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미국 집에서 서쪽으로 이틀 간 내리 달렸다. 첫 날 400마일, 둘째 날 800마일을 이동했다. 마일로 하면 감이 잘 안온다. km로 환산하면 2000km에 달한다. 특히 둘째 날은 12시간을 꼬박 운전만 했다. 밥 먹고, 기름 넣고, 화장실 간 시간을 빼고 그렇다.

여행은 '속도'에 따라 느끼는 바가 전혀 다르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경로는 단절된다. 출발지와 목적지 만 있을 뿐이다. 이동 경로에서 느낄 것이 없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어디로, 어떻게 가는 지 보면서 가기 때문에 '경로'가 생긴다. 미국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I-20 고속도로를 탔다. 조지아를 시작으로,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텍사스를 지났다.

이동하는 내내 풍경을 봤는데 각 주마다 느낌이 조금씩 달랐다. 나는 텍사스의 풍경이 가장 인상 깊었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 답게 넓고, 뜨겁고, 황량했다. 텍사스의 고속도로 주변에는 석유 채굴 장비가 많았는데, 그 많은 채굴 장비가 텍사스의 풍경을 왠지 서글프게 만들었다. 그 장비는 15년 전 기자 채용 시험을 준비할 때 암기한 '텍사스산 중질유'(WTI)를 떠올리게 했다. 15년 전 아무 감흥 없이 달달 외웠던 단어였다. 언론사 시험에선 이런 단어가 상식 시험문제로 나온다. WTI는 15년이 지나 눈앞에 시각화 된 채 나에게 갑자기 나타났다. 석유 채굴 장비 뒤로는 거대한 풍력발전 단지가 있었다. 지구를 오염시키는 '과거 에너지' 석유와 '신재생 에너지' 풍력발전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내가 운전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주로 영화를 봤다. 태블릿PC 거치대 하나로 둘이 같이 본다. 나는 장거리 비행기 여행 땐 아무것도 못한다. 책을 봐도 집중이 안 되고, 기사는 더더욱 못 쓴다. 그래서 영화를 주로 본다. 아이들도 차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해놨다. 나는 아이들이 잘 있어 준 것이 감사했다. 하루 13~14시간을 차에만 있는 것도 아이들에게 고역을 것이다.

나는 운전하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생각해보니, 미국에 와선 생각을 많이 못했다. 글을 잘 쓰지 않은 영향이 컸다. 회사 다닐 땐 억지로라도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기사를 쓸 수 없다. 나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여행기를 쓰기로 했고, 그래서 생각을 해야 했다. 운전은 크게 신경쓸 것이 없었다. 크루즈로 속도를 고정해 놓으면,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나는 이번 여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왜 이번 여행을 떠났을까. 무엇을 얻고자 하나. 남들이 다 간다고 하니, 나도 떠난 것은 아닌가.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평생 추억을 만들고자 했다. 두 달 여행은 앞으로 영원히 못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위대한 자연을 흠뻑 느끼고 돌아오고 싶었다. 여기에 더해 무언가 더 큰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국의 자연은 사람을 압도한다. 무언가에 압도됐을 때,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17년여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미국 자체에 압도된 적이 있다. 영어도, 사람도, 환경도 나에겐 너무나 벅찼다. 그 때 나는 비로소 철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미국의 압도적이고 위대한 자연 속에서 아이들, 아내가 스스로를 발견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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