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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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5일

수영장 옆에서 누군가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 냄새가 바람을 타고 수영장까지 흘러 들었다. 윤하는 '라스베가스 냄새' 라고 했다. 이 냄새는 조지아에선 맡을 수 없었다.

아침 8시 잠에서 깼다. 늦잠은 늘 꿀맛이다. 쌓인 피로가 풀렸다. 오랜만에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라스베가스는 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수영장 물놀이를 방해한 것은 마리화나 냄새였다. 이 도시에만 오면 유독 많이 난다.

나는 마리화나 냄새를 2004년 LA 연수 때 처음 맡았다. 2인실 기숙사 방을 썼던 18살 짜리 룸메이트 마크는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 냄새가 늘 역겨웠는데, 하루는 나에게도 같이 피우자며 권했다. 한 번 피워볼까도 했지만, 역겨운 냄새에 엄두를 못 냈다. 그 냄새가 18년이 지나 라스베가스에 가득했다. 코가 민감한 윤하는 그 냄새만 맡으면 기겁했다.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러 숙소에서 가까운 사우스 프리미엄 아울렛에 갔다. 통장 잔고가 얼마 없어 한도를 500달러로 정했다. 나는 등산화와 모자를 샀고, 아내는 바람막이 점퍼를 샀다. 여행 하며 필요한 것들이었다. 아이들은 수영복과 후리스 점퍼, 티셔츠를 샀다. 예전엔 쇼핑 하러 가면 대부분 나와 아내 것을 샀다. 요즘은 아이들 옷을 더 산다. 아이들은 빠르게 커서 옷이 늘 필요하다. 윤하는 만 12살을 넘긴 뒤 더디게 크는 데도 늘 옷이 부족하다. 두 살 터울인 시윤이는 요즘 키 뿐 아니라 덩치도 빠르게 커져서 늘 옷이 작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옷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잘 사달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고맙다.

쇼핑을 마친 뒤 메인 스트립에 갔다. 벨라지오 호텔만 보고 오기로 아이들과 약속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스트립을 아예 안 보고 가는 것이 아까웠다. 벨라지오 호텔 주차장은 60분이 넘으면 돈을 내야 한다. 카지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주차가 무료인 다른 호텔들과 다르다. 벨라지오 호텔은 스트립 한 가운데 있어 늘 사람들로 붐빈다.

이 호텔 1층에는 전시장이 있는데, 이날은 정글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작년 12월에는 '눈의 나라' 처럼 되어 있었다. 라이언킹 배경으로 10미터가 넘는 기린, 거대한 사자, 액자를 뚫고 나온 듯한 얼룩말 등이 있었다. 사진 찍는 사람들로 넘쳤다. 서로 사진을 찍으려고 밀치고, 끼어들고, 새치기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그 모습에 기겁을 했지만, 아내는 이들 사이에 끼어 기어코 아이들 사진을 찍었다.

아내는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는 신념을 가진 듯하다.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이 번거로워 때론 이런 아내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늘 아내가 맞았다. 사진으로 남겨 놓으면 기억은 오래가고, 추억도 계속 쌓였다. 그래서 요즘엔 나도 많이 도우려고 한다. 그럼에도 아내에는 한 참 못 미친다.

15분 마다 하는 분수쇼를 보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왔다. 벨라지오 분수대 앞에는 분수쇼를 보는 사람과, 그냥 그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과, 이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장사치와, 사진을 찍어주고 팁을 받는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는 팬티를 입은 여성들이 뒤섞여 엄청나게 붐볐다. 그 붐비는 인파 사이로 마리화나 냄새가 또 났다. 분수쇼는 볼 때마다 좋고, 볼 때마다 감동이 있지만 냄새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윤하는 컨디션이 완전히 꺽여 계속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어린 시절 미국이란 나라를 동경하면서 컸는데, 미국에 연수 와선 한국을 동경할 때가 많다. 한국에선 길거리에서 마리화나 냄새 맡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아이들이게 "이 냄새도 언젠가 추억이 될 것이다"며 위로를 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설득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라스베가스는 아마 아이들과는 다시는 안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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