울을 나며 굶주림과 추위에 죽어갈 때 식량을 나눠주고 공존을 모색했던 이 땅의 주인들이었는데, 그들은 오히려  잔혹하게 이 땅의 주인들을 살육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마저 사막과 황무지로 몰아냈듯이, 지금도 그들의 목소리를 영원히 들을 수 없도록 교묘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이들을 서서히 고사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 ‘제로니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이시여, 왜 저들의 신은 저들에게 우리보다 더 많은 말과 무기와 부족들을 가지도록 했습니까?’(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워싱턴 D.C 의 내쇼날몰에 있는 인디언박물관은 황토색의 단순한 건물입니다. 수도에 있는 여러 가지 박물관중에서 가장 돋보이지 않고, 가장 들르는 사람도 없고, 가장 한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제 혼자만의 감정몰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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