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일)
8:00경 Inn에서 제공해 준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캐년랜드로 향하였다. 주유도 하고.
캐년랜드는 Island in the Sky, The Maze 그리고 The Needles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비지터센터는 북쪽의 Island in the Sky와 남쪽의 The Needles에만 있다. 전날 아치스를 들리기전에 Island in the Sky 비지터 센터 입구가 먼저 나왔었는데, 두 군데를 다 볼 수 없어서 더 유명한(?) 아치스를 선택했었다.

캐년랜드는 Island in the Sky쪽이 더 알려진 것 같다. 그러나 다시 돌아서 그쪽으로 가기는 시각이 촉박해서, 우리가 가는 방향에 있는 남쪽의 The Needles를 보기로 했다. 여행기에서도 읽은 기억이 없는데,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기분도 좀 났다.

오늘은 어떤 자연의 경이로움과 만날까 하는 기대감에 어제의 피로는 싹 가시고 새로운 기운이 솟는다. 특히나 오늘이 우리 여정중 가장 많이 달려야 하는 날이어서 속도를 좀 내야 하기도 하고 해서 그런지 조금은 긴장감까지 돈다. 모압에서 페이지까지 가야 하니…

8:50경 191번 도로에서 The Needles 비지터센터로 향하는 211번 도로로 들어섰다. 비지터센터까지 한 30마일 정도 되는데 오가는 차가 거의 없다. 이거 잘못 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불안해지려고 하는데 다행히 차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에 있는 뉴스페이퍼 락 주차장에 보니 네이티브아메리칸(인디언) 가족이 좌판을 벌리고 있다. 액세서리들이다. 바쁜 와중에 딸이랑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씩 골랐다.
(혹시나 이곳을 지나신다면 물건들은 하나씩 꼭 사주셔요. 나중에 보니 이곳의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이더군요. 물건도 괜찮고요^^.)
비지터센터에 들러 지도도 얻어 오고 주니어레인져 책자도 받아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쌀집아제님이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알려주셨지만 사실 여기서 처음 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미리 챙기지 못했고 아치스에서는 책자는 받았지만 비지터 센터가 문을 닫은 다음까지 구경하게 되어 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부터 주니어레인저를 열심히 하게 된다. 내용이 쉽지는 않지만 딸을 도와서 책자의 과제를 하게 되면 공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유홍준 교수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문화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일례로 이 책자를 풀면서 yucca라는 꽃을 알게 되었는데 공원 여기저기서 이 꽃이 보인다. 네이티브들이 줄기로 신발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었다는 꽃이다. 책자를 공부 안했으면 그냥 이름모를 꽃이었을 텐데. 파크레인저도 아주 친절하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작성해 온 책자를 검토해 준 다음, 선서를 하고 배지를 준다. 이 배지 모으는 재미에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계속 하게 되었다. 어제, 그제 공원들에서는 못 하고 지나친 것이 아쉽다.

공원 안은 편도 10마일 정도 되는 구간이다. 어저께 본 것들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가보지는 못하고 사진으로만 본 Island in the Sky쪽은 웅장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 여기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이다. 사람도 거의 없다. 엘러펀트 힐까지는 비포장도로인데 용감하게 가 보았다. 중간에 차 한 대만 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있어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갈 만하다. 엘러펀트 힐, 우든 슈, 이름도 참 잘 짓는다.

위 첫번째 사진이 포장길의 마지막인 Big Spring Overlook.

11:15경에 Canyonlands를 나와서 다음 목적지인 내츄럴 브리지로 향하였다. 191번을 타고 가다 95번 도로를 탔다. 95번 도로가 끝내준다는 말을 이 사이트에서 여러 번 읽었는데, 기돌님 말씀처럼 지금까지 멋있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아니면 95번 도로 중 이 구간이 덜 멋있는 곳인지, 아주 멋있는 것 같지는 않다.

1:30경에  Natural Bridge에 도착해서 피크닉장에서 역시나 아침에 데워온 햇반과 반찬으로 점심을 먹었다. 햇반도 다 떨어져 간다…3군데 중 마지막에 있는 Owachomo Bridge만 다리 밑까지 트레일을 했다. 여름 한낮이라 땡볕이었지만 꾹~ 참고 했다. 다른 곳들은 National Park이지만 이곳은 National Monument이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가. 역시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했다.

3:20경 내츄럴 브리지를 출발했다. 여기서 고민이다. 몇 일 전에 이 사이트에 리메님께서 올리셨던 그 무시무시한 261번 도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왔던 길로 돌아서 95번-191번-163번으로 갈 것인지. 사실 그 전에 victor님 말씀처럼 당연히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파크레인저에게 물어보자고 해서 물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261번 도로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예 그 문제의 Moki Dugway 사진을 프런트에 딱 하니 전시해 놓았다. 막상 보니 도전해 볼만 했다. 3마일 정도만 그러고 나머지 길은 아주 좋다고 한다. 좋다! 출발!

그래도 또 미심쩍어 95번에서 261번으로 우회전 할 때 261번에서 나오는 차를 붙잡고 운전자에게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 사람 대답이 “Slow and pray!” 이러면서 성호를 긋는다. 유쾌하게 웃으면서 261번으로 들어섰다.

막상 가보니 우리는 내려가는 것이라 좀 나은 것 같았다. 올라오는 것이 훨씬 힘들 것 같다. 다 내려와서 보니 어찌 내가 그 길을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도 돌아가는 것보다 절반 정도 절약할 수 있었고.
평생에 이런 길을 다시 운전할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찔한 경험이었다.

4:25경 Mexican Hat을 지나
Monument Valley에 다다랐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삼성출판사 미국여행책 표지사진 그대로 우리도 사진을 찍었다. 위 두번째 사진이 그것이다. 어차피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려 하기도 했지만 흙바람이 심하게 분다.
Monument Valley는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황토색의 바위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그 안에까지 들어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썩 들지 않았다. 대신 Monument Valley 입구 앞에 있는 Goulding Trading Post(숙소와 쇼핑센터)만 잠깐 구경했다.

5:30경 Utah와 Arizona 경계를 지나
6:30경 Page Motel 6에 도착했다. 이곳은 택스 포함 $66.83 싼 대신에 아침은 없다.
이곳으로 숙소를 정한 이유는 월마트에서 가깝고 지은 지 얼마 안된다는 리뷰를 읽고 했는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깨끗하기는 한데 헤어드라이어도 없고 아침을 알아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로 다가온다. 담부터는 꼭 아침은 주는 곳으로 해야겠다.

월마트에서 저녁거리랑 내일 아침 먹을 과일, 빵, 씨리얼, 우유를 사왔다. 사실 오늘 뛴 거리가 우리 여행중 가장 긴 것이었는데 아리조나가 썸머타임을 하지 않는 관계로 한 시간을 다시 얻게 되어 시간이 세이브되었고, 동선은 길었지만 들린 곳이 자세히 둘러볼 곳(?)은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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