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타 여행 뒷 이야기 - 3 : 맨땅에 헤딩하기

2011.08.23 15:39

goldenbell 조회 수:5276 추천:1

사당동님의 저의 글에 대한 댓글을 보다가 저도 유사한 경험이 있어 또 글적거려 봅니다. 저는 완전히 비행기를 놓친 게 아니고 놓칠뻔한 경우이지요. 적는 김에 다른 경우 몇 가지를 아울러 재미삼아 적어봅니다.

 

1. 아마 80년 대 중반이었던 것 같네요. 바레인에서 발생한 건입니다. 쿠웨이트에서 상담을 끝내고 KE904(취리히-바레인-서울)를 탑승하기 위해 쿠웨이트를 출발하였으나 비행기 사정으로 이미 한참이나 지연된 후였습니다. 바레인 도착 즉시 힘차게 뛰어 환승 게이트에 도착하니 이미 탑승을 완료하고 브릿지를 뗀 후 Push back을 시작하더군요. 한 마디로 낭패였습니다. 다음 비행기는 3일을 기다려야 하는데 서울에선 이미 다른 바이어와 스케줄이 잡혀 있고. 당시 저는 출장 시 조종사들이 주로 갖고 다니는 Flight Bag (폭이 아주 넓은 사각형 모양의 단단한 검정색 백)을 갖고 다녔습니다. 많은 서류를 넣을 수 있어 저한테는 딱이었습니다. 얼른 짱구를 굴렸습니다. 워키토키를 들고 있는 공항직원한테 '나 대한항공 Captain인데 저 비행기 무조건 탑승해야 한다. 모레 미국편을 조종하게 되어 있는데 가지 않으면 큰일이다. 같은 항공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좀 봐 달라' 이렇게 선의의 뻥을 쳤지요. 저를 쳐다보니 조종사들만 사용하는 가방과 Hanger(신사복을 행거에 넣고 탑승 후 옷장에 보관하는)까지 들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그렇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저도 그 점을 노렸지만. 이 친구 지상계원과 무전연락을 하더니 드디어 푸시백을 멈추고 브릿지를 다시 갖다 대곤 하여 겨우 탑승하였습니다. 당연히 기장한테도 연락이 갔었지요.  이륙 후 승무원이 저를 부르더니만 캡틴이 좀 보잔다며 조종실로 안내하더군요. 캡틴을 만났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라 저보고 방금 입사했느냐고 물읍디다. 자초지종을 얘기하곤 서로 한 바탕 크게 웃었지요. 일반승객이었다면 당연히 그냥  이륙했을 거라면서요. 짐은 다음편에 받으면 되니 문제는 없었습니다.'궁즉통'이라던가요. 맨땅에 헤딩하기. 가끔은 필요합니다.

 

2.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의 사건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음 비행기편을 통상 72시간 전에 예약을 재확인하여야 하지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습니다. 런던 도착 당일 4일 후의 돌아가는 편을 당연히 재확인 하였지요. 공항에 도착 후 체크인을 하려니 예약 재확인이 안되어 좌석이 다른 사람한테 이미 팔렸으니 자리가 없다는 황당한 얘기였습니다. 그 때부터 카운터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예약 재확인을 했다 안했다 서로의 주장만 한참 되풀이 하였답니다. 이 때 뒤돌아 보면 절대 안됩니다. 10여미터 줄이 선걸 보는 순간 미안한 감에 마음이 약해지고 카운터에서 벗어나는 순간, 일단은 한풀 꺽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지요. 짧은 영어로 횡설수설하며  점잖게 약간은 언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암튼 책임자를 불러오기 전에는 물러 설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텼습니다. 드디어 책임자가 나오고 사무실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전 제 여권을 보여 줬지요. 출입국 도장을 찍을 빈 자리가 없어 여권에 임시로 아코디언처럼 접고 펼치는 추가 페이지를 50cm나 붙인 그런 여권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출장을 다니는 나인데 절대로 예약 재확인을 하지 않는 실수를 한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4일 전 몇 시 몇 분 경 어느 호텔 몇 호실에서 재확인 전화를 했으니 호텔에 문의하여 확인하자고 하니 그 때서야 제말을 믿겠다고 하는군요. 일등석도 빈 자리가 없으니 내일 편을 마련해주겠다고. 당신네들 실수니 모든 비용은 당신네가 부담하라고 주장하니 호텔만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하는군요. 또 한 번의 실랑이 끝에 호텔에서의 모든 비용은(저녁, 아침식사 포함) 항공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단, 국제전화는 한 통 5 분으로 제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항공사는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고객한테는 약하답니다. 매니저도 자신의 돈이 아니니 항공사 부담으로 빨리 일처리를 끝내는 게 성가시지 않겠지요.

 

3. 당시는 영국-서울 직항편이 없어 그 비행기는 홍콩 도착 1박 후 다음 날 서울가는 편으로 갈아타게 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그 비행기가 홍콩에 도착하니 제 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30여분이 지난 후 짐의 위치는 확인되었으나 내일에야 도착한다고 하네요. 물론 짐속에는 주로 상담 시 필요한 샘플만 있어 1박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항공규정에는 이럴 경우 아마 면책사항 조항이 있을 겁니다. 무시하고 이번에는 클레임을 제기하였습니다. 매니저를 만나 상황 설명한 후 '보다시피 겨울 옷을 입고 왔는데 여분의 옷이 없으니 여름 옷, 세면도구 등등을 구입해야 될 것 아니냐 $200을 달라(50% 깍일 것 예상하고)'고 하였지요. 별 승강이 없이 미안하다며 $100을 주데요. 너무 비싼 것 사지 말라며. Bang Bang Bluejean을 한 벌 $50에 산 후 15년간이나 잘 입었지요. 나머지 $50은 생색내기 부인 화장품에 썼답니다. 이런 경우는 자주 발생합니다.

 

4. 비행기가 기체고장 또는 기상악화로 인한 Divert 등으로 본의아니게 호텔에 1박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일등석은 당연히 독방을 배정하나 나머지는 2인 1실로 배정하지요. 전 마지막까지 기다립니다. 대부분의 승객이 이미 사라진 뒤이죠. 운이 좋으면 즉 2인1실로 배정하다 보면 맨 마지막에 1사람만 남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당여히 독실을 줍니다. 2사람이 남을 경우, 직원과 약간의 실랑이가 필요합니다. '난 타인과는 같이 자지 못한다. 혼자가 아니면 한숨도 못자는 그런 타입이니 미안하지만 독실을 달라' 이렇게해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여러사람 앞에서 하면 절대로 안줍니다. 저를 따라 함 해보세요. 아마 될 겁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그 돈으로 구매했던 뱅뱅 블루진 상.하 한 벌 인증 샷입니다. 스캐너가 구닥다리라 해상도가 영~~이네요. 공짜는 언제나 즐거운 법 ~~

 

HNL_3_s.jpg                      LAX_1_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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